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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고 Aug 08. 2022

데이터를 볼 수 없는 회사에서 디자인 검증하기

현실적으로 Data driven UX 하는 법

Data driven UX

항상 디자인은 예쁘다, 편하다, 좋다는 식의 평가만을 받기 쉬운 분야였다. 하지만 이제 디자인을 정량적인 데이터로 평가하는 문화가 생겨났고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해 이제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적용하려는 노력들이 생겨나고 있다. 업계를 선도하는 스타트업들은 이러한 Data driven UX 방법론을 적극 활용해 사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왜 디자인을 데이터로 검증해야 할까?

더 빠르게 우리 제품의 문제를 발견하고, 어느 곳에 어떤 방향으로 메이커들의 리소스를 투입해야 할지 알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당장 이번 스프린트에 우리 팀이 어떤 일을 해내야 할지 제대로 정하기 위해서다.



쇼핑 앱 회원가입 기능으로 데이터 기반의 디자인 과정을 살펴보자.

[아이디 입력 - 비밀번호 입력 - 이름 입력 - 닉네임 입력 - 이메일 입력 - 휴대폰 번호 입력 - 주소 입력 등]의 과정을 거쳐 회원가입을 완료하도록 디자인했다. 우리 회사 사람들은 회원가입 페이지가 깔끔하다며 좋아했다. 디자이너도 결과물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정말로 사업의 목표를 이룰 수 있으며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잘 디자인된 화면일까?

데이터를 확인하기 전까진 전혀 알 수 없다. 지금부터 데이터를 활용해 회원가입 기능에서의 문제를 발견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살펴보겠다.




1단계.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다

사실은 회원가입 페이지에 진입한 사람이 100명이라 했을 때, 1명만 가입을 완료하고 있을 수도 있다. 고작 1%의 전환율이 나오는 기능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 아무리 우리 팀은 만족스러워했던 디자인일지라도 비즈니스 성공을 이끄는 디자인은 아닌 것이다.




2단계.
문제를 뾰족하게 정의하고 원인과 솔루션 가설을 세운다

'회원 가입'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유저가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퍼널 중 어디에서 많이 이탈했는지 상세하게 데이터를 뜯어보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왜 여기서 이탈이 많았는지 원인을 분석한 후, 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제품 개선안을 세운다.


이를 데이터, 원인 가설, 솔루션 가설로 정리해서 예를 들어 보겠다.



Example 1)

데이터 : '닉네임 입력'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인 가설 : 고객들은 닉네임을 짓는 게 별게 아니지만 고민스럽다.

→ 솔루션 가설 : 닉네임을 임의로 부여한 후 고객이 나중에 수정할 수 있도록 하면 회원가입률이 오를 것이다.
원인 가설 : 고객들이 쇼핑앱에서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닉네임을 입력하게 해 회원가입 더 귀찮게 만들고 있다.

→ 솔루션 가설 : 닉네임 입력 필드를 없애면 회원가입률이 오를 것이며, 닉네임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도 없을 것이다.



Example 2)
데이터 : 배송지로 쓰일 필수 정보인 ‘주소 입력'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인 가설 : 고객들은 회원 가입할 때에는 당장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까진 없기 때문에 배송지를 입력해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낀다.

→ 솔루션 가설 : 주소 입력을 회원가입에서는 제거하고 대신 물건 구매 시 배송지를 입력받으면 회원가입 전환율도 오르며 구매 단계에서의 이탈도 크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주의점.

정성 데이터가 더해져야 가설의 정확도가 높아진다.

정량 데이터를 활용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유저의 실제 마음은 데이터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저가 이 페이지를 볼 때 느끼는 감정, 어디까지 이해했는지,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이유에 대해서는 정량 데이터만으로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왜 회원가입 기능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유저 입장에서의 진짜 원인을 알아내고 싶다면, UT를 통해 정성적인 데이터도 함께 수집해 분석할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면 더욱 정확한 가설을 세울 확률이 올라가며 더 빠르게 더 큰 디자인 임팩트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유저에게 가장 큰 페인 포인트가 무엇인지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좋을지 우선순위를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더 많은 가설 사례와 좋은 가설 세우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3단계.
가설이 맞는지 검증한다

앞서 세운 솔루션 가설을 제품에 적용한 후 효과를 데이터로 살펴본다. 디자인 개선 전과 후 데이터 변화를 살펴보거나, 정확하게는 A/B 테스트를 통해 솔루션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목표한 만큼 데이터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가설이 맞았다는 것이다.


예상만큼 효과가 좋지 않다면 가설의 일부만 맞았거나 가설이 틀렸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데이터 분석에서 나온 러닝을 토대로 또 다른 가설을 시도해보면 된다. 이것이 디자인 이터레이션이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제품 개선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회원가입을 얼만큼 완료하는지, 디자인의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헛발질을 줄이고 정확한 문제를 찾아 뾰족하게 개선할 수 있다.


만약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는 회사였다면 회원가입 기능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줄도 모르고 새로운 유저를 유입시키려 광고비를 엄청 태웠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광고로 들어온 유저들은 잘못 디자인된 회원가입 기능에서 제품 구매까지 가지 못한 채 이탈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얼마나 아까운 일인가... 애써 데려온 유저를 그대로 잃는 꼴이다. 제품팀은 왜 광고까지 집행했는데도 고객이 늘지 않는지 모르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고 좌절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량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갖춰진 회사가 아직 많지 않다.

중요성을 아직 모르거나 그럴 여력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전문가가 없으니 못한다는 식이다. 말로는 데이터 드리븐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아닌 곳들도 있다.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을 정확하게 검증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다. 회원가입 기능을 만들어 달래서 만들고, 이번엔 상품 페이지가 복잡한 것 같다며 리뉴얼 해달라고 해서 또 바꾼다. 이러한 식으로 제품을 만들면 그래서 내 디자인이 실제 유저들에겐 쓰기 좋은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너무 찜찜하고 디자인을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없다. 연차는 쌓이고 디자인 스킬은 늘지 몰라도 디자인의 근본적인 목표인 제품 성공과 고객 만족을 이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목마른 디자이너가 어떻게든 데이터로 검증해보자.



정량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발버둥치자.


1. GA(Google Analytics) 도입하기

정량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알리고 우리도 시작해보자고 하자. 그 시작으로 GA(google analytics)를 추천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툴 중에서도 굉장히 쉽고 가벼운 축에 속한다. 무료이면서 도입하기 쉬운 툴로 정말 단순한 지표라도 수집하고 가시화해보는 게 시작이다.


월별 사용자 수라던가, 하루 동안 가입한 사람의 수, 구매율 이런 가장 중요하고 단순한 지표를 몇 가지 뽑아서 기간별로 비교해 확인해볼 수 있게만 하더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단 100만 배 낫다. 데이터를 확인하는 문화가 조금 생겨났다면 앞서 예시로 들었던 회원가입 기능처럼 특정 주요한 퍼널 데이터를 세부적인 단계별로 확인할 수도 있다.




2. 우리 제품의 숫자, 뭐라도 수집하기

GA나 앰플리튜드 같은 데이터 툴을 쓰고 있지 않더라도 사업에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지표들은 수집되고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쇼핑앱이라면 최소한 월 거래 건수, 매출, 유저 수 같은 숫자는 팀원 중 누군가가 하다못해 엑셀이나 구글 시트에라도 수집하고 기록해놓았을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수소문해보고 또 앞으로 위클리나 먼쓸리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제안해보자.


이렇게 공유받은 주요한 몇 가지 지표로 내 디자인의 효과를 검증할 수 있을지 확인해보자. 다른 큰 변수는 없이 회원가입 디자인에만 변경을 했다면 월 신규 유저수의 증가와 거래건수, 거래액이 긍정적인 변화는 디자인의 개선 때문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3. 수집한 데이터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예를 들어, 회사에서는 월 거래 건수만 엑셀에 수집하고 있었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수치를 월 단위로 쪼개서 계산해보고 월 거래 건수 상승률을 계산해낼 수 있을 것이다. 월별 10% 정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었는데 디자인 개선안 배포 후 30%로 뛰었다는 식으로 성과를 증명할 수 있다.


특히 초기 스타트업은 숫자가 작고 귀엽기 때문에 더욱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월별 회원 수가 평소엔 1달에 5,000명씩 늘던 것이 회원가입 개선 후 10,000명씩 는다고 해보자. 월 회원가입 유저 10,000명 상승이라 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임팩트가 적어 보이며 이게 얼마큼의 임팩트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기존 월별 신규가입 회원 수 대비 2배 더 높은 유저 상승을 이뤄냈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한, 수치를 어떻게 표현해야 더 임팩트가 크게 느껴질지도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 숫자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해보자. 월별 성장률을 막대그래프로 나타낼 수도 있겠다.




정량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싶다면 이 두 책을 추천한다.

Lean analytics 린 분석

Data-driven UX




정성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자.

정량 데이터뿐만이 아니라 정성 데이터도 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강력한 데이터이다.

특히 고객이 적거나, 아직 없거나, 고객이 자주 사용하는 특성의 제품이 아닐 경우 더욱 정량 데이터로 디자인 솔루션을 검증하기 어렵다. 이제 막 PMF를 찾아가는 중인 초기 스타트업의 디자이너들에게 특히 정성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추천한다.



1. UT (사용성 테스트) 하기

앞서 회원가입 기능 개선을 예로 들면 고객에게 우리 쇼핑 앱에서 원하는 제품을 찾은 후에 구매해달라고 태스크를 주면 된다. 그러려면 회원가입이라는 태스크를 끝내야 하는데 그때 고객이 어떻게 회원가입 과정을 수행하는지, 수행하면서 어떤 어려움을 마주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나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내가 경험했을 때 UT가 정말 너무 좋지만 하지 않게 되는 가장 큰 장벽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을 이해하지 못하고 결정한 디자인으로 인해 기능을 고쳐서 또 한 번 개발하게 되는 것을 고려했을 때, UT가 10배 이상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이 할 필요도 없다. 마음을 가볍게 먹자. 5명 중 3명이라도 공통적으로 회원가입 때 입력해야 하는 항목을 많다고 느끼는 것을 발견한다면, 유의미하다. 사실 5명 중 1명의 의견도 유의미하다. 소수만 느끼는 문제인 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UT 대상자를 구했는데 그중에 정말 특수한 케이스의 사람이 뽑히기도 확률적으로 어렵다. 대부분은 일반적인 유저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UT는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기에 매우 좋다. 우리 고객들의 일상과 동기, 멘탈모델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UT를 잘 설계하고 진행하는 방법은 다른 글로 추후에 작성해보겠다.)




2. Hotjar(핫자) 도입하기

Hotjar로 유저의 제품 사용 모습 화면 녹화본으로 보기

Hotjar 도입을 정말 추천한다. Hotjar를 쓰면 고객들이 우리 제품에 들어와서 어떻게 이용하는지 비디오로 확인할 수 있다! UT로는 알 수 없는 날것 그대로 유저의 프로덕트 사용 모습을 알 수 있다. UT는 아무래도 참여자 본인이 관찰당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실제로 유저가 자신의 디바이스로 프로덕트를 사용하게 되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실제와는 다른 행동을 보일 확률도 사실상 높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감안하고서라도 진행했을 때 고객을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UT는 꼭 해야 한다.)


그에 비해 Hotjar는 고객의 정말 솔직한 사용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모습들이다.

중요할 거라 생각해서 길게 썼던 안내 문구를 전혀 읽지 않고 아주 빠르게 스크롤하는 모습
정말 중요한 서비스의 기능을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해놨지만 보고도 누르지 않는 모습
회원가입 페이지가 뜨자마자 아래로 스크롤해 입력 필드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한 후 매우 빠르게 뒤로 가기를 누르는 모습

이런 ‘고객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다면 디자인 가설을 세우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hotjar로 히트맵을 확인

또한 Hotjar에서는 히트맵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페이지에서 고객이 어디를 가장 많이 클릭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파란색 < 초록색 < 노란색 < 빨간색 순으로 고객들이 많이 눌러본다는 뜻이다.


아직 고객의 수가 적은 상황에서는 크게 유의미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이런 사실들이 나올 수 있다.

버튼이 아닌데 버튼인 줄 알고 눌러보는 유저가 많다는 것
 화면에서 유저에게 가장 중요한 태스크라 생각해서 위계를 높여 디자인했던 버튼이 있었지만
오히려 크게 눈에 띄지도 않는 다른 버튼을  많이 누른다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고객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되는 순간


처음엔 크게 충격적일 수 있지만 이제라도 알게 된걸 다행이라 생각하고 디자인 개선에 활용해보자. 그럼 점차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또한 가장 좋은 점은 유저의 실제 행동과 내 예상의 싱크로율이 점차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디자인하면, 유저가 이렇게 생각해서 안 누를 것 같은데?” “이렇게 쓰면, 유저는 아예 읽지도 않을 것 같은데?”라는 예상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빠르게 더 최선의 디자인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게 진짜 디자인 역량이 성장하는 것 아닐까.






마치며

데이터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 아예 회사에 한 명도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라도 문제의식을 느끼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답답한 나라도 조금씩 실행하면 된다.


나서서 하겠다는데 굳이 말릴 사람은 없다. 한 번이라도 정량, 정성 데이터를 활용해 임팩트를 내는 경험을 회사에서 하게 된다면 다른 팀원들도 그 중요성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더 쉬워진다.


좋은 가설을 세우고 실력있는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되는 더 자세한 방법은 아래 책에 모두 정리해두었다. 더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참고바란다.

https://kmong.com/self-marketing/487572/YshSOfpdP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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