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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Nov 18. 2024

친구들의 결혼식을 보며

30대 중반에 접어드니 정말 남는 사람이 저밖에 없네요...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인가, 사춘기에 접어들 시점에 미래의 나의 남편의 모습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아이돌 가수들의 모습을 이리저리 조합하며 상상의 인물을 만들어봤는데 그 생각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설렜다. 당시 나는 통통하고 인기도 없었지만 그래도 크면 지금보단 예뻐질 거라는(?) 자신감이 아주 강했을 때였고, 그 상상은 한 서른 즈음에는 당연히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눈 떠보니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가고 있었고, 인스타, 카톡 알람은 온통 결혼 소식이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데, 요즘 왜 결혼 안 하냐는 말이 나오는 게 이상할 정도다. 특히 요즘엔 정말 가까웠던, 친구나 동료들의 결혼 소식들을 접하면서 '너도 좋은 일이 있으면 알려줘.'라는데 멋쩍게 웃으면서 애써 화제를 돌린다.


 올해 초만 사실 결혼이나 출산 그 자체에 대한 조급함보다, 내가 시기와 방향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컸다. 그 모든 것에 '정답'은 없지만 통상적인 '적기'는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30대 초반에 얼마의 자금을 모아 결혼을 하고, 생물학적으로 규정해 놓은 노산의 나이를 넘지 않는 선에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 아무리 요즘은 선택지가 다양하다지만, 나는 깨나 닫힌 사람이라 '통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한 것이 씁쓸하고 무서웠다.

 

 지금도 그 불안감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혼자 낯선 동네에 살게 되면서 스스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생각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일단 혼자서 의젓하게, 울지 않고 잘 지내는 것이 우선.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안온하게 잘 사는 방법을 터득하고 그다음으로 넘어가고 싶다. 예전에 친구가 '적어도 자기 머리카락을 직접 돌돌이로 밀면서 치워본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나름의 생활력과 습관들을 혼자의 삶 속에서 잘 길들여야만 나중에 사소한 문제로 틀어지고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어제 수많은 연애, 결혼 질문에 대해 한 친구가 '얘는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야.'라고 이야기해 줬는데 사실 나도 뭐가 맞는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 멘트가 유효하다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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