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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레드벨벳의 계절은 겨울이야

ㅣWriter. 오드

by 아이돌레

항간에서 흔히들 레드벨벳을 ‘썸머 퀸’이라 칭한다. 레드벨벳이 여러 계절 중에 여름 그 자체로 기억되는 것은 레드벨벳의 썸머 송들이 대중에게 독보적인 인상을 남겼기에 가능한 칭호다. 메가 히트곡 〈빨간 맛〉을 필두로, 우리의 무더운 여름을 흥겹게 만들어주는 걸 그룹인 것은 모두가 동감할 만한 사실이다. 그렇지만 레드벨벳은 다른 계절도 너무나 아름답고 새로운 시선으로 노래한다. 썸머 퀸이라는 틀이 레드벨벳 음악의 또 다른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벨벳’스러운 음악을 간과하게 만드는 단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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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벅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레드벨벳은 밝고 신나는 ‘레드’와 어둡고 뭉근한 ‘벨벳’이라는 두 가지의 컨셉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음악을 전개해 온 팀이다. 기본적인 컨셉에 가장 직관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게 계절감인 만큼, 레드벨벳도 데뷔 이래 독보적인 컨셉에 다양한 계절을 녹여 내왔다. 봄이면 〈Feel My Rhythm〉처럼 각 계절에 맞는 곡이 바로바로 떠오를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썸머 퀸이라는 별명에 대척점에 있는 레드벨벳의 겨울에 대해서 논해보겠다. 필자가 꼽은 레드벨벳의 베스트 겨울 노래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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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 공식 네이버 블로그


먼저, 요즘 은은하게 역주행 붐이 일고 있는 〈Chill Kill〉이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에서 미감 좋은 앨범 커버와 로고가 알티를 탔었는데, 당연하게도 미감 빼면 시체인 레드벨벳이 빠질 수 없었다. 시작은 레드벨벳의 영문명을 한자처럼 만든 로고와 〈Chill Kill〉을 한자로 만든 이미지 바이럴이었다. 이어서 팬들이 〈Chill Kill〉 무대 영상을 업로드하면서 〈Chill Kill〉의 진가를 알아보는 리스너들이 늘고 있다. 〈Chill Kill〉이 발매됐을 때만 하더라도 티저와의 괴리감과 프리 코러스와 후렴 간의 급격한 분위기 변화로 인해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시간이 흘러 〈Chill Kill〉이 좋은 노래임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Chill Kill〉 특유의 밝은 비극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아주 마음에 드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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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벅스


〈Chill Kill〉은 트레일러부터 티저 이미지, 뮤직 비디오 등 여러 이미지에서 공포 영화 속 클리셰를 차용했다. 전반적으로 곡과 앨범의 컨셉이 자칭 밝은 비극의 호러 무드인 것이다. 이에 더해 아찔한 숨바꼭질을 하는 〈Knock Knock(Who’s There?)〉와 악몽에 시달리는 〈Nightmare〉가 수록되어 있어 앨범의 유기성을 단단히 챙겼다. 보통 호러 컨셉은 여름에 어울리기 마련인데, 스산하고 무서운 컨셉을 겨울에 들고 나온 배포가 대단하다. 〈Chill Kill〉이 대표적인 이냉치냉 곡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열치열 이냉치냉’이라는 말처럼 오싹한 계절에 더 오싹한 음악으로 리스너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동명의 앨범에 겨울에 차가운 커피를 찾게 되는 것처럼 상대를 갈구하는 내용의 〈Iced Coffee〉가 수록되어 있는 것 역시 이를 노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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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 공식 네이버 블로그


다음으로, 빨간 맛과 함께 레드벨벳의 대표곡으로 손꼽히는 〈Psycho〉는 레드벨벳의 벨벳 음악의 진수다. 〈Psycho〉가 담긴 앨범은 연작 앨범인 Reve Festival의 피날레로서 더할 나위 없는 엔딩을 장식했다. 이수만이 마지막까지 음원 조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노력이 빛을 발하는 듯 웅장한 브라스 사운드가 연말의 화려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앨범 커버를 보면 빨간색과 초록색 위주로 사용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같이 느껴진다. 연말을 그 어떤 곡보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보정해 주는 곡인 것이다. 실제로 발매 일이 크리스마스 전이라 캐럴이 음원 차트를 점령하기 시작했는데, 〈Psycho〉는 거뜬하게 상위권을 지켰다. 차트인을 유지할 때도 겨울이 다가오면 은근슬쩍 순위가 오르기도 했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연말 대표 곡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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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 공식 네이버 블로그


그런데 하필 제일 중요했던 이 시기에, 웬디의 부상이라는 가슴 아픈 사건이 있었다. 역경을 딛고 선보인 완전체 무대는 〈Psycho〉를 더욱 각별하게 느껴지는 장치로 작동한다. 끝날 줄 모르는 추위를 버텨내고, 따스한 무대로 돌아오는 모습은 겨울이 지나 싱그러운 봄을 맞는 희망처럼 보인다. 벨벳 음악이 과거에 흥행 면에서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Psycho〉의 성공으로 극복됐다. 겨울에 기대하는 환상으로 분한 〈Psycho〉가 드라마틱한 레드벨벳의 서사를 타고 레드벨벳만의 단단한 겨울을 구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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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레드벨벳의 감성이 가득 담긴 겨울 캐럴 〈세가지 소원〉이다. 〈세가지 소원〉은 2015년 SM WINTER GARDEN 프로젝트에서 2번째로 발매된 곡으로, 어쿠스틱한 감성을 담은 팝 발라드다. 쉐이커 사운드와 함께, 첫눈이 오는 날 소원을 비는 내용의 가사와 곡의 스타일까지, 언급한 곡 중에 가장 겨울에 잘 어울리는 곡이다. 발매된 지 10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크리스마스 전후로 리스너의 사랑을 꾸준하게 받고 있다. 어찌 보면 뻔하지만, 정공법이 통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느 때보다 소원을 바라는 겨울이라는 계절의 특성에 맞게 아름다운 가사를 가진 따뜻한 곡이라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레드벨벳의 아름다운 하모니는 이 곡의 화룡점정으로 자동으로 눈을 감고 소원을 빌게 된다. 레드벨벳 음악의 강점은 서사가 동화 같다는 것인데, 앞서 언급한 곡들이 잔혹 동화라면 세가지 소원은 세계 명작 동화에 가까운 것이 감상 포인트다. 행복한 왕자와 같이 겨울을 배경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 말이다.




레드벨벳은 겨울의 차가움과 포근함, 특유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가득 담아 그들이 해석한 겨울을 들려주고 있다. 서술한 곡 이외에도 겨울에 발매된 레드벨벳의 좋은 노래가 많으므로 들어 보길 바란다. 레베럽으로서 썸머 퀸이라는 칭호가 기분 좋으면서도 레드벨벳의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맘이었다. 썸머 퀸이 레드벨벳의 디스코그래피를 반쯤 가리는 양날의 검이라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이번 글로 레드벨벳이 노래한 겨울 음악 서사가 독자에게 최대한 잘 전달되어 레드벨벳이 ‘사계절 퀸’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레드벨벳이 다음에 들려줄 겨울은 어떨지 기대되지 않는가? 부디 레드벨벳의 또 다른 겨울 이야기가 꼭 나오길 학수고대하고 있겠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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