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riter. 덕원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전하는 다섯 소년들의 이야기 - 上>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저번 글에서 세계관의 토대와 꿈의 장, 혼돈의 장을 살펴보았다면, 이번 글에서는 이름의 장과 별의 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 번째 챕터인 이름의 장은 유혹에 맞닥뜨린 청춘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 덕에 현실 세계의 무력감을 잘 극복한 듯 보였던 소년들이었는데, 어떤 유혹에 빠지게 된 걸까. 글에서는 큰 챕터만을 다루고 있지만, minisode라는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기 전 작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앨범 챕터가 따로 존재한다. 이름의 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전에 발매된 《minisode 2: Thursday’s Child》를 살펴보아야 한다. 위 앨범에서 소년들은 자신의 구원이었던 소녀와 첫 이별을 맞이한다. 이별 후 실의에 빠진 소년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뒤돌아보게 되고, 성장을 다짐하며 먼 길을 떠난다. 이름의 장은 성장을 위해 여행을 떠난 멤버들 앞에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다루는 챕터이다.
https://youtu.be/P9tKTxbgdkk?si=d_n9gAqQZXZpk2-m
챕터의 첫 앨범인 《이름의 장: TEPTATION》은 성장을 위해 먼 길을 택했지만, 성장하고 싶지 않다는 유혹에 빠진 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년들은 유혹에 빠진 자신을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갔다고 표현하며, 이름의 장 콘셉트 트레일러에서 꼭두각시 인형이 되어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수록곡 〈Devil by the Window〉의 가사에서는 악마의 속삭임이 얼마나 달콤했는지 나타난다. 이어 타이틀곡 〈Sugar Rush Ride〉에서도 ‘The devil said’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반면, 유혹에 넘어가게 된 이유는 〈Sugar Rush Ride〉 뮤직비디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은 네버랜드라는 섬에 표류한다. 첫 장면으로 눈을 뜬 범규가 두리번대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는 성장을 위한 여행이 갑작스레 다른 곳으로 향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우연히 마주친 네버랜드는 꿈의 장에서 경험한 세상만큼이나 환상적이기에, 멤버들은 성장을 멈추고 이곳에 남기를 원한다. 환락에 빠진 듯 나른해 보이는 멤버들의 표정에서, 네버랜드가 얼마나 유혹적인지 느낄 수 있다. 또한 수록곡 〈Tinnitus (돌멩이가 되고 싶어)〉에서는 ‘반짝이는 꿈도 꺾여 나간 지 오랜데 돌멩이도 좋은 것 같다’라며, 네버랜드에 남아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나 앨범의 마지막 트랙 〈네버랜드를 떠나며〉에서 상황은 곧 반전된다. 멤버들은 네버랜드에서는 성장할 수 없는 것을 깨닫고, 나의 낙원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며 이곳을 떠나는 것으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어떠한 이유로 떠나게 됐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그러나 구원을 노래하던 소년들이 스스로 유혹에 벗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성장의 여정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한 번쯤 꿈꿨을 피터팬의 삶을 몽환적으로 잘 풀어낸 만큼,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앨범이기도 하다.
이렇듯 유혹에서 벗어나게 된 소년들은 도망 대신 현실과 당당히 마주하는 것을 선택한다. 현실의 고통과 불안까지 껴안으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그 용기를 담고 있는 앨범이 《이름의 장: FREEFALL》이다. 《이름의 장: FREEFALL》은 현실 직시를 자유 낙하에 비유한 앨범으로, 멤버들은 현실이 고통스럽지만,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름의 장 콘셉트 트레일러의 마지막 장면으로, 휴닝카이가 하늘에서 낙하하는 모습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https://youtu.be/ISnyONG1dEc?si=OEvSdPemDJyTxCec
위 앨범은 소년들의 현실 직시라는 새로운 변화를 담고 있는 만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멤버들의 새로운 면모 또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타이틀곡 〈Chasing That Feeling〉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도시로 낙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전 작품들에서는 그들만의 아지트 혹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장소가 주로 배경이 되었으며, 멤버들을 제외한 타인이 잘 등장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리, 멤버들이 현실적인 공간에 있는 모습은 어딘가 색다른 인상을 주며, 현실 직시라는 키워드 또한 시각적으로 단번에 전달하고 있다. 현실 세계에 적응하려는 주체적인 모습 또한 기존의 미성숙했던 소년들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이어 수록곡의 가사나 음악 장르에서도 기존과는 다른 결을 가져간다. 〈DEEP DOWN〉에서는 자신의 흉터였던 뿔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는다는 가사가 등장하며, 〈DREAMER〉에서는 별과의 약속을 기억해 낸 듯 다시 꿈꾸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질주감 있는 멜로디, 반항을 대표하는 록 장르를 주로 선보이지만, 회피와 반항의 이미지로 음악적 특징에 충실하기보다, 미래로 나아가는 용기를 표출하는 데 사용했다는 점에서 소년들의 성장이 무르익어 감을 느낄 수 있다.
드디어 마지막 챕터다. 우선 별의 장 시리즈로 넘어가기에 앞서, 《minisode3: TOMORROW》를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minisode3: TOMORROW》에서 멤버들은 ‘너와 함께 하는 내일이 곧 나의 구원’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소년들은 별과의 약속을 기억해 냈고, 함께 약속을 나눴던 친구들이 자신의 구원임을 알게 되며, 너와 함께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다짐한다. 역주행으로 인기를 얻었던 〈내일에서 기다릴게 (I'll See You There Tomorrow)〉는 이러한 소년들의 다짐이 담겨있는 곡이다. 이 내용을 알고 듣는다면, 분명 색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minsode 3: TOMORROW》의 콘셉트 트레일러는 꼭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지금까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작품 중 미감으로 손에 꼽는 영상이기도 하고, 소설 「어린 왕자」를 테마로 하여 별과의 약속을 기억해 내는 소년들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영상에서는 순수했던 동심과 어린 시절의 꿈을 사막여우에 비유해, 현실에서 상처 입은 멤버들이 사막여우와 재회하는 장면으로, 소년들이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을 그려낸다. “왜 이제 온거야. 난 항상 기다렸는데.”라고 말하는 사막여우를 보고, 어른이 되어서도 마음 한편의 꿈을 잃지 않겠다고 코멘트를 남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동안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그려온 서사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https://youtu.be/80SH8Z_DOnY?si=2OxI8MbYAZHFZUBU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본격적으로 별의 장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별의 장은 기억을 떠올린 멤버들이 ‘우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챕터다. 《minisode3: TOMORROW》에서 별과의 약속을 기억해 냈고, 재회한 친구들이 자신의 구원임을 알게 된 멤버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도망치지 않기로 한다. 즉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된 멤버들은 함께라서 어두운 현실도 밝은 색채로 바라볼 힘이 생긴다. 《별의 장: SANCTUARY》는 ‘세상을 달리 보이게 해준 너와 함께라면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것’이라는 메시지를 사랑에 비유하여 표현한다. 나의 구원인 ‘너’를 향한 세레나데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서 ‘너’는 일차적으로 멤버들을 의미하지만, 넓은 의미로 팬들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팬들을 향한 첫 고백송이기도 한 셈이다. 결혼식장을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 풋풋한 남친미를 뽐내는 멤버들의 비주얼, 따사로운 멜로디까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불안정한 소년들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담겨 있다. 혼돈의 장이 처음으로 발매한 사랑 앨범이라고는 하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정의하는 사랑은 가히 《별의 장: SANCTUARY》에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https://youtu.be/ufJ41iBHEyk?si=aBxmi2kACfzXgl4V
성숙해진 모습으로 끝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느껴질 무렵, 정규 4집 《별의 장: TOGETHER》로 소년들의 서사는 마무리에 접어든다. 소년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눌 순간이 온 것이다.《별의 장: TOGETHER》를 통해 멤버들은 너와 만나 성장할 수 있었고 이제는 내가 너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되겠다며, 소년으로서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한다. 구원을 기다리던 소년들이 이제는 누군가를 구원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다. 《별의 장: TOGETHER》 콘셉트 트레일러에서 멤버들은 자신의 신체 일부로 자리하고 있었던 성장통을 떼어내고,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미래를 상징하는 캐릭터인 수빈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늘에 떠 있는 수빈을 끌어내리고, 모두와 포옹하는 장면은 우리가 된 소년들이 미래로 나아가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오랫동안 바라본 이들이라면, 이 장면이 긴 여운을 남겼을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별의 장: TOGETHER》앨범에서 주목해야 할 곡들을 소개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별의 장: TOGETHER》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멤버들의 솔로 트랙이다. 몇 멤버들이 솔로 믹스테이프를 발매한 적은 있으나, 그룹 앨범에 솔로 트랙이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차가 차도록 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곤 했는데, 이 앨범을 위해 아껴두었다고 생각한다. 미성숙한 소년들을 그려내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 또한 많이 성장했을 것이다. 가수로서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 솔로곡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솔로 트랙을 통해 세계관 속 소년들의 성장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로서의 성장도 보여주고 있다. 멤버들 각자의 개성과 취향이 잘 담긴 솔로 트랙을 꼭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마지막 트랙인 〈별의 노래〉는 앨범에서 타이틀보다도 중요한 역할인 만큼, 함께 추천하고 싶다. 꿈의 장 파트에서 어린 시절 소년들의 꿈은 ‘별의 노래’라고 언급한 바 있다. 〈별의 노래〉는 함께 노래하기를 소망했던 소년들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자, 세계관이 잘 함축된 곡이다. 이 곡을 들으며 그간의 서사를 되짚어 봐도 좋을 것 같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7년간 그려온 소년들의 서사는 여기까지다.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담긴 글로 모든 내용이 정확한 근거를 기반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서사가 조금이나마 전달됐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멤버 태현은 앨범을 발매하며 모든 서사에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그려온 소년들에게 정이 많이 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 이 복잡한 서사를 풀어내며, 멤버들도, 팬들도 매번 공감만 보낼 수 없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별의 장: TOGETHER》 활동을 함께 하면서 감동으로 눈물을 쏟는 팬들을 많이 보았고, 이 모습은 그동안 이들이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들려준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동화가 된 것 같아 괜히 필자까지 뿌듯해지는 기분이다.
그리고 8월 22일, 《TOMORROW X TOGETHER WORLD TOUR 〈ACT : TOMORROW〉》서울콘에서 재계약을 발표하며 계속 활동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이 소식에 기대감이 부풀기도 하고, 새로운 시작에 들어선다는 생각에 싱숭생숭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좋은 활동을 보여줄 것이라는 생각에는 의심이 없다. 또 다른 출발을 준비하고 있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다음에는 어떤 앨범으로 돌아올지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 포스타입: https://www.postype.com/@magazine-idole
-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magazineidole
- 브런치: https://brunch.co.kr/@magazineidole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g/magazineidole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magazine_idole
- X(구 트위터): https://twitter.com/magazineidole
-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IHwR_j8_biyRVLEDbHcia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