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SOS] <37> 사수·동료도 없이 맨 땅에 헤딩 중, 괜찮나요?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다보면 별별 일들이 다 있죠. 퇴근하고 혼술 한 잔, 운동이나 명상 10분에 훌훌 털어낼 수 있는 일이 있나 하면, 편히 쉬어야 할 주말까지 주먹을 불끈 쥐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나요? 혼자 판단하기 어려워서, 다른 직장인들의 생각은 어떤지 조언을 들어보고 싶나요? <컴퍼니 타임스>에게 별별 SOS를 보내주세요. <컴퍼니 타임스>의 에디터들이 직장인들에게 대신 물어보고, 더 나은 직장생활을 위한 방향을 함께 고민합니다.
⭐그 고민, 함께 생각해봐요. 별별SOS에 사연 보내기(링크)⭐
처음 취업한지 4개월이 다 되어가는 신입입니다. 바라던 직군이어서 입사했는데 문제는 회사가 저와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라 그런지 체계도 없고 모든 게 중구난방입니다.
처음엔 신입이고, 맡은 업무가 신입에겐 잘 주어지지 않는 일이라는 것도 알아서, 힘들겠지만 뭐든 열심히 배우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지만 업무적인 조언을 구할 분도, 함께 의논하며 성장할 동료도 없어요. 대표님께 조언을 구하자니 전혀 다른 분야를 하시겠다며 외부 업무가 많으셔서 물어볼 수도 없어요. 그냥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알아야할 게 많은 제게 자꾸 뭘 하라며 일만 맡기세요.
인수인계도 없어서 알아야할 내용도 모르고 있을 때도 많고, 공유해 달라고 해도 고작 며칠뿐이었어요. 맨 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죠. 동료들은 저빼고 다들 같은 직군이어서 서로 공유도 하고, 공감도 하지만 저는 그럴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이런 상황인 걸 입사 전엔 전혀 몰랐고, 지금 전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합니다. 이렇게 제 경력을 쌓아가는 게 맞는 건가요?
⭐10+년 차 에디터
#평점 2점대 회사 여럿 경험한 직장인
#JPHS 애널리스트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Z세대와 조금 멀리 있는 M세대
세상 대부분의 일에 정답은 없다지만 길잡이 역할을 해줄 사수나 고민을 나눌 동료가 회사에 있다면 신입 입장에서 불안감도 가실 테고, 전문성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업무 방식이나 태도, 커뮤니케이션 같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일을 시작할 때 잘 배워두는 건 진짜 소중한 기회죠. 덜 헤매게 되니 시간 낭비도 적고요.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얘기도 해요.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 돈받고 일하는 곳이고 성과를 내는 곳"이라고.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가르쳐준다"는 의미는 '빨리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의미에 가까워요. 학교나 학원처럼 1부터 10까지 다 가르쳐준다는 의미는 아닌 거죠. 선배들도 자기 일을 해야 하니까요. 직접 부딪혀서 경험해야 한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을 거고요.
무엇보다 아무리 명강의를 듣는다고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게 아닌 것처럼, 사수가 있어도 일도 결국 자기가 부딪혀보고 해 봐야 실력이 늘더라고요. 특히 좀 고생스럽기는 해도 좌충우돌, 맨 땅에 헤딩하면서 일했을 때 얻는 것들이 더 큰 부분도 있고요. 맨 땅에 헤딩하면서 해낸 만큼 남들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거든요. 뭔가 ‘해봤다'는 건 이직할 때 써먹을 수 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맨 땅의 헤딩도 기본적으로 만들어낼 만큼 연차가 쌓였거나, 개인적으로 관련 업무 경험이 있거나 타고난 역량이 있을 때에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데 별별이님의 상황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모든 게 처음이니까 기초적인 것 정도는 정보 제공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게 맞거든요. 특히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라면 중요한 부분이고요.
세상에 없던 신규 사업을 하는 부서거나 작은 회사일수록 사수가 없을 확률이 높아지는데요. 신입에게 단순히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과 새로운 일을 경력자도 없이 홀로 있는 신입에게 해보라며 맡기는 건 또 다른 얘기예요. 제대로 일하는 회사였다면 분명 그 새로운 일의 밑그림을 그릴 줄 아는 경력자를 한 명이라도 앉혀놨을 테니까요.
지금껏 봐온 회사들을 보면 일당백이거나 홀로 해내야 하는 회사들은 성과를 내더라도 처우가 충분하지 못한 편이었는데요. 특히 초기 사업인 경우 폭발적인 성장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꼭 필요한 인력마저 투자되지 않아서 일당백으로 일하다 보면 ‘J커브’를 그리며 우상향할 수 있는 일도 그렇지 못한 결과가 나오거나 느리게 성장하다가 타이밍을 놓칠 때도 많았어요.
저라면 우선 일하면서 신입으로 취직할, 더 나은 회사를 찾을 것 같아요. 버틸 거 아니면 탈주는 빠를 수록 좋거든요. 동시에 지금 회사에서는 ‘얻을 건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거예요. 만약 회사가 급여나 사내문화가 나쁘지 않고, 성과를 인정해주는 곳이고 그 업무를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면 제대로 일해볼 것 같아요. 부족한 부분은 요즘 같은 직무끼리 모인 커뮤니티들도 꽤 많고, 온·오프라인에서 성장을 이끌어줄 수 있는 강의들을 들으며 보충할 수 있으니까요.
일을 잘 해낸다면 그 직무에 관해서는 회사에서 유일한 전문가가 되는 거잖아요. 연차 대비 성과를 냈다는 건 실력도 증명된 거고요. 그렇게 하면서 주도권을 쥐고 체계를 직접 만드는 사람이 되는 거죠. 후에 회사에 걸맞는 처우를 요구하거나, 팀으로 키워서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해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고요. 그걸 발판으로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시도해볼 것 같아요.
끝으로 별별이님의 기대와 회사가 일치하는지, 소모품이 아니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지, 미래를 그릴 수 있거나 도모할 수 있는 곳인지를 중점으로 잘 고민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헤딩을 하더라도 그 대상이 날아오는 딱딱한 야구공인지, 헤딩해도 괜찮은 축구공인지 살펴보시고 좋은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0년 차 직장인
#JPHS '중재가' 유형 (JPHS 테스트가 궁금하면 ▶여기◀)
#I와 E 사이에서 오락가락 중인 INFP
#M세대 끝자락에 서서 나도 MZ라 우겨보는 M세대
"체계가 없음. 맨 땅에 해딩"
스타트업의 단점 리뷰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할 일은 많은데 규모는 작고 사람은 없는데 시스템은 만들어가는 중이니 힘들 수밖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스타트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들은 아마 대부분 별별이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중일 겁니다. 실제 다른 별별이님께서도 비슷한 고민을 보내주신 적이 있답니다. (☞<23>첫 직장이 스타트업인데요…괜찮을까요)
회사와 나의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이 회사가 '맨 땅에 해딩' 할 만한 회사인지 따져봐야 겠죠. 앞서 자세히 이야기했으니, 짧게 넘어갈게요. 이 회사, 성장할 만한 곳인가, 당장은 힘들어도 믿고 달리면 로켓이 되어 나를 싣고 하늘로 날아갈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지금은 유니콘이 된 회사들도 작은 스타트업이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 시절 이 회사들도 체계가 없고 중구난방에 수차례 피보팅을 하기도 했고요. 그 안에서 누군가는 가능성을 알아보고 고군분투 해 지금의 회사를 함께 일구어 냈죠. 물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죽하면 현실에 없는 '유니콘'이라고 하겠어요. (☞ 잘 나갈 회사인지 알아보는 방법은?)
'여기는 아니다'는 판단이라면, 내 길을 찾아야겠죠.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거에요.
첫 번째는 신입으로 다른 회사의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인데요. 규모 큰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은 좋은 점이 많죠. 대기업 이름 자체가 이후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데 좋은 스펙이 되는 것이 현실이고요. 지금 별별이님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체계없음' '뭐 하는지 모르겠음' 등의 문제는 적을 가능성이 크죠.
이 선택을 할 경우, 냉정하게 자신의 상황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어요. 지금 내 상황이 원하는 직군과 직무로 신입 경쟁력이 있는지를요. 물론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앞서 말한 '성장가능성이 큰 스타트업'이나 당장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업계에서 탄탄한 기반을 잡은 중견기업도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채용 시장에서 내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무엇을 하면 목표 회사에 입사할 수 있을지를 분석해 보세요. 다행히 아직 신입 4개월 차라면, 원하는 곳에 입사하기 위해 준비 시간을 투입해도 괜찮은 시기일 거예요. 또 요즘은 '중고신입'이라고 경험 있는 신입을 선호하는 경향도 있으니 지금의 회사 경험 역시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고요.
냉정하게 평가해봤을 때, 만족할만한 회사에 신입 입사가 힘든 상황이라는 판단이 섰다면, 경력 이직을 노려봐야죠. 경력 이직의 경우, 지금부터 경험과 실력을 어떻게 쌓아 나가는지,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지에 따라 신입으로 입사하는 것보다 만족스러운 회사에 입사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어요. .
이 경우 '맨 땅에 헤딩'해서 어떤 성과를 이루었다는 경험, 즉 '맨 땅에 헤딩' 자체가 스펙이 될 수 있어요.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해 어떤 방식으로든 성과를 냈다는 것 자체가 별별이님의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업무 방식을 보여줄 수 있고요.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스토리가 될 수 있거든요. 특히나 지금 회사가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면 오히려 뭐라도 하나 제대로 한다면 성과가 될 수 있는 상황일 수 있어요.
다행히 별별이님의 지금 회사는 '원하는 직군'이라고요. 그렇다면 업계는 잘 찾아오신 거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첫 걸음은 잘 내딛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다만, 지금 별별이님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회사가 싫어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업무는 업무대로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그렇다고 퇴사가 맞나 고민하느라 다른 회사 취업 준비도 제대로 못하는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아닐까 싶어요.
신입 4개월 차,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때'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답이 될 수 있다는 얘기! 지금까지 잘 해오신 만큼 앞으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