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 “노동현장 지민주, 광주항쟁 류의남, 한반도 통일 한선희”
‘세여자 이야기 콘서트’
“노동현장 지민주
광주항쟁투쟁 류의남
한반도 통일 한선희”
서로 다른 갈래로
현대사를 ‘노래’로 품어온
세 명의 민중가수.
그이들이 펼치는 공연
‘세여자 이야기 콘서트’를 만나러
서울로 향하였다.
아침 고속버스를 탄 덕분에
이른 시간 공연장에 도착.
오래 인연을 맺어온
지민주 가수 언니 덕에
무려 대기실에 들어서는
축복을!
공연 앞둔 한 시간 전.
긴장감이 감돌 수 있을 법한
그 자리에서 류의남, 한선희 님께
수줍은 첫인사를 드렸나니.
노래 좋아하는 사람한테
눈앞에서 가수를 만나는 것처럼
감개가 무량한 일이 또 어딨을꼬^^
어쩜, 두 가수님 다
처음 보는 어설픈 아지매를
평온하고 아늑히 맞아주셔서
엄청 편해진 나머지 막 수다를
떨었더랬다.
“사진 좀 찍어도 돼요?”
“그럼요~”
무심한 듯 던지는 목소리에선
노래 인생의 내공이 느껴지고.
그러고선
“민주 언니, 내가 뭐 좀
사오고 싶었는데 여기 오면서
길을 너무 헤매가지고
암것도 못 가져왔어ㅠ.”
“힘들었겠다. 이거 과자 먹어.”
“아유, 가수님 걸 내가 먹으면
어떡해. 근데 갈 때 버스에서
먹으면 좋긴 하겠다^^ 나 목도
좀 마른데 이 물 먹어도 될까?”
“응, 먹어. 또 있으니까.”
이러지를 않나.
무대 옷 준비하는 모습까지
신이 나게 구경하다가
‘공연 앞둔 가수들 옆에서
이러면 안 되지…’
퍼뜩 정신이 들어선
“그럼,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
허리 꾸벅 인사하고
대기실을 빠져나오며
혼자 ‘므훗~’
세 여자 가수들
이번 공연으로 서로 처음
호흡을 맞추었다던데
대기실 공기가 이렇게
평화로우니 오늘의 음악은
무조건 좋~게 흐르겠구나.
구름아래소극장에 재빨리 들어가
셋째 줄에서도 가운뎃줄에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시작 전 텅 빈 무대의
풋풋하게 설레는 향기~
아, 좋다.
암전이 끝나고
드디어 공연 시작.
내 이십 대 후반부터
십 년은 훌쩍 넘도록
집회 현장에서 만나온
지민주 가수의 노래는
더없이 맑고 애절하게
마음을 적시다가는 거센 파도처럼
현장을 열광으로 출렁이게 했고
라이브로 처음 듣는
류의남 가수의 음악은
짙고 강렬한 울림으로
전율이 느껴졌으며
음반으로만 들어온
한선희 가수의 목소리는
청아한 간절함으로
포근히 와닿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순간은
서로의 노래를 화음으로
함께 받쳐주며 부르던 모습
그리고 소리.
노래 운동의 영역이
서로 달랐던 세 가수가
이 콘서트를 징검다리로
서로의 시간들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듯이,
혼자 그렇게 느껴져서
괜스레 뭉클~
다행히 노래손님으로 와주신
‘아이씨밴드’ 세 남자 가수님이
으찌나 또 씐나게 분위기를
맹글어 주는지, 기분 전환 짱!
세 여자 이야기 공연 게스트로
정말 찰떡궁합이지 싶더라~♪
이 콘서트의 개성 있는 매력은
한선희 가수님 진행으로
펼쳐진 이야기 잔치.
민중가요와 만나게 된
자신들만의 역사와 현재를
어찌나 솔직하고 담백하며
가감 없이 진솔하게
말씀들을 하시는지
그 자리에 끼어서 같이
수다를 떨고만 싶었다.
민중가요를 보물처럼
품고 살아온 시간이 어언
이십 년도 아주 훌쩍 넘다 보니
얽히고설킨 추억들이 한 보따리는
대략 넘을 거라서.
민중가요 노래책은
열 권보다 훨씬 더 있고
민중가요 음반은 그 수를
셀 수는 있을 만큼
넉넉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 인생에 수록된 노래들이
가사를 다 외우진 못하여도
그것만큼은 숫자를 헤아리기
어려울 것도 같으니.
눈과 귀 마음까지 한껏
아릿하게 흥겹던 이날 콘서트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막차 버스를 예매해 놓은 터에
오 분 십 분이 아슬아슬한 나머지
또 홍대입구역이 귀촌하기 전이랑
너무 달라져(세상에 이런 일이!
소싯적 이 근처 술집, 클럽 등등
대략 꿰뚫던 시절이 있었는데)
도착하는 순간
완전 깜짝 놀라버려서
날 어두워지면 공연장에서
다시 그 역으로 갈 수 있을지
실제로 자신이 무척 없어서
(환한 오후, 지하철역에서
10분쯤 걸린다는 구름아래소극장
가는 길, 도저히 못 찾겠어서
젊은 친구님들께 두 번이나
핸드폰 카맵을 들이민 뒤에야
간신히 도착한 길치ㅠ.)
아슬한 시간의 틈바구니에서
마지막 노래들과 앵콜 곡을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가방을 가슴에 품고서
내 왼쪽으로 여섯 분인가
죽 앉아 있는 그 사이를
어찌 빠져나갈까 조마조마
궁리에 궁리를 더하던 찰나
“나가려고 하시는 거죠?”
“아, 네… 제가 차 시간이……”
“가방이랑 몸이랑 따로 움직이는
게 좋겠어요. 가방 저한테 주고
몸 먼저 빠져나가면 가방을
전달해 줄게요.”
“아, 진짜 그렇게 해도 될까요?”
바로 왼쪽에 있던 관객분의
그 다정하게 침착한 음성이
지금도 귓전에 울리는 것만 같다.
콘서트 절정의 순간을
번거롭게 해드려 말할 수
없이 죄송했지만
이 몸이 잘 나갈 수 있도록
모두 일시에 다리를 비켜주시고
착착착 소리 없이 가방까지
연결해 준 관객분들의
아름다운 배려에
공연장을 나오며 바라본
검푸른 하늘 아래서 정말
눈물이 날 뻔했지 뭔가.
‘사람들이 어쩌면 이렇게 아름다운 거냐구ㅜ.’
자정을 넘긴 시각
산골에 돌아와 현장에서 받아온
공연 소개글을 찬찬히 새긴다.
“현대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부딪혀온 중장년 세대! 노동현장과 광주항쟁투쟁 그리고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한생을 보낸 세명의 여성가수들! 서로 잠시나마 책임감의 무게를 내려놓고 노래로 소통하고 공감, 치유하는 콘서트를 마련했습니다. 우리들의 청춘과 함께 한 노래와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희망적이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하기 위해 마련한 콘서트입니다.”
그전에 없었을 것 같은
앞으로 또 있어도 좋을 듯한
민중가요 공연사에
귀하게 남을 콘서트
그 자리에 관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 공연을 꾸려주신
모든 이들께 감사드리며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함께 부르지 못한 노래
공연 악보집 맨 끝 곡
몇 소절을 글자로 불러본다.
“고달프지 않게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더 이상 쫓겨나고
더 아파하지 않게
함께 살자
더 다 같이 살자
조금만 너와 나의
마음을 모아
한 가득 내일의
희망세상 만들 수 있게
함께 살자
더 다 같이 살자~♬”
_<함께 살자>(글, 곡 해음∣노래 류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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