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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Mar 10. 2024

80% 인간

완벽한 건 없다는 걸 인정하는 태도

"그래도 이거라도 어디예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죠."


최근 참 자주 내뱉는 말이다. 


이사 갈 집을 구하던 중 정말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 중개사 분이 통화 목소리만 듣고 나와 너무 잘 어울리는 집이 있다며 보여주셨던 그 집은, 햇빛이 가득 쏟아지며 창이 꽤나 큰 안락한 오피스텔이었다. 무엇보다 부엌이 커서 예쁜 앞치마를 두르고 맛있는 브런치를 만들어 먹는 나의 로망을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퇴근 후 낭만적인 저녁 시간을 보내는 나의 달달한 일상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심지어 금액도 내가 딱 생각했던 정도. 그야말로 온전히 나를 위한 집이라고 확신했다.


 문제는 현재 살고 있는 집의 세입자 구하는 문제로 인해 당장 계약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그 스위트홈이 나가지 않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의 스위트홈이 되어버렸단 소식과 몇 시간 후 현재 내 집에 들어올 세입자도 구해졌단 소식이 잇따라 들어왔다. 인생의 타이밍이 참 절묘하단 생각이 들다가도 또다시 어떻게 집을 구해야 하나 아득하던 찰나, 밤늦게 같은 오피스텔에 새로운 매물이 있다는 반가운 연락을 받았다.


 다만 층고가 더 낮고, 건물이 살짝 가리는 뷰, 월세가 낮은 대신 보증금이 더 높다는 점 등 여러 조건들이 이전 집보단 좋지 않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범위였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던 나는 이거라도 너무 감사하다며 당장 가계약을 했다. 


 내가 습관처럼 말하는 말이 있다. '나는 운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그중에서 운이 제일 좋은 사람이다'라고.  뭔가를 하겠다고 나서면 안 되는 것 같다가도 아슬아슬하게 이뤘던 기억들이 많다. 뭐든지 완벽한 것이 좋겠지만 나는 늘 뭔가 하나가 아쉽고, 불안했다. 그럼에도 길게 내다보면 결국 어찌어찌 80% 정도 수준으로 되었던 기억들이 많다. 일도, 사랑도, 인간관계도. 아마 습관처럼 내뱉은 말들의 힘이 모여 그런 삶을 살아가게끔 유도된 건 아닐까.


  완벽하길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고 80%라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태도가 지금의 나를 탄탄하게 지탱해주고 있다. 실력이든 운이든 모든 것들이 80% 정도인 지금, 오히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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