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반년 가까이 사용하다가 얼마 전에 해지했다. <더 보이즈> 리뷰와 함께 짤막하게 사용 후기를 적기는 했으나, 오랜 기간 제대로 사용하고 나니 장단점이 더욱더 와닿아서 따로 사용 후기를 작성해본다. 엄밀히 말하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정식으로 국내에 론칭된 것은 아니긴 하지만, 국내에서 사용 가능하기도 하고 얼마 전부터는 홈페이지와 어플에 한글 서비스도 지원을 시작하였기 때문에 참고를 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 2021년 1월 8일 추가 수정
장점 1) 가격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첫결제 이후 2주 무료, 그리고 6개월 간 한화로 3500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사용 가능하다. 아직까지 넷플릭스나 왓챠 플레이처럼 다양한 요금제에 따른 차별화된 서비스나 멀티 계정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은 없지만, 월 3500원이라는 가격은 혼자서 사용하기에도 크게 무리 없는 가격이다. 국내 서비스 시작 이후 어떻게 변화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꽤나 메리트 있는 가격.
6개월 이후에는 5500원으로 결제가 되니 참고 하시길.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리셋되어 다시 2주 무료와 6개월 3500원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음.
장점 2) 화질
요금제에 따라 차별화된 화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플릭스/왓챠 플레이와 달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기본요금만으로도 고화질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작품 스트리밍을 시작하면 화면 하단에 현재 화질이 떠서 쉽게 알 수 있는 것도 좋음. 프리미엄 요금제를 도입했음에도 PC/모바일에서는 여전히 엉망인 화질을 제공하는 왓챠 플레이에 비교하면 큰 장점 중 하나. 최신 영화는 그렇다 치고, 고전 영화들도 HD 1080p로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음.
장점 3) 다운로드
자사 콘텐츠가 아니면 다운로드에 제한이 걸리기도 하는 넷플릭스나 좀 볼만한 작품들은 죄다 다운로드가 안 되는 왓챠 플레이에 비해 다운로드가 자유로운 점도 좋다. 제약이 있는 작품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까지 시청한 작품 중에서 다운로드하여서 보는데 문제가 있었던 작품은 없었음. 대신 고화질 다운로드로 설정을 해도 HD 1080p로는 다운이 안 되고 그냥 HD로 받아졌던 것으로 기억. 당연히 보는 데는 전혀 지장 없음.
장점 4) X-ray 기능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사용하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능. 재생 중에 화면에 마우스를 갖다 대거나 터치를 하면 현재 화면 속 배우들의 이름, 캐릭터 이름, 트리비아나 OST 등 정보가 뜬다. IMDb와 연동되어 있는 기능이라 IMDb 사이트의 정보가 제공된다. 작품을 감상하면서 정보들을 바로바로 알 수 있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단역 배우들이나 OST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서 좋았음. IMDb가 해외 사이트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이왕이면 유지했으면 하는 기능. 옛날 영화 중에서는 가끔 정보가 뜨지 않는 경우가 있기도 함.
장점 5) 전용 어플리케이션
윈도우 10 기준으로 앱스토어에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전용 어플리케이션이 추가되었다. 이전에 구독할 때는 없었던 것을 보면 최근에 추가된 것 같은데, 넷플릭스처럼 전용 어플을 사용하니 웹페이지로 볼 때보단 훨씬 편리하긴 함. 다운로드도 수월하다.
단점 1) 자막
자막에 나름 신경을 쓴다고 하는 넷플릭스나 왓챠 플레이에도 자막 문제가 늘 끊이지 않지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자막 수준은 그냥 재난 그 자체다. 놀랍게도 거의 모든 콘텐츠(특히 시트콤)에서 되/돼 구분을 아예 못하는데 이건 아주 양반일 정도로 전반적으로 엉망진창이다. 한 에피소드 안에서도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하는 인물들은 그렇다 치고, 맞춤법이 너무 심각할 정도로 엉망이라 관람에 지장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싱크가 안 맞는 작품들이 굉장히 많은데,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싱크를 수정 못해서 그냥 참고 봐야 한다.
어느 정도로 자막이 엉망인지 예를 들자면 <팍스 앤 레크레이션> 시즌 4에서는 '크리스, 잘됐지만 그런 예기 안해도 되요'라는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죄다 틀린 번역으로 혈압을 오르게 하고, <사인필드> 시즌 2에서는 '센트럴 파크'를 '중앙 공원'이라고 그냥 직독 직해하여 헛웃음을 자아낸다.
특히 <팍스 앤 레크레이션>은 시즌 3을 기점으로 자막이 너무 처참할 지경이라 참다못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고객 센터에 컴플레인 메일을 영어로 보내기도 했다. 서비스를 체크하겠다는 형식적인 답장이 오긴 했지만, 지금 하는 걸로 봐서는 앞으로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황석희 번역가의 페이스북 페이지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넷플릭스와 달리 한국어 자막 서비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 베테랑 번역가들이 아닌 해외 번역 업체와 일하는 해외 거주자나 유학생 혹은 외국인에게 일감을 줘서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이 글을 보고 나니 왜 자막들이 하나같이 맞춤법도 틀리고 어휘나 표현들이 자연스럽지 않은지 알 수 있었다. 국내 정식 론칭 이후에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추가) 2020년 12월 <사인필드>가 다시 업로드된 것을 보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재구독했는데, 자막 퀄리티가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전처럼 비문이나 맞춤법이 틀린 부분, 싱크가 안 맞는 부분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번역도 꽤 자연스러워짐. 아마 자막을 새로 입히거나 대대적으로 수정을 한 것 같은데 꽤 만족스럽다. 다른 콘텐츠들도 천천히 시청하면서 전반적인 자막 퀄리티를 다시 확인해볼 예정.
단점 2) 콘텐츠 부족
넷플릭스/왓챠 플레이에 비교하는 게 실례일 정도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국내에 제공 중인 콘텐츠는 굉장히 빈약하다. VPN을 우회하여 미국 서버로 이용하지 않는 이상 국내 콘텐츠는 거의 볼 게 없다. 그나마 얼마 전까지 <30 락>, <팍스 앤 레크레이션>, <사인필드> 등 국내에 서비스되지 않는 시트콤들이 제공되었지만 1월 30일부로 서비스가 중단됐다(개인적으로도 이런 시트콤들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했던 거라 바로 구독을 취소하기도 했다). 몇몇 국내에서 정식 루트로 찾기 힘든 영화들이 있기는 하나, 소수에 불과하다. 최근에 시트콤들과 함께 영화들도 대거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남은 건 자막 없는 인도 영화들 뿐이다. 국내 서비스를 앞두고 단장 중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엔 볼만한 작품들이 갖춰져 있지 않다.
단점 3) 제멋대로인 콘텐츠
서비스되는 작품들이 거의 없기도 하지만, 뭔가 좀 중구난방이다. 영상은 서비스되지만 자막은 없는 콘텐츠들이 수두룩하고, 분명 한글 자막이 없다고 소개된 작품임에도 멀쩡하게 자막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한글 자막은 없지만 한글 더빙만 있는 작품도 있고, 자막은 나오지만 띄어쓰기 없이 죄다 붙여 쓴 자막이 나오는 작품도 있다. 쉽게 말해서 제대로 검수를 안 하는 것 같다. 이용자가 적으니 그냥 서비스하는 것일 수도 있고. 덕분에 볼만한 작품들은 더욱 줄어든다.
단점 4) 광고
타사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모바일로 어플을 사용할 때, 그리고 PC로 작품을 감상할 때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 광고가 나온다.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지만 감상할 때마다 매번 광고를 끄는 것도 귀찮다. 그리고 자사 콘텐츠가 몇 개 없는지라 몇몇 인기 콘텐츠만 주구장창 나온다. 그래서 뭔가 더 라인업이 더 빈약하고 부실해 보인다.
여기까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반년 간 사용하면서 느낀 여러 장단점들을 나열해봤는데, 앞으로 국내에 정식으로 서비스가 론칭되면 분명 바뀔 점들이 많기는 하다. 넷플릭스와 왓챠 플레이, 그리고 웨이브 등 다양한 서비스가 국내에서 경쟁하고 있는 현재,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어떻게 자신들만의 장점을 어필하여 정착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