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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캥거루 May 04. 2019

싫어하는 것들의 멘토링

직장생활에서 배우는 Not to-do list

 간밤 아재의 들숨 날숨 냄새에 방에 쉰내가 나는 것 같다. 분명 나의 들숨날숨이겠지만 싫다. 침대 옆 깜빡 틀지 않고 잠든 디퓨저를 그때서야 틀었다. 싫어. 어딘가에도 쉰내가 배면 안돼. 발을 질질끌며 거실 화장실로 들어갔다. 칫솔을 우걱우걱 쑤시면서 마주한 얼굴, 아 이제 진짜 늙어가나보다, 싫다. 아무래도 오늘 저녁엔 팩이라도 해야겠다.


 화장실 입구에 하나 하나 벗고 들어가 샤워꼭지를 꺾고, 거품을 내고, 벅벅거리기를 한창, 머리 한올한올 혹시나 빠질까 세상 부드럽게 문지르기를, 아빠가 벌컥 화장실 문을 연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 손을 벌린채로 쳐다보는데, 아빠는 그대로 자기 칫솔을 들고 세면대에서 우걱우걱 칫솔질을 한다. ‘아 쫌!’소리를 지르려다 속으로 삼켰다. 왜 굳이 안방 화장실을 두고 나 씻는데 라고말하면, 당신 칫솔이 여기있으니 그러겠다 싶었기에. 그래도 싫다. 벌컥벌컥 화장실을 열어 막 들어오는 것.


 허둥지둥 집에서 튀어나와 버스를 탔다. 여유롭게 줄을 서 버스를 타기를 저기 뛰어 달려드는 아주머니는 앞으로 나란히 양손을 뻗어 길을 트며 새치기를 한다. 싫다. 나는 앞으로 여유롭게 살자 아니면 차라리 늦자.


 지하철 입구는 항상 붐빈다. 그 와중에 아재들은 적어도 삼분의 일쯤은 핸드폰을 가로로 들고 그걸 보며 걷는다. 보통은 밤새 하지못했던 게임이겠지. 이 추운날씨에 손도 안시려운지 그들이 존경스러우면서도 애처롭다. 그중 어쩌다 나랑 부딪힐 뻔한 아저씨 하나, 싫다. 나는 걸어다니면서 핸드폰은 하지 말아야지, 세로든 가로든.


 아침 여덜시의 만원 지하철, 낑겨있기를 앞의 아저씨 후드 깊은 곳에서 빨래 쉰내가 난다. 나는 숙였던 고개를 치켜들었다. 싫다. 아 올해는 집에 건조기를 꼭 사야겠다.


 생각하기도 싫은, 싫어하는 것들이 가득한 아침 회의가 끝났다. 싫다. 아 높은사람 되면 나는 회의는 반기에 한번만 해야지.


 어영부영 점심시간이다. 오늘은 유난히 말이 많은 어르신을 모시고 밥을 먹어야 한다. 우리는 미리 예약해둔 어디 싸구려 다다미 일식집에 갔다. 차례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기를 먼저들어간 어르신은”어우 춥다”를 연발하며 진회색 무좀양말을 신은 발바닥을 손바닥으로 마구 문지른다. 다다미 방문을 닫으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싫다. 나중에 발이 문드러지더라도 발가락 양말은 신지 않을테다.
 마주앉은 시간, 나에 대해 묻지 않아 참 다행임에도, 최소한의 리액션은 필요했다. 어르신은 자리에 앉자마자 스토리텔링을 시작했다. “나때는~ 옛날에는” 그는 쩝쩝소리를 베이스로 적절히 섞어 이야기를 멈추지 않는다. 사이사이 보이는 당신 입속의 내용물은 적당한때 나의 수저를 내려놓게 했다. 이 장면을 기억하자. 쩝쩝이, 나는 당신의 옛날이 싫다. 그리고 훗날 나의 옛날이야기도 다른이에게 싫을 것임을
     
 고작 반나절을 보내기를 생각해보니 참으로 싫어하는 것들 투성이다. 내가 깐깐하고 예민스러운건가 반성을 시작해본다. 그러다 다시 생각해보니 또 그런것만은 아닌거 같다. 열거한 저것들이 어쩌면 보편적으로,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이들이 싫어하는것 아닌가? 상황에 따라서 저것들이 좋을때도, 좋을 사람도 있겠지만 보통은 피하고 싶어하는 것들일테다.
 다만 내가 고민하던건 그것에 대한 반응이다. 싫음을 숨기지 못해 유별나게 유난스런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차갑고 고상한척 하는 사람으로 보여질 나의 이미지였다. 나는 싫어요가 얼굴에 바로 드러나는 사람이다 보니까 말이다. 나의 그 무의식적 표정은 상대방에게 민망함 또는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말이다. 그건 좋지 못하다. 아무래도 점점 싫은게 늘어나는게, 좀 더 생각자체를 달리하고 받아들여야 함을 느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해오던대로, 싫어하는 것에서 배움을 얻고, 그도 그럴수 있음을 포기하고 그냥 연기를 잘하자. 왜? 사회생활이니까
    
 쩝쩝이와 밥을 먹고 담배를 피러 옥상에 올라갔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쩝쩝이의 과거, 전설적 이야기는 그칠 줄 몰랐다. 나는 다짐한대로 리액션의 텐션을 일부러 올렸고, 꼬아듣지말고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싫다고 피할수 있는건 아니니까. 듣다보니 또 재밌는 부분도 있었다. 다만 쩝쩝이의 삐져나온 코털이 거슬릴뿐, 그러거나 말고나 좋다 그래 너는 그대로 삐죽 나와있어라. 나는 그냥 네가 보여준대로 오늘 저녁엔 내 코털을 정리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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