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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수 많아서 밥값은 어쩌냐 했어

Writer. 혜성

by 아이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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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수 많아서 밥값은 어쩌냐 했어

모두가 우릴 보고 망할 거라고 했어


세븐틴 리더즈(에스쿱스, 호시, 우지)의 유닛곡 <CHEERS>의 가사 일부다. 3세대 보이그룹인 세븐틴(SEVENTEEN)은 13명이라는 독보적인 인원수를 자랑한다. 이 때문에 데뷔전부터 초창기 까지, 인원이 너무 많아서 실패할 것이라는 걱정의 탈을 쓴 악담이 잦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다인원이라는 특성은 장점이 되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다채로운 조합의 유닛도 여럿 탄생했는데, 먼저 세븐틴의 가장 기본적인 유닛 구조인 보컬, 퍼포먼스, 힙합 세 유닛을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멤버들의 주 포지션에 따라 보컬 팀 5명(정한, 조슈아, 우지, 도겸, 승관), 퍼포먼스 팀 4명(준, 호시, 디에잇, 디노)과 힙합팀 4명(에스쿱스, 원우, 민규, 버논)으로 나뉜다. 그룹 디스코그래피에 유닛곡을 싣거나, 콘서트로도 유닛 무대를 연출하는 등 지금까지 세븐틴은 이러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짜인 구성만이 전부인가? 그렇지 않다. 더욱 다채로운 멤버 간 조합과 구성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들은 멤버 개개인의 잠재력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통로 역할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1.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 부석순(BSS) – 승관, 도겸, 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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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순은 아마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유닛이지 않을까? 부석순(BSS)은 승관, 도겸, 호시 세 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명실상부 세븐틴의 대표적인 유닛이다. 부석순이라는 이름은 세 멤버의 본명에서 한 글자씩 따왔으며, 연습생 시절부터 이들끼리 모여 콩트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던 것으로 시작해 정식 음반까지 발매하게 되었다. 그만큼 세븐틴 내에서도 팬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 받아 온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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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첫 발매작인 《거침없이》부터 가장 최근 앨범인 《TELEPARTY》까지 꾸준하게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내세운다. 이를 통해 팬과 대중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하겠다는 확실한 콘셉트를 통해 ‘대중성 확보’라는 명확한 목표 또한 있다. 이런 조건을 두루 갖춰 가장 인지도 높은 유닛이 되었다.


대중이 열광할 만한 에너제틱한 팝 댄스 스타일의 곡을 지향한다. 여기에 두 메인보컬(도겸, 승관)의 시원한 고음도 빠질 수 없다. 또 오락적 연출이나 B급 감성의 프로모션으로 친근한 이미지를 내세워 진입장벽을 허문다. 더불어 챌린지나 팬 참여형 활동을 적극 활용하는 등 확실히 대중친화적 방향성을 띤다. 이로 인해 신규팬덤 유입의 든든한 창구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2.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예술성의 추구, 정한X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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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정한X원우 유닛은 2024년 6월 17일 싱글 앨범 《THIS MAN》을 발매하며 예술성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인다. 정한X원우 유닛은 몽환적인 서사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텔링을 위해 장벽이 높은 과감한 컨셉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어느 정도 대중성을 포기하되, 몰입도 짙은 컨셉을 통해 비주얼이 특히 돋보이는 둘의 강점을 극대화, 시각적인 장치에 더 집중해 팬덤을 제대로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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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상반된 결과 매력을 음악 및 비주얼에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앨범의 분위기와 마찬가지로 음악 전반에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져감과 동시에 타이틀 곡의 가사, 분위기를 비롯해 앨범 전반에 디스맨 괴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적인 서사를 유지한다. 나아가 이들은 앨범의 프로모션 또한 예술적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한다. 몽환적이고 고독한 이미지를 추구함과 동시에 영화 포스터 구도 등 시네마틱 요소를 프로모션 전반에 활용하여 앨범 전체를 마치 한 편의 작품처럼 구성하고 있다.


사실 정한과 원우라는 조합에 사뭇 의아함을 나타내는 시각도 있었지만, 필자는 이들의 유닛 결성은 본격적인 군백기를 앞둔 세븐틴에게는 필연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세븐틴 내에서 가장 먼저 입대를 앞둔 멤버가 정한이었으며, 바로 다음 순서가 원우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한X원우 유닛은 군백기를 앞두고 팬덤 유지와 충성도 강화를 위해 캐럿들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 그 무엇보다 팬덤을 위한 유닛 활동이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3. 트렌디함과 자유로움, 에스쿱스X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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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다루어 볼 유닛 그룹은 에스쿱스X민규 유닛이다. 이들은 얼마 전 9월 29일, 미니 앨범 《HYPE VIBES》를 발매하며 세븐틴의 새로운 유닛으로 대중 앞에 섰다. 이들의 앨범은 전반적으로 트렌디하고 자유분방한 컨셉을 추구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 글에서 언급한 모든 유닛 중 단연 가장 자율성이 돋보인다. 실제 그들의 취향과 일상을 반영한 티저 및 민낯으로 촬영한 자켓 이미지 등이 이런 무드의 연출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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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에스쿱스와 민규는 이번 앨범의 전곡 작사/작곡에 직접 참여했다. 이 역시도 자율성의 연장선이다. 이들은 스스로 원했던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음반작업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으며, 그 결과 가벼운 디스코부터 무거운 힙합까지 트랙 전반에서 폭넓은 스펙트럼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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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이미 힙합팀 동기인 두 사람이기에 어둡고 무게감 있는 힙합으로 무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필자의 의심을 비웃기라도 하듯 에스쿱스와 민규는 보란 듯이 정말 그들이 하고 싶었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 것이다. 이는 에스쿱스X민규 유닛이 기존 멤버들의 장르적 유연성을 확장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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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필자가 가장 주목하고 싶은 건, 프로듀서 우지의 입대 이후에도 ‘자체제작돌’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세븐틴은 데뷔 음반부터 가장 최근에 발매된 단체 앨범 《HAPPY BURSTDAY》까지 프로듀서 우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거의 모든 노래를 우지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지는 세븐틴의 ‘자체제작돌’이라는 유구한 정체성을 공고히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난 9월 우지가 입대하면서부터 일각에서는 그의 빈자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우지 없이도 직접 꾸린 디스코그래피를 선보이며, 진정한 '자체제작돌'로 거듭나고 있다. 이와 같은 그들의 행보는 ‘자체제작돌’이라는 세븐틴의 오랜 정체성을 연장하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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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은 본고의 세 유닛 외에도 호시X우지를 비롯한 수많은 조합을 선보인 바 있다.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듯, 13명이라는 다인원 그룹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케이팝은 이전보다 유닛 활동에 소극적인 흐름이지만, 유닛은 개개인의 역량을 조금 더 여유 있게 보여주고, 그룹의 정체성을 탈피하거나 확장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부석순, 정한X원우가 이전보다 더 넉넉한 환경에서 각자의 장점과 색을 보여주었고, 에스쿱스와 민규가 ‘자체제작돌’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을 확장했듯 말이다. 앞으로도 세븐틴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돌의 다층적이고 신선한 유닛 활동을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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