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혜원 작은 행복 이야기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집안 행사로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쏘냐.
어찌어찌 틈을 내 헌책방에 들렀다.
책과 사람 가득한 풍경과 그 품에 안기는 아늑함.
얼마 만이던지. 얼마나 그립던지!
빠듯한 일정 속에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황금 같은 분초를 귀히 여기며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눈과 마음에
온갖 책들을 보고 또 담는다.
사야 할 것들 몇 권 챙기고 슬슬 떠나야 할 즈음.
어랏! 이게 웬일?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책등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내 책을 헌책방에서 만나다니!
눈물 나게 반가운 이 기분.
슬쩍 꺼내 표지와 살짜쿵 눈 맞춤 하고는
스르륵 펼쳐 보던 순간… 너무나 익숙한 글씨체가
보이는 것이었다!
“000님께. 늘 응원할게요, 어쩌고저쩌고. 산골짜기 혜원 2018. 00.”
이것은 분명 내 사인.
윽, 왠지 부끄럽고 창피해.(ㅠㅜ)
뭐에라도 들킨 듯 둘레를 조심스레 살피고는
다시 책을 들여다본다.
휴….
인연이 맞닿은 이름은 아니다.
아마도 지인 부탁으로 사인을 담아
그이 손에 가닿았을 듯.
창피함도 부끄러움도 찬찬히 잦아든다.
창고 깊숙이 잠자고 있거나
고물상에 몇백 그램짜리 헌 종이로
실려 가는 것보다야 얼마나 다행인가.
여러 사람 드나드는 책방에
구석 자리에나마 꽂혀 있다는 것은.
비록 아슬아슬할지라도
책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일지니.
시끌벅적한 도시를 떠나
고요한 산골에 돌아온 날.
우리 집에서만큼은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책 하나 물끄러미 바라본다.
2018년 초판본에서
건강음식 레시피를 군데군데 보태고,
디자인에 아기자기함을 더해
새롭게 2023년 개정판으로 나온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책의 운명은 알 수 없다 하여도
지금껏 절판되지 않고 살아 있음에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표지 빛깔 바뀐 이 책엔 아직 사인을 남겨 보지 못했는데….
‘산골 혜원 작은 행복 이야기’에
투박하게 손글씨 남길 순간이
다시금 다가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 설레고 좋다.
헌책방 덕분에
작은 행복 하나 새로이 다가왔으니,
그 힘 가득 받자와
처음처럼 즐겁게 산골을 벗 삼아
걷고 또 달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