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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조할인 Dec 29. 2020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 후기

죽음도 삶의 일부임을 받아들인다면

요즘은 '믿고 거르는 넷플릭스 영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의 퀄리티가 꽤 괜찮아진 편이다. 고퀄리티의 오리지널 드라마, 들쭉날쭉한 완성도의 오리지널 극영화들에 비해 언제나 평균 이상의 콘텐츠를 쏟아낸 넷플릭스 카테고리가 있었으니 바로 다큐멘터리다. <살인자 만들기> 같은 경우는 개국공신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아카데미에서는 <화이트 헬멧 : 시리아 민방위대>,  <이카루스>, <피리어드 : 더 패드 프로젝트>, <아메리카 팩토리>를 통해 2017년부터 4년 연속으로 장단편 부분을 수상해왔고, <타이거 킹 : 무법지대>도 2020년 최고 히트 콘텐츠 중 하나다. 이처럼 '믿고 보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부문에 또 한 작품이 추가되었으니, 바로 <딕 존슨이 죽었습니다>이다. 



오랜 세월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으로 일했고, 연출작도 선보인  '커스틴 존슨' 감독은 자기 아버지 '딕 존슨'의 이야기를 담기로 결심한다. 재밌는 점은 '딕 존슨'의 죽음을 다룬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상당히 유머러스하게, 꽤 진지한 리허설을 통해서 말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일이지만, 자신의 죽음을 직접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딕 존슨'은 곧 자신 앞에 닥쳐올지도 모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부녀 간의 놀이처럼 즐겁고 경쾌한 태도로 다룬다. 죽음을 연습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도 결국 자기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받아들인 부녀의 짓궂은 농담들은 죽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긍정하게 만든다.   



이 다큐는 한 부녀의 아주 사적인 이야기이면서도, 죽음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다룬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큰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누구나 태어나서 딱 한번 살고 죽음이라는 공통된 결과를 맞이한다. 하지만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써 내려가는가는 자신의 몫이다. 자신이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를 기억하고 떠날 수 있는 '딕 존슨'의 유쾌한 이별 연습은, 우울하기 그지없었던 2020년의 삶에 따뜻한 긍정의 위로를 전해준다. 



P.S. - 2021년도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도 넷플릭스가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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