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범죄라니, 이거 누가 설명해 줄 수 있을려나 ~
유아인 또 새롭다 "성실한 범죄라니!!" 성실한 범죄라니,
이거 누가 설명해 줄 수 있을려나 ~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장르불문 독보적인 캐릭터 계보를 써 내려가고 있는 유아인이 범죄 조직의 소리 없는 청소부 ‘태인’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것 같다. 어떤 연유에서 인지 말을 하지 않는 ‘태인’은 어쩌다 맡은 의뢰로 인해 계획에도 없던 범죄에 휘말리게 되면서 모든 것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인물이다.
유아인은 말없는 ‘태인’을 맡아 러닝 타임 내내 대사 한마디 없이 섬세한 눈빛과 세밀한 몸짓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 흡입력 있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근면 성실하게 일하는(이 모순 되는 상황 설정에서 혀를 내두르게 된다). ‘태인’의 생활연기를 위해 삭발 투혼은(이 영화에서의 삭발 분위기는 영화 '#살아있다'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15kg의 체중 중량까지 외적인 변화를 꾀하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유아인의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아인의 작품에 대한 이해와 캐릭터 ‘태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태도가 매우 견고해 보였다. 유아인 배우와 아역배우 문승아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를 추천할 이유가 충분하다.
:: 영화 정보 ::
개요 : 한국, 범죄 드라마
감독 : 홍의정 (대표작_단편 영화 '서식지'(2017))
출연 : 유재명, 유아인, 문승아
개봉 : 2020년 10월 15일
관람 : 2020년 10월 17일
:: 영화 속으로 ::
범죄 조직의 하청을 받아 근면성실하고 전문적으로 시체 수습을 하며 살아가는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 어느 날 단골이었던 범죄 조직의 실장 ‘용석’에게 부탁을 받고 유괴된 11살 아이 ‘초희’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아이를 돌려주려던 두 사람 앞에 '용석'이 시체로 나타나고,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두 사람 전혀 악의도 없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획에 없던 유괴범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성실하게 일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성이 오히려 섬뜩함을 만들어 낸다. 일반적으로 전개되는, 또는 기대할 수 있는 것들을, 이 영화는 보여주지도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충격적이다. 이 고요한 충격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앉아있게 만든다. 여운을 깊게 길게 날카롭게 남긴다.
범죄 장르의 익숙함을 완벽하게 거스른 새로운 시도들이 신선하다. 몸짓과 표정으로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아인의 도전은 성공적이다.
또한 시체 처리라는 하청업 일도, 사람을 유괴하는 일도, 어떠한 것도 평범하지 않는데, 이 모든 특별하고 의외인 것들을 묘하게도 보편화하고 그냥저냥 해낼 수 있는 일상으로 만들어 주는 유재명의 태연한 연기는 눈길을 끌 뿐만 아니라 웃음 포인트마저 만들어 낸다. 참으로 예사롭지 않은 배우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인물 등장 (몇년 전 영화 <마녀> 속 주인공 김다미 배우의 출연보다 더 충격적이다). 순수한 눈빛으로 세속적인 내면을 꺼내 보이는 문승아의 연기는 단연 돋보인다. '초희'가 토끼 가면을 쓰고 등장하는 장면부터 범상치 않았다. 그야말로 신선했다. 그녀의 눈빛, 태도, 심리전,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의 선택과 표정 분위기 - 몹시 신선했다.
이 영화를 범죄 영화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범죄 영화이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 - 보리밭과 초록색 물결 - 이 평화로운 풍경과 유괴범이 사는 공간이라는 설정이 괴리감 없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는 점.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장점이다.
태인, 창복 그리고 그외 매우 어리숙해 보이는 사람들(어른들)이 모두 범죄에 관련된 인물들이다. 아니 엄밀하게 말해서 범죄자들이다. 등장하는 경찰들마저도 허술하다. 그런데도 그런 점들이 오히려 사실감이 느껴진다. 지극히 현실적인 단면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훌륭한 강점들이 모두 이 영화의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실패 요인이 되지 않을까 - 감히 예측해 본다. (식빵에 비유하자면, 너무 평범하고 너무 일상적이고 너무 밋밋하여 - 오히려 범죄 영화의 강한 자극에만 노출되었던 대중들에겐 단짠단짠을 빼버린 - 기본적인 모닝빵의 담백하고 심심한 맛이 느껴질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초반부 인상적인 장면들은 두 사람의 일상 공간이 범죄 현장을 다루고 있음에도 인물들 행동이 무감하다 못해 평화스러워 보이고, 블랙 유머까지 가세해 기이한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이다. 이 특이한 설정과 전개 방식은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 우리가 너무나 자극적인 단짠의 맛에 길들여졌었기 때문일지 - 이런 담백한 연출이 맘에 든다.
영화의 중반부 - 태인(유아인)의 시골집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자전거 논두렁길이 등장하면 평화로운 풍경임에도 긴장감이 형성이 된다. 그리고 반전 - 또 하나의 어린 인물 - 이불 속에서 꿈틀거릴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아... 이건 또 뭐지.
그야말로, 감독이 작정하고 관객에게 게임을 신청하는 것 같다. 러닝 타임 동안, 감독이 내민 도전장에 세 번 정도 넉다운 당한 기분이다.
첫번 째는 시체를 처리하는 두 사람의 무감하고도 성실한 태도를 보면서,
두번 째는 토끼 가면의 초희가 등장하는 순간,
세번 째는 마지막 - 초희가 담임선생님에게 던진 대사 "000"
아... 영화 참 맘에 든다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부는 좀 허술해진 느낌이다. 그래서 대중성도 조금 멀어질 것 같다.
과연 감독이 의도한 주제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러나 얼굴 근육과 몸짓으로 대사를 대체한 유아인 배우는 충분히 볼 만하다. 또한 문승아의 출현은 너무나 반갑고도 낯설다. 도대체 저런 연기는 어디서 배운 것인지. 두 사람 모두 연기 천재이다.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유재명 배우의 대사가 모두 블랙유머처럼 들리는 기이한 현상도 돋보였다.
한마디로 범죄 소재를 다루는 방식,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 - 이 모든 것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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