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커피 한잔 #1 커피의 맛
어릴 때부터 커피를 좋아했어요. 프리마 세 스푼, 설탕 다섯 스푼, 커피는 너 다섯 알. 제 나름의 레시피도 있었습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던 음대생 시절엔 스타벅스 그란데 사이즈 라떼에 건빵 한 봉지로 하루의 끼니를 대신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스무 살 무렵부터는 친구를 만날 때, 혼자 시간 보낼 때, 과제나 작업을 할 때엔 늘 손에 커피를 쥐고 있었어요.
커피는 이제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라이프 스타일은 SNS와 결합되었고, 우린 일상에 달짝지근 짭쪼름한 간을 더해 SNS에 공유합니다. 일상과 판타지가 섞인 라이프 스타일 키워드 안에서 커피는 여유, 감성, 그리고 트렌드세터, 힙스터의 이미지를 더합니다.
이런 흐름 때문에 커피 시장이 어떻게든 사진 한 장 띄워보려는 공간 꾸미기에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은 허세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어요. 과정 속에서 소비자는 까다로워졌고, 지금은 돈으로 가치를 삽니다. 그것이 공간이건 맛이건 유명세 건 소비자에게 가치로 치환되는 매력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럼 공간과 맛 유명세 중에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커피 회사 다니는 입장에서 공간은 기본 옵션, 맛은 자존심, 유명세는 결과라 생각합니다. 프린시플 커피 컴퍼니의 플래그쉽 스토어가 오픈을 코앞에 둔 지금 "커피맛"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개 나눠보고 싶어요.
커피 업계는 좋은 커피를 소개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습니다. 매해 오지나 다름없는 커피 산지에서 유랑하고, 로스팅에 전념합니다. 퍼블릭 커핑 등 고객을 위한 커피 교육 프로그램은 좋은, 나쁜, 취향에 맞는 커피를 선별할 수 있는 까다로운 고객층을 만들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 모든 건 세일즈 보단 커피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직업적 소명에 가깝습니다.
10여년전 전 세계 커피 업계는 써드 웨이브로 접어들었습니다. 커피 열매 각각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중점이 되어 재배와 가공이 전문화되고 신선한 로스팅과 숙련된 추출이 요구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주변에 스페셜티와 싱글 오리진 커피 전문점이 부쩍 늘어난 지금, 소비자의 시선은 원두에 닿아 있다고 봅니다. 커피가 복잡해지는 지점이에요. 커피는 음식과 같아서 같은 원두를 같은 굵기의 같은 양으로 같은 기계에 같은 사람이 내려도 매일 맛이 다르니까요. 그래서 지금의 시선에서 한번 더 깊이 들어오시길 제안합니다. 커피를 내리는 사람, 바리스타에게 말이예요.
SCA는 전 세계의 로스터, 바리스타, 테크니션을 묶는 국제기구입니다. 커피의 UN 이죠.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쉽을 주최합니다.
IBS는 에스프레소의 종주국이며 커피 산업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이탈리아가 설립한 최고의 커피 교육기관입니다.
전 세계에 단 하나뿐인 향미 분석 기업이죠. SCENTONE은 미각 후각 촉각을 이용해 커피의 아로마를 측정하고 과학적 분석이 가능하도록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계속 기사화되고 있죠. 스타벅스 더종로 리저브 라운지의 에스프레소 머신, 블랙이글의 가격은 3천만 원대입니다. 머신 한대가 이토록 비싼 이유는 복잡한 기술력이 집약되어 있기 때문이며, 이런 기술력에 대응 가능한 엔지니어를 양성하는 곳이 한국 커피머신 산업연구원입니다.
그리고, 이 4개 커피 협회 모두에서 트레이너, 공인 감독관, 교육 총괄 코디를 역임 중인 사람입니다.
결국, 이 모든 이력은 한 단어로 압축됩니다.
_ 쌓아온 모든 것을 커피 한잔으로 말해야 하는 사람들.
프린시플 커피 컴퍼니는 2월 내 하루 3~4곳의 커피 농장을 샅샅이 뒤집어 최고의 커피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4월, 꽃이 피면 플래그쉽 스토어로 인사드립니다.
커피 좋아하세요?
그렇다면, 커피 한잔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만드는 커피를 맛보러 오세요.
프린시플 커피 컴퍼니_Principle Coffee company
남양주시 불암로 109번 길 4-46 1층
인스타그램으로 만나요! https://www.instagram.com/principlecoffee_official/
Just Get PRINCIPLE
영화 위플래쉬에서 주인공 앤드류는 껍데기가 벗겨지고 갈라져서 시뻘건 피가 줄줄 흐르는 손을 차가운 얼음이 담긴 물통에 담가 마취시켜가며 스틱을 휘두릅니다. 당시 위플래쉬 보고 온 분들은 다 물어보시더라구요.
"진짜 그렇게 연습해요?"
진짜 그렇게 연습해요. 전 앤드류와 같은 트레디셔널 그립인데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공연 서고 활동 많이 할 땐 왼손 약지에 손톱이 스틱에 뭉개져서 반만 남아 있었어요.
반가웠습니다.
원래 "어떻게 그렇게 쳐요?" 물어보셨잖아요. "어떻게"를 알게 되신 거예요. 혼자 연습실에 박혀서 손톱 뭉개 뜨리며 어떻게 연습했는지, 그 장면을 통해 들여다보신 거죠. 좋았어요.
커피 세계에 뚝 떨어진 이후 바리스타를 통해 이쪽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와 손목 터널 증후군 환자가 난무하는 힘든 직업 이예요. 이 사람들 역사 화학 물리까지 공부해야 하는 영역도 광범위합니다.
저 길고 긴 이력은 이 사람이 추구하는 커피를 완성하기 위해 찍어온 발자국인 거예요. 눈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 이만큼이라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쏟은 노력은 훨씬 크겠죠. 안타까운게 음악은 무대 위에서 조명받고 박수갈채에 환호받는 맛이라도 있지 이 사람들은 커피 한잔 그게 전부예요.
전 한국의 커피 문화가 건강하게 뿌리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맛있는 것도 먹고 여유 있게 얘기 좀 할까?" 하는 마음을 "커피 한잔?" 하고 간단히 전할 수 있으니까요. 바라는 게 있다면, 공간과 분위기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커피의 맛을 충분히 즐기면서 정말이지 여유롭게 커피 한잔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시간의 가치를 빛내줄 좋은 커피를 드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산지와 가공, 로스팅에서 추출까지 긴밀하게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을 하나씩 전해드리겠습니다.
또 뵈어요~
쓰는이 ; 냐냐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재즈 드러머로 살던 중 대학에 다시 불려 가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교수란 옷이 영 맞질 않아 벗어버리고 몇 가지 재주를 밑천 삼아 프리랜서로 살던 중 정신 차려보니 커피 회사에 잡혀왔습니다. 프린시플 커피 컴퍼니에서 커피 빼고 다 만듭니다. 담당은 과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