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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어공 Oct 05. 2023

월요병이 심하면 일요일도 출근해!?

문제해결과 협치

많은 직장인들은 일요일 저녁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머리도 아프고, 뭔가 기분이 안 좋다. 그 밤이 지나면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출근을 해야 한다. 일명 월요병이다. 우리는 월요병을 없앨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월요병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 보면 월요병과 관련한 몇몇 짤들이 돌아다닌다. 짤 몇 개를 소개하겠다, 월요병이 너무 심하면 일요일에 출근해서 잠깐 일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더 심하면 아예 창업을 하라고 한다. 창업을 하면 휴일이 사라진다. 고로 일요일이 없어지기 때문에 월요병도 사라진다.


아, 다시 봐도 웃프다. 월요병을 해결해 달랬더니 일요일에 출근하라니. 정말 기가 막힌 솔루션이다. 근데 어찌 보면 말이 아주 안 되는 건 아니다. 확실하게 월요병은 없어질 수 있다. 피상적으로는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이것이 어이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무수하게 판단하여 결정하는 솔루션들이 잘 살펴보면 이처럼 어이없는 것일 수 있다. 문제의 원인, 진짜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어이없는 솔루션을 낼 수 있고, 우리 주변에는 이런 경우가 꽤 많다. 더욱이 정책 영역으로 들어오면 이런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이유가 다양하겠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문제의 진짜 원인을 제대로 찾지 않아서이다. 정책을 기획하고 수립하는 그룹에서 ‘아마, 이럴 것이야~ 이런 게 도움이 될 것이야~’라고 생각하고 정책을 진행하는 것이 문제이다. 확인하지 않고, 물어보지 않고, 생각만 하면 이런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시민참여과정에서도 이런 당황스러운 솔루션들이 종종 나타난다.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당사자가 아니고, 참여자들은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경우도 꽤 많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는 단계와 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양한 문제정의 방법 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바로 5whys 방법론이다. 쉽게 말해 ‘왜’를 다섯 번 질문하는 것이다. 어떤 현상에 대해 다섯 번의 ‘왜’를 질문하면 그것의 진짜 원인(root problem)을 찾을 수 있다. 매우 심플하다.



예를 한번 들어보자. 미국 워싱턴에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이라는 곳이 있다. 어느 날 기념관의 외벽이 심하게 부식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외벽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부식이 일어나는 원인을 찾아야 한다. 왜 부식이 일어날까? 무엇이 문제일까? 앞서 말한 대로 다섯 번의 ‘왜’를 외쳐보자.

     

Q. 왜 벽이 부식되는 것일까?

A. 비둘기 배설물이 많아서 세제로 벽을 자주 닦는다.     


Q. 왜 비둘기가 많이 올까?

A. 비둘기 먹이인 거미가 많다.      


Q. 왜 거미가 많을까?

A. 거미의 먹이인 나방이 많다.   

  

Q. 왜 나방이 많을까?

A. 해가 지기 전에 가로등을 일찍 켠다.     


Q. 왜 주변보다 가로등을 일찍 켜는가?

A. 가로등 담당 직원이 일찍 퇴근한다.


다섯 번의 질문으로 새로운 원인을 발견했다. 외벽이 부식되는 진짜 원인은 '가로등 담당 직원이 일찍 퇴근'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왜' 단계에서는 사뭇 상상하기 어려운 원인을 끌어냈다. 결국 기념관 외벽 부식을 막기 위해서는 가로등 점등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  

   

다섯 번의 질문은 매우 단순하지만 효과가 매우 좋다. 대부분 첫 번째 질문을 하고 솔루션을 생각한다. 외벽의 부식이 심하면 일단 외벽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솔루션을 생각한다. 정책영역에서 많이 하고 있는 다양한 환경개선 사업들이 떠오른다. 새 외벽으로 교체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지 않으면 몇 개월 후에 또 외벽은 부식될 것이다. 상황은 반복이고, 예산은 계속 소모된다.



예시를 하나 더 살펴보자. 이번 사례는 필자의 경험이자 육아를 하고 있는 많은 부모의 경험일 것이다. 우리 가족은 5살의 아이, 닉네임 또또와 함께 살고 있다. 또또는 만화 등 다양한 영상 시청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청 시간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 고민이다. 이 경우 어떤 솔루션을 생각할 수 있을까? 직접 다섯 번의 질문을 시작해 보았다.


Q. 5살 또또는 영상 시청 시간이 왜 증가할까?

A. 엄마와 아빠가 영상 시청하는 것을 허락한다     


Q. 왜 시청을 허락하는가?

A. 또또가 영상 시청할 때 엄빠의 휴식이 가능하다     


Q. 왜 엄빠는 휴식을 하는가?

A. 피곤하다.     


Q. 왜 피곤한가?

A. 체력이 떨어진다.     


Q. 왜 체력이 떨어지는가?

A. 운동을 하지 않는다.


답이 나왔다. 엄마와 아빠는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을 해서 체력을 향상해 또또와 함께 노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답이다. 대부분 (사실 지금 나도 그렇지만) 이런 경우 하루에 시청 시간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든다. 그리고 그 규칙을 지키도록 훈육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 또한 필요하겠지만 역시나 근본적 솔루션은 또또와 엄빠가 충분히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고, 그렇다면 영상 시청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때론 문제의 진짜 원인을 파악했다고 해서 무조건 솔루션을 실행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여전히 운동을 안 한다 흑흑)



이처럼 ‘왜’라는 질문 다섯 번으로 다양한 문제의 진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혹여 문제의 진짜 원인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더 깊은 진단이 가능하다. 제대로 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것이 일상의 작은 문제이든 지역의 큰 문제이든 문제를 다시 한번 정의해 보자.   

   

월요병 해결을 위해 일요일에 출근하는 사태를 현실에서 마주하고 싶지는 않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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