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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어공 Nov 17. 2023

나무 한 그루로 진짜 원인을 찾아보자

문제해결과 협치

개인적으로 나무와 숲을 좋아한다.


매일매일 숲에 갈 수 없기에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놓고, 매일 아침 짧게 식물 멍을 때린다. 평화로운 시간이다. 나무는 예전부터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기후환경을 위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나무가 유용한 곳이 또 있다. 바로 진짜 원인을 찾는 방법이다. 어떤 문제적 현상의 진짜 원인을 찾는 방법은 다양하다. 바로 전에 살펴보았던 5whys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 또 하나의 방법을 소개한다. 문제나무(problem tree)라는 방법론이다. 5whys가 직관적으로 원인의 깊이를 파고드는 방법이라면 문제나무는 좀 더 심층적으로 다각도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논의하는 내용의 깊이와 시각화의 용이성 때문에 실제 워크숍에서 많이 활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구조는 간단하다. 문제를 가운데 두고, 그 문제로 인해 나타는 현상과 원인을 각각 나무의 푸른 잎과 뿌리로 표현하는 것이다. 현상은 푸른 잎, 원인은 뿌리이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부분은 현상은 사실에 기반하여 작성해야 하고, 원인은 추측도 포함한다. 현상은 팩트, 원인은 팩트와 추측이다. 대부분 현상은 우리가 주변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들이지만 그것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 거야’라는 추측도 포함하는 것이다. 이때 현상과 원인은 생각나는대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작성하면 된다.



실제 예시를 한 번 살펴보자. 배달노동자의 근로환경에 대해 문제나무를 활용해 보았다. 최근 새로운 일자리로 자리 잡은 배달노동자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워크숍이다. 어떤 현상이 발생하고,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 문제는 ‘배달노동자의 근로환경이 안전하지 않다’에서 시작한다. 주변에서 어떤 현상들이 나타날까? 근로자의 건강 악화, 근골격게 질환 발생, 배송 현장에서 보행자와 사고 증가, 사고발생 책임에 대한 낙인 등이 발견되고 있다.      


이런 현상들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원인을 생각해보자. 보호장치가 부족해서, 근로환경을 모니터링하는 장비가 없어서, 안전장비가 부족해서, 작업량이 너무 많아서, 교대근무가 너무 잦아서, 근로자들의 숙련이 부족해서 등 다양한 원인들을 진단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원인들은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도 포함한다. 원인을 생각할 때 한 가지 팁은 첫 번째 생각한 원인에 대한 또 다른 원인을 줄줄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1. 보호장치가 부족해서 안전하지 않다.

2. 보호장치가 없어도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을 것이다.

3. 교대 근무가 너무 잦아서 보호장치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을 수 있다.     


이렇게 한 가지 원인에 대해 줄줄이 사탕처럼 원인의 원인을 생각하다 보면 문제의 진짜 원인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다. 이런 방법은 앞서했던 5whys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문제나무는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과 원인을 함께 생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의 크고 작은 사회문제들은 대부분 복합적으로 문제의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다각도로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문제나무 방법론은 매우 유용하다. 더욱이 그것들을 하나의 나무라는 형태로 시각화하여 정리하면 모호하고 추상적이었던 내 머릿속이 명확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그럴 거야~’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은 나의 경험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판단하게 된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생각과 판단은 곧 나의 뇌가 진행할 것이고, 나의 뇌는 뭔가 유무형으로 인풋(input)된 경험을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내 뇌의 인풋을 의식적으로 넓혀놓지 않으면 한 순간에 꼰대가 될 수 있다. 책이던, 동영상이던, 뉴스던, 잡지던, 여행이던, 폭넓게 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지역에서, 동네에서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우리의 제한된 경험을 활용해 '~~~ 이럴 거야'라는 생각을 막연히 한다. 그리고 그 막연한 생각에 기반하여 이런저런 사업계획서도 작성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문제나무는 이런 일련의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 막연함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보여주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기에 생각과 경험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 논리적 인과성을 파악할 수 있고, 이것을 한눈에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이런저런 워크숍에서 한 번 해보자.

5명 정도만 모이면 경험의 저수지는 충분히 확보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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