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두 Mar 13. 2018

면접전형 때 유독 긴장하는 사람일 경우 (1)

나는 면접장에만 들어서면 오들오들 떨었다.

어찌어찌 서류전형, 인적성검사를 통과했다. 드디어 면접전형이었다. 내가 가장 무섭고 두려워하는.




이 지치고 힘든 레이스를 끝내기 위해, 무조건 면접전형은 매 최선을 다했다.

돈도 아깝지 않았다. 취업컨설팅이며, 기업레포트며 마구 사들였다. 매출액이며 수치적인 정보들을 달달 외우는 한편 어느 질문에도 자신있게 답변할 수 있도록 예상답변을 줄줄 만들었다. 학교에 오며가며 보는 A4용지에는 예상질문과 답변들로 빼곡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면접전형에 임할 때마다 나는 엄청나게 긴장을 했다. '긴장하지 말자, 떨지 말자' 아무리 자기 최면을 걸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처음 자기소개를 하는 그 순간부터 떨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황할 때는 물론이고, 심지어 나를 어필해야 하는 순간까지도 덜덜 떨었다.


"이 면접전형만 통과하면 이제 드디어 해방이다!"하는 기대감이 자꾸 나를 잠식했다. 분명히 처음 자기소개할 때는 그렇게 긴장되지 않았건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준비하지 못한 질문이 나올수록 점점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막상 면접장에서는 내가 준비했던 답변들, 예상했던 질문들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더욱 벌벌 떨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면접전형 승률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정말 우울할 정도로 너무 속상했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닐 수 있지만, 마치 내 답변내용과는 별개로 단순히 긴장한 것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 그랬다. 차라리 중간 전형에서 불합격한다면 심적 고통이 덜할 것 같았다. 마지막 관문이라고 생각되는 면접전형에서 불합격하니 더욱 더 타격이 컸다.




총 두번으로 구성되어 있는 면접전형 중, 1차 면접전형에서의 합격소식을 받았다.

당연히 불합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기분이 얼떨떨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게 면접전형에서의 첫 합격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1차 면접 때 긴장을 좀 덜했나 싶었다. 무려 그 날 면접이 2개나 잡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진짜진짜 마지막인 2차, 즉 최종면접만 남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일찍 나온다고 일찍 나왔는데, 어이없게도 길을 헤매 가까스로 정시에 도착했다. 대기장소에 도착하니 이게 과연 임원면접이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일단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입실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어, 또 준비했던 용지를 꺼내 달달 연습하기 시작했다. 가끔 다른 사람들을 훔쳐보니, 어떤 사람은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왠지 여유있어보여 심통이 났다.


임원면접은 多대多 면접이었다. 무려 나를 포함해 6명이 들어간다고 했다.

그 때부터 굉장히 궁금했다. 도대체 몇 명을 뽑는 것이며, 최종 경쟁자는 우리 6명이 다인건지.

안내해주는 담당자님께 물어보고 싶었지만 괜히 튀어보일까봐 꾹 참았다. 분명히 누군가는 물어봐주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왠걸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자기세뇌를 시작했다. '괜찮다, 괜찮다. 어차피 여기서 불합격하더라도 다른 회사가면 된다. 괜한 기대갖지 말자.' 하고 일부러 자꾸 생각했다.


그리고 입실 안내가 되었다.




[면접의 시작]

면접관은 총 3명이었다. 딱 봐도 가운데에 앉아있는 사람이 제일 직위가 높아보였다.

6명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나도 외운대로 열심히 말했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질문을 받고 답변할 때마다, 눈길 한번이라도 받고자 전전긍긍 면접관들을 쳐다봤다. 그러다 아차차, 다른 지원자 말에 경청하는 척했다. 면접스터디 때 분명히 연습했던 건데 깜빡 하고 있었다. 저기 있는 저 지원자는 잘 보이지도 않고 잘 들리지도 않는데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하는 연기를 시전했다.


면접관들은 공통질문을 잔인하게(?) 던졌다. 먼저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 답변하게 했다.


난 무조건 3등 안에는 손을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질문이었기도 했지만, 답변의 내용보다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높게 보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한 3개의 공통질문이 끝났다.


그리고 영어질문이 시작되었다. 방금했던 답변을 차례대로 영어로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 때부터 머리가 새하얘지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먼저 자신있게 손을 든 경쟁자 중 두 명은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얼른 손을 들어야 하기에 머릿속에서 영작하느라 바빴다.

나는 결국 6명 중 5등으로 손을 들고 대답했다. 그마저도 벌벌 떨며 문장 하나를 구성하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1명은 답변을 듣지도 않았다. 나의 긴장도는 최고조가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3명 중, 가장 무섭게 생긴 면접관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면접끝나고 부모님께 뭐라고 하고 싶냐고 했다.


'아, 부모님께 할말...' 답변을 구상하기 위해 장면을 상상해보는데 걷잡을 수 없이 갑작스레 울컥했다. 감정을 추스리려고 해봐도 자꾸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고, 죄송한 마음이 소용돌이쳐서 나는 아주 위험한 상태가 되었다. 그렇다고 진정해지기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나를 응시하는 면접관의 시선에 나는 일단 입을 뗐다.


"부모님께 일단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고 조금만 더 믿어달라고 말씀드리면..."


잔뜩 흔들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던 나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부모님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오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면접장에서 우는 게 세상에서 가장 최악이라고 했는데, 그 최악인 사람이 바로 내가 되고 말았다. 다른 지원자들은 분명 면접끝나고 친구들에게 그러겠지. 오늘 보고 온 면접에서 운 애가 있었다고.


다행히(?) 꺼이꺼이 우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 어떤 질문들이 있었는지 또 어떻게 답변했는지도 모른 채 면접이 끝났다.

나와서 시계를 보니, 6명이서 무려 1시간 30분을 면접을 보았고 해는 어느새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집에 가려고 지하철을 탔다.

부모님께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미련없이 펑펑 울었다.

그 때 그 질문을 했던 면접관도 원망스러웠고, 또 그것을 대담하게 넘기지 못한 내 소심한 마음도 원망스러웠다. 이번에도 틀렸어, 하며 부모님 마음도 모르고 울어제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스테리한 전형, 인적성검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