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작고 너무 하찮은 것이 누워서
내가 가는 길마다 고개를 돌린다
낼 줄 아는 소리라곤
에어큰 에어콘이 다인데
밀린 젖병 설거지 하던 나는
두 손을 휙휙 흔들거리며 다가가
초롱초롱 두 눈 안에 큰 얼굴을 넣고 고백한다
그래 나 너 사랑한다 됐냐
다시 설거지 하러 가는 길
녀석은 그럼 그렇지 안심하듯 몸을 돌려
중독자마냥 오른손 엄지를 빨아댄다
쭉쭉쫙쫙 쭉쭉쫙쫙
그럼 나는 가던 길을 멈춰
쪽쪽이를 들고 달려간다
거참 고만 빨라고
녀석이 웃고 나도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