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해결과 협치
2019년에 그 유명한 비전펀드를 운영하는 손정의가 인터뷰 현장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AI! AI! AI!
미래에는 AI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 장면이다. 그 후 몇 년이 지난 지금 손정의는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나스닥에 상장시키며 또 한발 나아가고 있다.
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것만 기억하세요.
문제! 문제! 문제!
앞서 언급했지만 민관협치를 하는 이유는 결국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공공의 예산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업계획이라는 형태로 내용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협력적 계획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대화하며 사업계획을 함께 만든다. 그렇다면 사업계획을 뭐부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많이 놓치고 있을까?
바로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문제적 현상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진단이 정확해야 적절한 처방이 이루어진다. 뼈가 부러졌는데 파스만 붙이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 잡스 등 우리 삶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든 사람들 또한 문제를 정의하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 지역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대부분 솔루션부터 말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우리 골목에 CCTV가 있으면 좋겠다.”
“횡단보도에 그늘막이 있으면 좋겠다.”
평소에 생각했던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것이 틀린 것은 아니다. 우리 지역에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무엇이 문제이냐에 따라 다양한 솔루션이 나올 수가 있다. 더욱이 현장에서는 종종 문제의 원인과 솔루션이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꽤 많다. 이런 경우를 가장 경계해야한다.
우리는 좀 더 나은 지역을 만들기 위해 솔루션보다 문제가 무엇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필요한 것을 말하기 전에 문제를 이야기해야 한다. 사실 필요한 것 안에는 문제가 이미 숨어 있다.
“밤에 골목길이 위험하다.”
“여름에 햇빛 때문에 노약자가 위험하다.”
“코로나로 작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있다.”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면 그것을 해결하는 솔루션은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주어진 환경(시간, 예산, 인력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민관협치 사업을 계획할 때 문제를 먼저 말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더불어 사업계획은 그 내용으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 지역 주민, 상점 주인, 공무원, 의회 등 생각보다 설득해야 할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가를 명확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왜‘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인가에 집중해야 한다. ’왜‘는 모든 것의 시작이다. ’왜‘에서 막히면 다음으로 넘어가기 어렵다.
문제를 명확하게 했을 때 좋은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목표가 설정된다는 것이다.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으로 점점 들어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의 구체성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우리가 하는 활동으로 무엇을 달성하겠다는 정확한 목표가 필요하다. 문제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정의하면 목표는 어렵지 않게 설정할 수 있다.
그리고 보너스가 또 있다. 문제를 명확히 파악하면 목표에 더해 성과지표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성과지표는 목표의 달성 여부를 숫자로 수치화 한 것이다. 목표와 성과지표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목표가 명확하면 할수록 성과지표는 쉽게 따라온다.
이렇게 보면 문제를 파악하는 앞 단계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실제로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빨리 진도를 빼기 위해 앞 단계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면 나중에 모든 단추를 다시 풀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앞 단계가 너무 길어 늦을 것 같겠지만 사실 이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정확한 문제의 파악은,
목표, 성과지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1타 2피가 아니고, 1타 3 피라는 것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