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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작가 Feb 26. 2024

2월이 이렇게 끝나가고.

2월이 끝나간다. 28일보다 하루 더 있는 29일짜리 2월인데도 불구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렀다. 2024년 육분의 일이 지나간다. 설 명절이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이를 먹은 만큼 시간이 더 빠르게 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제 해가 갈수록 시간이 너무 빠르다. 시간이 참 더디던 학창 시절에는 시간표대로 규칙적으로 살다 보니 각 시간대마다 할 일이 정해져 있었고 그 이외의 시간에도 정해진 목표를 위해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은 시도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어른이 되었고 아무런 시간표가 없다. 특히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나는 더더욱.


1월에는 이것저것 할 일이 많았다. 정확히는 하고 싶은 일이 많았다. 새해라는 것이, 첫 달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뭔가 이번 해는 알차게 보내야지 하는 생각으로 과감히 이런저런 일들을 시도하게 만들지만 2월은 일부러 다른 달보다 날짜가 짧아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고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1월에 계획했던 것들의 대부분이 탄력을 잃고 흐물거린다. 1월에는 일도 많았다. 신년이 밝았으니까 다 같이 잘 살아보려고 노력했던 덕에 디자인을 하는 나도 많은 주문들을 받고 쉴 틈 없이 일했지만 2월이 되니 잠잠하다. 나만 느낀 게 아닌 거지. 해가 바뀐다고 삶이 극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걸.


이번 달은 정말 뭘 했는지 모르겠다. 1월의 일들을 얼추 마무리하고 나니 설 연휴가 다가왔고 그게 지나니 별 거 없었는데 숭덩숭덩 시간이 지나가버렸다. 시간으로 벌어먹고 사는 프리랜서에게 치명적이다. 그러다 보니 나의 기분도 덩달아 하락세를 친다. 일의 많고 적음이 결국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했다. 누군가의 장사에 기생하는 업종에서 일하다 보니 경제 침체가 남 일이 아니다. 장사가 안될수록 홍보를 위한 디자인을 의뢰할 거 같지만 장사가 안되면 제일 먼저 홍보비용을 아끼게 된다. 점점 사람들이 디자인에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는 것이 느껴진다. 물가는 치솟는데 나는 딱히 내 디자인 비용을 올린 적도 없는데 사람들의 씀씀이만 작아지고 엄격해진다.


3월은 조금 다를까. 봄이 오고 새 학기가 시작되고 날이 풀리고 그러면 좀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기대한다고 더 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우울해한다고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 몇 년간의 프리랜서 생활이 남긴 건 이런 시기에 그냥 너무 가라앉지 않게 또 너무 설치지도 않게 얌전히 시간이 흐르는 것을 기다리는 태도다. 그런데 결국 시간이란 것은 어떤 것도 기다리지 않고 흘러가기에 나는 아무렇지 않을 수 없고 그 사이에서 나는 득도한 현자가 아니라 아주 인간적인 삶의 태도를 보이며 살아가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2월은 어떨까. 나만 이럴까? 3월은 조금 다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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