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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판 보이즈 플래닛의 탄생〘스틸하트클럽〙

| Writer. 일유

by 아이돌레
스하클1.jpg © Mnet


최근 높은 화제성을 보이며〘보이즈2플래닛〙이 종영하였다. 이 기세를 이어 엠넷 (Mnet)이 또 한 번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바로 내일 10월 21일 첫 방송을 앞둔 밴드판 보이즈플래닛, 〘스틸하트클럽〙이다. 필자가 해당 프로그램에 ‘밴드판 보이즈플래닛’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해당 프로그램의 취지가 바로 ‘아이돌 밴드’의 결성이기 때문이다. 인디밴드, 아이돌, 모델,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참가자들이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포지션별 경쟁을 하고, 이를 통해 ‘밴드메이커’에 의해 선택된 멤버들은 최종 헤드라이너 밴드로 데뷔하게 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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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net


그간 엠넷은 시청자 투표만으로 데뷔 조를 선발하는 특유의 오디션 포맷을 선보였다. 〘프로듀스 101 〙 시리즈를 통해 ‘국민 프로듀서’라는 개념을 만들어냈고, 〘보이즈 플래닛〙 역시 ‘스타 크리에이터’라는 이름 하에 시청자가 직접 데뷔 멤버를 결정하였다. 이번 〘스틸하트클럽〙 역시 엠넷의 아이돌 오디션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밴드메이커가 되어 포지션별 투표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뽑힌 각 포지션의 멤버들이 밴드를 이루게 된다. 또한 첫 방송 전 비주얼 중심의 프로필 공개와 전 참가자의 시그널송 무대 역시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을 따랐다. 이로 인해 공개된 시그널송 영상에서는 보컬, 기타. 베이스, 키보드, 드럼 각각 10명씩, 무려 50명이 동시에 합주를 하는 특이한 장면을 선보이며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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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net / ©X (구 트위터)


이러한 포맷으로 인해 〘스틸하트클럽〙은 방영 전부터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기도 하였다. 앞서 엠넷은 2022년〘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을 통해 인디밴드 신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당시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해당 프로그램의 상위권 출신인 터치드 (TOUCHED), 유다빈밴드 (YdBB), 오월오일 (OWALLOIL), 설 (SURL) 등은 이를 통해 상승세를 타고 현재 밴드 씬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이를 기대했던 밴드 팬들 중 상당수는〘스틸하트클럽〙의 아이돌 밴드 결성이라는 취지에 실망을 표했다. 아울러 모집 공고의 '밴드 음악을 사랑하는 남자 누구나'라는 자격요건이 문제로 거론되었다. 록이라는 장르에서 성별을 한정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맞는 말이다. ‘보이 밴드’ 론칭이라는 취지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밴드 붐을 앞세워 특정 성별만을 선발한다는 것은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스하클6.jpg © X (구 트위터)


이를 계기로 필자는 다시 한번 ‘아이돌 밴드’와 ‘밴드’의 경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필자는 다양한 아이돌 밴드를 좋아하며 이들을 ‘아이돌’ 밴드라고 지칭하는 것이 무의미하며 어떻게 보면 편견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최근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Xdinary Heroes) 준한의 발언을 접하면서 아이돌 밴드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준한은 버블 (Bubble)에서 인디의 기준을 묻는 팬의 질문에 “인디의 기준은 대형자본이 없으면 인디다. 우리는 너무나도 인디가 아니며, 아이돌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은 ‘아이돌 밴드’의 본질을 정확히 짚은 표현이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JYP라는 거대 자본과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밴드다. 이들이 데뷔 초부터 대중성보다는 음악적 실험을 택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아이돌 밴드’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경우 아이돌 밴드라는 체제의 장점을 살려 음악적 실험과 도전을 거듭하며 다양한 록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고, 이는 지금의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가 개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음악적 방향성을 구축하는 데 뒷받침이 되었다.


스하클7.jpg © Mnet


〘스틸하트클럽〙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CJ와 카카오라는 대형 자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지만, 중요한 것은 자본과 시스템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를 활용해 어떤 음악이 만들어지고 어떤 서사가 쌓이며, 이를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다. 즉 아이돌 밴드의 이점을 무기로 삼아 음악과 실력으로 증명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돌 밴드와 인디 밴드는 밴드가 형성되는 과정부터 자본의 차이, 기획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둘의 음악적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돌’이라는 개념의 기원 역시 록 밴드에서 시작되었다. 1960년대 초, 비틀스 (The Beatles)는 매력적인 외모와 무대 매너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반문화의 상징이 되기 전, 그들의 시초는 ‘아이돌 밴드’였다. 록의 출발점이었던 로큰롤 (Rock’n’Roll) 역시 당시 가장 힙하고 젊은 감성을 대변하는 대중음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록의 본질이 힙하고 젊은 청춘의 서사라면 밴드와 케이팝 아이돌과의 지향점과도 다르지 않다.”는 김영대 음악평론가의 말을 빌려보면, 그것이 곧 록의 정신이자 아이돌의 근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밴드와 아이돌, 이 둘의 음악적 본질은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내일 첫 방송을 앞둔〘스틸하트클럽〙의 참가자들이 아이돌 밴드로서 보여줄 록의 젊음과 청춘 서사를 기대하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참고문헌

김영대, K팝의 밴드 열풍, ‘퍼포먼스 위주’ 한계를 극복하다, 시사저널, 2024,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306518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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