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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ha Mar 30. 2024

멋있는 어른이 되어야겠단 생각

 강약약강 어른들을 보며 배운 것들.

 최근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너무나도 큰 일들을 겪었다. 기존에 살던 집을 나와 경기도로 이사를 가겠다고 결정한 이후부터 모든 것들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조차 친구가 살던 집을 그대로 이어받아 갔으니, 부동산에 집을 내놓고 세입자를 구하고, 대출 목적물 변경을 하는 등 난생처음 해보는 성가신 일들의 연속이었다. 다들 으레 하는 절차겠거니 생각하면 오히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구나.'라며 넘기겠지만 나의 현실은 훨씬 더 혹독했다.


 이사에 제대로 협조해주지 않는 임대인. 계약하고 이사 하루를 앞두고 계약을 파기한 새 임차인. 수수료를 미리 받고 계약의 '성사'와 '이행'은 구분되지 않는다며 못 돌려준다는 중개인까지. 물론 이사는 내가 하겠다고 했지만 이번 계약 파기로 인해 오롯이 피해 보는 사람은 나 한 명이었다. 늘 모든 사람에게 겸손하고 깍듯하게 대했는데 돌아오는 태도들은 너무도 냉랭했다. 내가 30대 초반의 만만한 여자라서? 혼자 사는 독신이라서? 어떤 이유를 갖다 대도 서러웠다. 안타깝다는 말을 건네면서도 실상 각자가 챙긴 잇속들을 생각하면 부아가 치밀어올라 혼자 울다가도, '서울에서는 머리에 힘주고 다녀야 한다.'는 친구의 단단한 충고에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무시당하지 않게 독해져야겠다. 강해져야겠다는 그런 각오보단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동정으로 모든 게 통용되길 바라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보다 남을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을 갖는 것이 진정한 어른이라 생각한다. 엄청나게 큰돈도 아니고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그 속에서, 정말 작은 이익이라도 챙기려고 아득바득 우겨대는 어른들을 보면서 '나는 저런 어른이 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게 된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어른들에게 항상 겸손하고 깍듯하게 대할 것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그렇게 겸손의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 멋진 어른들을 만날 일들을 기다릴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어른이 되어갈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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