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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싸엄마 Dec 06. 2023

고향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 1






너희들이 태어났던 때는

매서운 찬 바람이 불었던 때야.

병원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조리원으로 가야 할 때,

첫째는 무심하게 그 바람을 얼굴로 맞게 했고, 둘째는 그 바람이 한치도 못 들어오게 꽁꽁 싸맸지.



너희는 같은 병원에서 태어나,

같은 조리원에서 지내며

간호사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았단다.

엄마의 몸에서 붓기가 빠지고 수술한 부위가 욱신거리지 않으며, 편하게 엎드려서 잘 수 있을 때까지.

크게 칭얼거리지도 않고, 모난 것 없이 그렇게 있어주었지.



병원과 조리원이 있던 동네는

너희가 태어난 곳이며 고향이 되었어.

지금은 '고향'이라 부르지만 글쎄... 

성인이라는 딱지를 붙이게 되면 너희의 고향은 그곳이 아닐 수도 있겠지?



고향은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만 오래 머물었던 곳, 언젠가 다시 돌아갈 곳이기도 한다지.

지금 우리가 살 고 있는 이곳이 너희들에게는 고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엄마의 고향은 너희가 태어난 그곳이란다.

내가 오래 머물렀던 곳, 하지만 태어난 곳은 아니지.

하지만 인생의 3분의 2를 살았던 곳이기에, 엄마는 그곳을 '고향'이라고 부른단다.



거기에서 학교를 다니며 친구들과 제집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회인이 되었지.

인연을 만나 사랑을 하며 추억도 쌓았고 말이야.

너희 아빠도 엄마와 같은 '고향사람'이란다. 그리고 아빠도 오래 머물렀던 곳이지만, 태어난 곳은 아니지.



주말 아침에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뜨면 느린 하루가 시작이 돼.

집에서 영화도 보고, 낮잠도 자고 그렇게 방바닥과 한 몸이 되어서 누워있다가

문득 문밖의 햇살이 그리워질 때쯤 모자하나 눌러쓰고 나가.

그리고 동네 여기저기를 누비며 매일 보던 길을 새삼스럽게도 보고,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어쩌나 하며 고개를 숙이고 걷기도 하지. 너무 숙였다 싶으면 고개를 빳빳이 들어 하늘을 보기도 해.

그러면 나오길 잘했다... 는 생각이 들어.



엄마는 그리운 사람이 있으면 산책을 했단다. 볼 수 없다는 걸 알면서, 그 사람과의 추억을 찾으러 다니지. 그럼 만나지 않았아도 만나고 온 기분이었어.


거리에 나서면 바뀐 가게를 한눈에 알아보고, 친구들이 사는 집은 한번 더 쳐다보게 되는 이 동네를 떠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는데, 너희들과 함께 떠난 고향은 나만의 고향이었나 보다.


우리 가족이 함께 그 동네에 갈 때면

엄마, 아빠는 항상 너희에게 말해.


"여기거 너희가 태어난 곳이야. 너희 고향이야." 라고 말이야.


갈 수 있다면 언제나 다시 돌아가고픈 나의 고향이 너희의 고향인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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