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안아준 책, 내가 안은 책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사람 사는 내음이 따스하게 풍기는 이야기,
이 책을 만나는 밤 시간이 좋았다.
푸근해진 마음으로 한 쪽 두 쪽 넘기다가는
어느 순간 벌떡 일어났다.
안 되겠다, 연필을 가져오자!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이 자꾸 나타나는 게 아닌가.
그러길 잘했지.
여기도 좍, 저기도 죽!
이건 마음에 새겨야 해.
힘든 때도 괜찮은 날에도 다시금 꺼내 보고 싶어.
아리랑이며 태백산맥이며 토지며,
한창 대하소설들을 볼 때 (한창 젊을 때)
그 문장이 사무치게 마음에 젖어서 밑줄 좍 하고는
다 읽고서 하나하나 손으로 옮겨 적던 때가
뭉클하게 떠오르기도 했지.
그 뒤로 비록 처음은 아니지만,
참 오랜만인 것 같은 순간을
책 속 이야기와 함께 느릿하게 만끽하던 가운데~
어, 어….
눈물이 뚝, 하고 종이에 떨어진다.
갑자기 왜 이러지?
얼른 책을 치웠다.
잠시 숨 고르기.
“민준은 이제 그만 흔들리기로 했다. 흔들릴 때 흔들리기 싫으면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를 꼭 붙잡으면 된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커피를 붙잡았다. (…) 민준은 커피를 내리면서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말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거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도 실력이 늘었다. 커피 맛이 좋아졌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이런 속도로, 이런 마음으로 성장해도 충분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278쪽)
물기에 살짝 젖은 쪽수를 다시 펼쳐봐도 그렇잖아.
눈물 쏙 뺄 정도로 시릿 아릿 저릿한 느낌은 아니잖아.
한데, 이 짭짤하고 뜨끈한 것은
왜 불쑥 튀어나온 겨!
조금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서러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 듯하니
불현듯 찾아온 눈물을 자연스레 맞이하기로.
메마른 눈가가 촉촉해지니 그건 그것대로 좋더라.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들었다 놨다 하면서 여러 날 밤에 이르러 끝을 보았고.
연필이 지나간 흔적들을 다시금 들여다본다.
내가 그때 어이하여 이 담백하고 정직한 글자들에
마음을 주었을까, 곰곰 되새기면서.
“보이지도 않던 장애물에 걸려 넘어진 기분이 들어요.” (130쪽)
“눈이 푹 꺼졌어. 인생에 진 눈이야. 무슨 일 있어?”(162쪽)
“그렇게 과거를 흘려보내고 또 흘려보내다 이젠 과거를 떠올려도 눈물이 나지 않게 될 무렵이 되면, 영주는 가볍게 손을 들어 그녀의 현재를 기쁘게 움켜쥘 것이다. 더없이 소중하게 움켜쥘 것이다.” (301쪽)
“저 미소가 민준에게 시간을 준 것이다. 천천히 삶을 받아들일 시간. 서툴러도, 실수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믿게 해준 시간.” (326쪽)
“가장 먼저 영주의 마음이 달라져야 했다. 희망, 희망 쪽으로.” (346쪽)
좋아하는 서점 이야기라서 반가웠고
아득한 마음에 위로가 되어 고마웠으며
삶의 방향키를 더듬어 볼 기회를 주면서
참아 온 눈물방울 스리슬쩍 흘러내리도록
나를 안아 준 책. 아니, 내가 안은 책.
김제에 있는 작은 책방,
‘오느른 책밭’에서 만났기에
왠지 더 소중히, 오래도록 살아 있을 것만 같다.
내 작고 여린 마음밭 구석구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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