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과 재미가 비례하진 않더라
2020년 코로나 19가 극장가를 강타하며 여러 한국 영화들이 넷플릭스 행을 택했다. 넷플릭스의 새해 첫 포문을 연 <차인표>도 그중 한 편이다. <차인표>는 시놉시스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영화다. 정직한 제목처럼 실제로 '차인표'가 '차인표'로 출연한다. 해외에서는 이런 메타 픽션들이 간간히 나오는 편이다. 사실 <차인표>가 처음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비슷한 내용의 영화인 <JCVD(장 끌로드 반담이 장 끌로드 반담으로 나오는 블랙 코미디 영화)>의 리메이크인 줄 알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여하튼 <차인표> 또한 '차인표'가 가진 대표적인 이미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그런 영화다. 영화 속에서도 여러 번 강조되듯이 '진정성'은 진하게 묻어 나오는데, 영화의 진정성과 콘셉트에 비하면 재미는 영 아쉽다.
<차인표>의 가장 아쉬운 점은 코미디 영화인데 별로 안 웃기다는 것이다. <극한직업>을 제작했던 '어바웃 필름'의 코미디 영화라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아무래도 <극한직업>은 이병헌 감독의 역할이 컸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선 코미디의 타이밍이 아쉽다. 쉽게 말해서 웃긴 얘기를 너무 재미없게 한다. 나쁘지 않은 각본임에도 코미디 센스가 너무 부족하다 보니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이 지루하게만 느껴진다. 같은 각본을 가지고 다른 코미디 영화 전문 감독이 연출했으면 이보다는 훨씬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코미디는 감각인데, <차인표>는 이러한 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웃기지 않은 코미디 영화가 되고 만다.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던 이유는 제목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내세운 배우 '차인표'의 엄청난 희생 정신과 용기가 아까워서다. '차인표'는 이번 영화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은 것처럼 망가진다. 배우의 '진정성' 하나만큼은 제대로 느껴질 정도로 자신이 가진 이미지들을 마음껏 희화화하고, 이전에 보지 못한 모습들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면서 이야기가 자신을 가지고 놀도록 내버려 둔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차인표'의 희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