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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I FEATURES

새로운 아이돌 평가 방식의 등장

ㅣWriter. 리스

by 아이돌레


아이돌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실력, 비주얼 또는 매력이라고 답할 수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아이돌을 좋아한다. 여기 아이돌을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A-idol〙은 MBC에서 방영한 프로그램으로, AI가 현역 아이돌을 대상으로 심사하는 K-POP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AI에 관한 자세한 분석이 아닌, 아이돌을 좋아하고 서바이벌을 즐겨보는 한 명의 팬으로서 감상을 남겨보고자 한다. 이에 앞서 방송에서 사용된 AI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제공되어 있지 않아, 방송에 나온 장면만을 기준으로 하여 쓰는 기사임을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




〘A-idol〙에서는 AI가 아이돌 무대의 기획과 연출, 그리고 심사까지 참여한다. 이때 AI는 '로디아이' 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무대를 하는 곳은 '헥사리움'이라는 세계관을 가지고 프로그램이 전개된다. AI 시스템을 이미지화해 심사 위원이 평가하는 듯한 기존 서바이벌의 느낌을 유지했다. 이와 더불어 로디아이의 이미지 또한 현재 트렌드에 따른 외모와 스타일링을 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개인적으로 로디아이의 이미지는 에스파의 '나이비스'와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대를 할 때 뒤 배경으로는 AI인 로디아이가 비춰진다. 로디아이는 해당 아이돌이 무대를 잘하면 웃어 주고, 실수를 하면 뭔가 불편한 표정을 짓는다. 필자에게는 또 하나의 웃음을 유발하는 요소였다.


또한 각 그룹은 세계관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음과 동시에 새로운 이름과 색이 정해진다. 각 라운드의 무대도 세계관 속에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 각 경연곡에도 세계관에 따른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핑클의 <NOW>라는 곡은 '빛과 어둠의 서사를 새롭게 써 내려가는 의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는 시청자로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치고 과도한 세계관으로 느껴진다. 물론 요즘 세계관 없이 진행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아이돌 그룹은 없다. 그러나 시작부터 끝까지 설명이 길고 모호한 세계관으로 서바이벌을 이끌어 가는 것은 오히려 몰입을 떨어트리는 느낌이었다. 또한 세계관은 조금 숨겨지고 감춰져야 해석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며, 아이돌과 팬들 또한 함께 참여할 때 풍부해지는 것이다. 판타지적 요소와 큰 의미를 담아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싶은 것은 이해하겠으나, 사람들이 세계관에 빠지는 진정한 이유를 잘 파악하지 못한 느낌이다.


44.jpg © MBC




〘A-idol〙에는 라잇썸, 드림노트, 아이칠린, 퍼플키스, 첫사랑, 우아 총 6개의 걸 그룹이 참여해 경쟁을 펼친다. 이 중 처음 들어보는 걸 그룹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서바이벌을 시작하기 전 로디아이와 대화를 나눈다. 이 대화에서 "하는 거에 비해 기회가 없다.", "보여주고 싶은데 자꾸 못 보여주네, 근데 시간은 없는데" 등의 노력에 비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처지에 관해 이야기한다. 중소 아이돌의 현실적인 한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하지만 필자는 물론 기회도 부족하겠지만, 실력 부분 또한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짧은 프로그램인 걸 고려해도 다른 아이돌의 무대에 비해 몰입도가 떨어져 아쉬운 무대들의 연속이었다. 자세한 중소 아이돌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다면 지난 대담의 기록을 참고하길 바란다.



무대가 끝난 후 아이돌들은 로디아이의 평가를 듣게 된다. 로디아이는 정확하게 부족한 부분을 짚어내며 필요한 조언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눈에 걸렸던 것은 아이돌의 태도였다. 아이돌들은 이 평가에 진지한 모습이 아닌 가볍게 듣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어땠어요?", "미안해요"와 같은 반응과 장난스러운 움직임을 덧붙이면서 말이다. 이 부분은 간절함이나 열정이 어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참가 아이돌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던 부분이었다. 또 AI의 신뢰도를 낮춘다는 점에서 AI 기술 발전을 보여주고자 하는 이 프로그램의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의 정수를 보여줄 수 있는 AI가 설계한 곡으로 무대를 하는 2라운드가 편집된 점이 아쉬웠다. 따라서 시청자는 이후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결승에 올라온 두 팀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에 전체적인 긴장감이 떨어지면서, 서바이벌의 특성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2.jpeg © 라잇썸 공식 X




AI는 무대를 하는 동안 아이돌들을 세 가지 분야로 나누어 평가한다. 바로 스타일, 보컬, 안무 부문이다. 여기서 보컬은 종합, 음정, 박자로 세분되어 평가된다. 먼저 스타일에 대해서는 그룹 전체의 조화에 대한 평가와 조언도 제공된다. 예를 들면, 펜타곤의 <빛나리> 무대를 펼친 팀에게 로디아이는 좀 더 핏이 잘 맞는 바지를 추천한다. 이에 대해 해당 아이돌 그룹은 요즘은 폭이 널널한 바지가 유행이라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는 AI가 어떤 스타일들을 통해 학습해 평가한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다음으로 보컬에 대해서는 잘한 멤버와 함께 부족한 멤버의 실력에 대해 지적하기도 한다. 가장 특이한 것은 안무 분야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돌들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좌표에 표시한 뒤, 이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들을 바탕으로 육각형에 가까운 그룹, 즉 팀의 역량이 고르게 분포되었을 때 높은 평가를 받는다. AI는 진정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은 아이돌이라고 생각하도록 설계된 것 같다.


이 평가 기준들을 통해 평가하는 모습을 본 필자는 약간의 의문점이 들었다. 이 요소들이 아이돌 무대를 평가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며, 이것만으로 충분한 것일까? 결론적으로 너무 단순한 요소들이다. 팬들은 아이돌을 보컬, 안무만을 보고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방송의 반응을 보면 AI의 평가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보컬과 안무는 아이돌이라면 당연히 갖춰져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화제가 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보이즈 2 플래닛을 시청한 적이 있는가. 필자는 파이널 경연까지 아주 몰입해서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화제가 된 심사 위원 저스디스의 말이 있다. 심사에 잘생긴 것도 들어가야 하냐는 효린의 질문에 저스디스는 "들어가죠, 저는 계속 들어갔는데?"라고 답한다. 그렇다, 아이돌이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성공하려면 이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비주얼이나 매력, 성격과 같은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는 것이 아이돌인데, 이런 것들을 제외하고 AI가 수치를 통해 평가를 남길 수 있는 요소들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아이돌 산업의 본질을 놓친 것이다.


다음으로 아이돌의 정확한 실력과 더불어 개성과 조화로움 등을 포함해 평가한다고 해도 이 또한 AI가 정해 놓은 기준에 따른 수치이다. 예를 들면 음정, 박자가 맞는지를 중심으로 확인하는 보컬의 경우, 모두가 인정하는 훌륭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대에 몰입하여 조금 다르게 부른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슬픈 노래의 경우에는 그 감정에 몰입해 가사를 약간 놓친다고 해서 안 좋은 반응을 얻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을지도 모르는 부분이다. 상황에 따라 박자를 약간 바꾸어 부른다거나, 애드리브를 하는 것이 어느 정도 허용되는지 궁금해진다. 안무도 마찬가지로 각 멤버의 개성도 평가에 포함하고 있지만, 단순히 칼군무가 필요한 안무에만 유용한 평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을 보면 자유롭고, 틀에 갇히지 않은 모습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는 다양하게 갈릴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방송을 보면서 대체 어디까지가 개성으로 허용되고, 예외적으로 조화롭다고 여겨지는지 AI의 평가에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AI 평가에 대해 놀라웠던 점도 있었다. 아이칠린 초원은 무대 중 마이크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필자는 AI가 이러한 실수에 대해 관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AI는 초원의 해당 실수의 대처에 대해 칭찬을 남긴다. 이처럼 어느 정도 정확함과 더불어 아이돌에게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도 학습되어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느껴진다. 또한 결승전에는 AI의 평가뿐 아니라 참가한 아이돌의 점수도 평가에 포함해 AI가 포착하기 어려운 순간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jpeg © 아이칠린 공식 X




필자는 AI를 통해 아이돌을 평가하려는 이 프로그램의 기본 틀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했다. 로디아이는 아이돌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평가와 조언을 제공한다. 하지만 AI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대중들에게 아이돌로서 좋은 무대의 평가를 받고, 인기를 얻어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일반 서바이벌들이 무대에 관객 평가나 투표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예술이란 예외가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정해진 기준을 기반으로 한 AI와 예외가 존재하는 예술 산업인 아이돌을 접목하는 것은 어렵고,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대단한 AI 기술을 보여주기에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아이돌 팬들의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아쉬운 점이 존재한다. 즉, 이 프로그램은 아이돌 팬들을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는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정확성만큼은 보장된 AI를 평가에 포함함으로써, 앞으로의 서바이벌 평가에 많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남긴다. 이로써 공정한 AI의 평가를 기반으로, AI가 측정하기 어려운 부분의 대중 평가가 더해진다면 객관성과 감정을 모두 반영할 수 있는 서바이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jpg © MBC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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