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골짜기 혜원 Dec 04. 2023

내 사인이 담긴 책을 헌책방에서 만나다니!

산골 혜원 작은 행복 이야기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집안 행사로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쏘냐. 

어찌어찌 틈을 내 헌책방에 들렀다. 

책과 사람 가득한 풍경과 그 품에 안기는 아늑함.

얼마 만이던지. 얼마나 그립던지!


빠듯한 일정 속에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황금 같은 분초를 귀히 여기며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눈과 마음에

온갖 책들을 보고 또 담는다.  


헌책방에서 만난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를 스르륵 펼쳐 보던 순간… 너무나 익숙한 글씨체가 보이는 것이었다!


사야 할 것들 몇 권 챙기고 슬슬 떠나야 할 즈음.

어랏! 이게 웬일?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책등이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내 책을 헌책방에서 만나다니!

눈물 나게 반가운 이 기분.

슬쩍 꺼내 표지와 살짜쿵 눈 맞춤 하고는 

스르륵 펼쳐 보던 순간… 너무나 익숙한 글씨체가

보이는 것이었다! 


“000님께. 늘 응원할게요, 어쩌고저쩌고. 산골짜기 혜원 2018. 00.”  

이것은 분명 내 사인. 

윽, 왠지 부끄럽고 창피해.(ㅠㅜ) 

뭐에라도 들킨 듯 둘레를 조심스레 살피고는

다시 책을 들여다본다.  


휴…. 

인연이 맞닿은 이름은 아니다.

아마도 지인 부탁으로 사인을 담아 

그이 손에 가닿았을 듯. 

창피함도 부끄러움도 찬찬히 잦아든다.  


비록 아슬아슬할지라도 헌책방 구석자리에서 살아 숨 쉬는 책들.


창고 깊숙이 잠자고 있거나

고물상에 몇백 그램짜리 헌 종이로 

실려 가는 것보다야 얼마나 다행인가.  

여러 사람 드나드는 책방에

구석 자리에나마 꽂혀 있다는 것은.  

비록 아슬아슬할지라도 

책이 살아 숨 쉬는 현장일지니.  


시끌벅적한 도시를 떠나 

고요한 산골에 돌아온 날.    

우리 집에서만큼은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은, 책 하나 물끄러미 바라본다. 


2018년 초판본에서 

건강음식 레시피를 군데군데 보태고, 

디자인에 아기자기함을 더해 

새롭게 2023년 개정판으로 나온 <이렇게 웃고 살아도 되나>. 


‘산골 혜원 작은 행복 이야기’에  투박하게 손글씨 남길 순간이,  다시금 다가올 수 있으면 좋겠다.


책의 운명은 알 수 없다 하여도 

지금껏 절판되지 않고 살아 있음에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표지 빛깔 바뀐 이 책엔 아직 사인을 남겨 보지 못했는데…. 

‘산골 혜원 작은 행복 이야기’에

투박하게 손글씨 남길 순간이

다시금 다가올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 설레고 좋다. 


헌책방 덕분에 

작은 행복 하나 새로이 다가왔으니,   

그 힘 가득 받자와 

처음처럼 즐겁게 산골을 벗 삼아

걷고 또 달려 보자~*^^* 

작가의 이전글 힘든 때도 괜찮은 날에도 다시금 꺼내 보고 싶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