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연민에서 시작된 나만 힘들다는 착각.
'머리끈을 챙겨야지 했는데, 안 챙겼네...'
'(정수기 앞에 서서) 내가 여길 왜 왔더라...'
'(인터넷 창을 켜 두곤) 내가 뭘 검색하려고 했었지...?'
이렇게 자주 깜빡이는 요 며칠의 내 모습을 보면 나는 내가 싫다 생각이 들었다.
요 몇 주 사이 나는 자주 깜빡이고 개인적인 무언가 기억해야 할 것을 잘 못하고
진척이 없는 내 회사 업무도, 회사에서 만난 누군가와 나눈 대화를 뭔가 실수한 게 있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며 곱씹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내 모습도, 업무의 결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듣기 싫어서 죽겠는 나 스스로도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요즘의 나는 한마디로 '엉. 망. 진. 창'
억지로 힘을 내기로 마음먹어도, 생각을 달리해보자 다짐도 해보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뿐 또다시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음을 자각하고 나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일쑤다.
쉽지 않았던 20대의 고된 시간들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나 스스로를 위로하러 애썼던 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부하는 나로선 주관적으로도 날 위로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는 건 절망의 끝이라 생각한다.
이럴 땐, 치열했지만 어리석었던 나의 20대의 삶이 준 교훈 중 하나를 실천해본다.
남의 일처럼 나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
조금의 시간을 할애하여 분석해본 결과 지금의 나는 '자기 연민'에 빠져있음을 캐치해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렇게 많은 걸 알아봤는데, 왜 아무도 알아봐 주지 않는 걸까'라는 자기 연민.
'나만 힘들고 나만 괴롭고 나만 열심히'라는 착각이 가져온 자기 연민이 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좀 먹고 있어서 요즘의 내가 맘에 들지 않았더라.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힘들다면 한 번쯤 스스로 '자기 연민'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냉철하게 생각해 보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