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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할인 Jun 26. 2020

[#살아있다] 후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1. 어마어마한 재산을 가진 영화 제작자 '스티브 빙'이 코로나로 고립되면서 우울증이 악화되어 자살했다. 2.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가 주최한 미니 투어에 4000여 명의 관객이 몰렸고, 안전 수칙 따위는 전혀 지키지 않고 애프터 파티까지 열며 알차게 놀았다. 그리고 참가자 중에 연달아 확진자가 발생하며 사태가 심각해지기 시작했고 주최자인 조코비치는 욕을 바가지로 처먹고 있는 중이다. 원래 안티 백서로 유명한 조코비치 본인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2020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있다>가 던지는 화두는 꽤 묵직하다. 단지 '생존'한 것을 다행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무릅쓰고(혹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추구할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이전의 우리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스티브 빙은 자살을 택했고 조코비치는 객기를 부렸다. 그리고 영화 <#살아있다>는  그 중간에 서있다.



<#살아있다>는 재난 상황 속에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물들의 모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기존의 재난 영화들에서는 목숨을 위협당하는 상황이 몰아치며 생존 본능을 일깨운다면, <#살아있다>는 지리멸렬한 상황을 통해 삶의 불씨를 점점 꺼뜨린다. 해시태그를 백날 붙여도 읽은 사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듯, 살아는 있지만 앞으로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다면 내일도 의미가 없다. 기존의 좀비 영화들이 스펙터클 속에서 생존을 그린다면, <#살아있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속에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살아있다>는 생각거리를 안겨줌과 동시에 좀 엉성하기도 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장르 영화에 개연성을 굳이 따지는 편은 아니지만, 보면서 여러 질문이 들게 만드는 장면들도 꽤 많다. 그리고 짧은 러닝타임을 가진 장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살짝 늘어지고, 무엇보다도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했을 때 오히려 가장 싱거워진다는 점이 아쉽다. 후반부 신캐릭터를 그냥 덜어내고 두 사람의 이야기로 풀어냈으면 부실한 박신혜 캐릭터도 좀 더 채워지고 영화의 장면들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도 더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름 재밌게 보긴 했지만 쏟아지는 혹평들도 충분히 이해는 간다.  




영화에는 엔딩이 있지만 현실 속 코로나는 쉬이 종식될 것 같지 않다. '나한테 아이가 있다는 건 결국 이런 뜻이다. 내가 태어나 살아보니 참 괜찮더라, 나 같은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해도 좋겠다'라고 밀란 쿤데라는 말했다. 연일 바닥을 치는 결혼율과 출산율은 이에 대한 슬픈 대답인 것 같아 <#살아있다>를 보고 나온 심정이 괜히 복잡하다(근데 나 빼고 다 결혼하고 애 낳고 잘 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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