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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꼰대 Apr 07. 2020

결혼을 선택한 이유

왜 결혼을 결심하게 됐어? 

“나 결혼해.”     

라는 말에 내 지인들의 반응은 “왜?” 였다.

결혼 제도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의 소유자였던 나를 아는 지인들의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질문이었다.   

  

 언젠가 결혼이라는 건 자연스레, 하는 것 없이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듯 언젠가 통과 의례적으로 하게 될 거란 믿음이 있었다. 아니 결혼을 한다는 것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하지만 고민 없이 지나가던 나날들에 생각지 못한 자연재해와 같은 사건이 발생하였고 결혼이라는 것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시작하였고 그 결과 ‘결혼은 선택.‘이라는 아주 뻔하고 당연한 결과 값을 얻었다. 그러면서 결혼하게 되면 ‘나’를 갈아넣어 가정을 지키는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 마치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고부갈등이라든지 부부간의 갈등이라든지 독박육아에 지쳐 ‘나’를 잃어버리게 되는 그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예정된 일 인냥 ‘결혼은 선택이지만, 나는 하지 않겠어. 불행해질 것이 틀림없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고 그 때부터 하루하루 본능에 충실한 짐승의 삶을 살았다.

      

 나와 내 주변인들에게 아낌없이 투자했다. 당시 자취(라 쓰고 독립이라 읽는)것을 하고 있었던 나는 같은 휴지라도 더 좋은 걸 쓰기 시작했고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아끼지 않고 사 먹었고 옷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고민 없이 옷을 샀으며 주변인에게도 베푸는 일 또한 서슴지 않았다. 결혼을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목돈을 모으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가 생겼고 그로 인해 조금 더 좋은 것들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나는 매일이 즐거웠다. 소비의 기쁨을 온전히 누렸다. 정말 즐거웠다. 다시 생각해도 짜릿했고 회상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광대가 올라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 당시에 나는 자유롭고 여유로운 30대 직장여성이었다. 드라마의 전개처럼 이러던 때에 현재의 남편과 연애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나의 선택하지 않았던 결혼을 다시 선택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자기감에 충만한 온전한 내 인생을 살고 있었던 나를 아는 지인들의 “네가 결혼을? 결혼을 어떻게 결심하게 됐어?”라는 질문이 쏟아질만 했다. 그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난감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답을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 겨우 꺼낸 말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였다. 남편은 내가 가지지 못한 그러면서 내가 되고 싶은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인생을 대하는 태도와 시각 그리고 행동이 나와는 조금은 다른 사람이라서 그로 인해 배우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이다. 내가 원하는 성향이 만인의 기준에 좋은 사람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좋은 사람임을 확신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내가 선택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결혼을 선택하게 만든 결정적 이유는 아니다.      


단 한 문장으로 결혼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다.     


결혼은 그러니까, 지금 혼자 있는 게 너무 좋은데 이 사람하고라면 그 좋음도 양보할 수 있을 거 같다. 이럴 때 하는 거야.      

                                                                                                                      -공지영 ‘딸에게 주는 레시피’ 中-




 둘이기에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둘이라서 행복하기도 하고 둘이라서 힘에 부칠 때도 있다. 남편과 있으면 대화가 끊이질 않았고 대화의 주제가 무궁무진하며 생각만 해보았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경험을 했지만 (생애 첫 미국 여행, 결혼 등)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100% 행복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쓰나미처럼 혹은 지진처럼 가끔 우리 사이에 위기의 순간들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그럴 때면 의례 짐승의 삶을 살았던, 그래서 자유롭고 행복했던 시간 들을 생각한다. 달콤했었던 그 시간들을 복기하다 보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 달콤함에 취해 비틀대던 그 시절 대신 다양한 맛과 향을 즐기기로 택한 지금에 나는 만족한다.      


 결혼을 한 지금 나는 아주 조금은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을 통해 매일매일 더디지만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와 결혼하기를 결심한 나 자신이 참 대견하기도 하다. 언제 이렇게 성장해서 나 자신을 반추할 수 있게 되었는지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자존감 상승!!!) 내가 좋은 영향을 받았듯 그도 나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길 바라며 나 또한 노력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그대에게 결혼을 왜 했는지에 대한 내 답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기를 희망하며 이 글을 마무리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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