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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송인 Apr 09. 2022

ADHD를 지닌 사람의 눈으로 본 개인지식관리(PKM)

Marie Poulin, Jesse J. Anderson, Bryan Jenks, Karaminder Ghuman: PKM Through the Lens of ADHD - YouTube


'ADHD를 지닌 사람의 관점에서 본 PKM'이라는 타이틀에 끌려서 보게 된 영상입니다.


PKM(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systems)은 개인지식관리 체계의 약자입니다. 위키피디아에 정의가 아래와 같이 나옵니다.


Personal knowledge management (PKM) is a process of collecting information that a person uses to gather, classify, store, search, retrieve and share knowledge in their daily activities (Grundspenkis 2007) and the way in which these processes support work activities (Wright 2005).
개인 지식 관리(PKM)는 개인이 일상 활동에서 지식을 수집, 분류, 저장, 검색, 인출 및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보 수집 과정이며(Grundspenkis 2007) 이러한 과정이 업무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을 가리킨다(Write 2005).


위 정의와 무관하게, 제가 이해하기로 PKM은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자기 관심사에 맞는 어떤 정보들을 수집하여 필요할 때 다시 찾아보기 편하게 만드는 저마다의 분류 체계입니다. 어떤 잘 확립된 보편적 체계가 아니라 각자가 구성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끊임없이 수정해 나가는 그런 살아 있는 체계에 가깝습니다.


극단적인 비유들 들면, 백 개의 정보가 있다고 할 때 ADHD를 지니지 않은 사람이 열 개 정도의 주요 정보에 초점을 맞추고 중요하지 않은 나머지에 주의를 두지 않을 수 있다면, ADHD를 지닌 경우 중요한 열 개의 정보뿐만 아니라 중요하지 않은 나머지 구십 개의 정보에도 초점이 분산되기 쉽습니다. 뇌가 끊임없는 자극을 원하다 보니 중요하지 않은 정보에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억제하는 힘이 약해집니다.[1]


이 영상에 등장하는 세 명의 패널은 진단을 알게 된 시점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1년 전 vs 15년 전) 모두 ADHD 진단을 받았고, PKM이 일상생활(직업이나 대인관계)에 순기능을 하는 측면이 있음을 언급합니다. PKM이 만능해결사는 아니고 여전히 주의력 조절 실패로 인한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지만, 세 패널의 얘기를 들어보면 PKM은 분명 주의력을 조절하는 실행기능을 강화합니다.[2] 이를 통해 가족이나 연인과의 관계의 질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삶의 질을 올려주는 면이 있고, 이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 PKM을 구축할 만한 이유가 보는 듯합니다.


일례로 유튜브에서 노션(Notion) 관련 컨텐츠로 삼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지닌 Marie Poulin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자신은 기억할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Marie는 노션을 활용하여 PKM을 구축함으로써 허드렛일을 비롯한 일상의 모든 일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기록/저장/데이터베이스화[3]하는 동시에, 배움이나 통찰의 씨앗을 붙들어 두고 더욱 정교하게 확장해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삶을 완전히 뒤바꾼 game changer라고까지 말하네요.


다른 패널인 Bryan Jenks는 스스로를 Information Technology Specialist라고 말합니다. Bryan 역시 유튜브에서 생산성, PKM 등을 주제로 활발히 활동 중입니다. ADHD와 Autism 을 진단 받았고요. Bryan은 원하는 정보를 필요할 때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PKM의 장점이라고 말합니다. 폴더를 잘 정리해 놓아도 한참 지나 원하는 정보를 찾아야 할 때 그 정보를 어디에 저장해 두었는지 검색을 해도 찾을 수 없어 답답했던 경험이 많이 있으실 텐데요. PKM의 핵심 중 하나는 필요한 정보를 필요할 때 빠르게 찾는 것이며, 옵시디언 같은 툴은 분명 PKM의 이런 특징에 잘 부합합니다(반면 노션은 속도가 느릴 뿐만 아니라 검색 기능의 부족함이 많아 보입니다).[4]


PKM의 목표 중 하나는 생산성(productivity)을 높이는 것이고, 인터뷰어는 패널들에게 ADHD를 지닌 사람이 주의를 쏟아야 할 것에 주의를 쏟고, 할 일들을 잘 해냄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팁을 물어봅니다.


Marie는 통용되는 생산성 전략이 자신에게 안 맞을 수 있고,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일례로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라는 조언은 자신에게 맞지 않으며, 자신은 작고 쉬운 일부터 처리하여 추후 일처리의 동기를 강화하는 모멘텀을 만든다고 말하네요. 또한 연, 월, 주별로 중요한 목표를 생각하고 그 목표를 중심으로 방해자극을 걷어내고 오늘 하루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여 행동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Marie는 한 사람이 지닌 에너지의 정도가 시간에 따라 다르고, 이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싶을 때는 무언가를 더 하려고 애쓰지 않음으로써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려 한다네요.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하루 단위가 아니라 더 큰 시간적 맥락에서 볼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일 테고요.


또 다른 패널인 Jesse J. Anderson은 출간을 앞둔 Refocus: A Practical Guide to Adult ADHD의 저자로서, 일의 긴급성이 동기 부여에 중요하고 마감기한이 임박해서야 해야 할 일들을 해낸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런 특성을 알기 때문에 긴급하지 않을 때도 뽀모도르 시계를 보면서 데드라인을 시작적으로 느끼는 것이 일의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요. 이 부분은 ADHD를 지니지 않은 사람에게도 유용한 언급이라고 생각합니다.


Bryan은 todoist 및 캘린더를 사용하여 해야 할 일의 목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Marie가 강조했던 것처럼 Bryan도 목록에 없는 것은 할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하루에 해야 하는 일이 50개 정도 목록에 있다고 하는데, 양치질과 같은 기본적인 것도 빠짐없이 다 들어가 있는 듯합니다. 이런 Bryan의 특성을 아는 연인이나 가족은 Bryan에게 어떤 일이 캘린더에 적혀 있는지 물어볼 때가 많다 하고요.


PKM(영상에서의 정확한 워딩은 second brain[5])이 없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지 묻자 Marie는 "완전한 혼돈(pure chaos)"라고 답합니다. Bryan은 유튜브에서 자신이 이만큼 인기 있을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하고, Jesse는 책을 못 쓸 것이라고 말합니다. Marie와 Jesse 모두 PKM이 있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해낼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마지막에 유튜브 라이브를 보던 시청자의 질문이 저도 궁금했던 부분입니다. PKM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실행기능이 요구되는데 ADHD를 지닌 사람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물음입니다. 이에 Jesse의 말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so rather than trying to make my system perfect and having all the right automations i try to make my system portable and really easy to so that when i see this shiny new cool thing i want to try out i can easily kind of transfer my stuff there without fearing that i'm going to lose stuff...


완벽하게 만들려고 하지 말고 다른 데로 옮기기 쉽게 만들라는 조언이네요. 노션이 한창 잘 나가다가 요즘에는 옵시디언을 비롯하여 대안적인 프로그램들이 많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유용한 PKM 툴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Jesse의 말이 ADHD를 지녔는지 여부에 관계 없이 중요해 보입니다.


Marie는 스스로에게 맞는 PKM을 구축하기 까지 긴 시간(1년 반?)이 필요했다고 말하네요. 시행착오를 많이 거친 것 같은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PKM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Jesse의 말처럼 완벽하게 체계를 만들려 하기보다 날마다 조금씩 자신에게 맞는 틀을 갖춰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날마다 옵시디언을 공부하고, 어떻게 하면 제게 맞는 PKM을 옵시디언에 구축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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