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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계절 위로 모든 걸 감싸줄 눈이 와

| Writer. 혜성

by 아이돌레


겨울이 오면 우리는 자연스레 따뜻한 겨울 K-POP 플레이리스트를 찾는다. 필자의 경우 SM 소속 아티스트의 노래가 플레이리스트 목록의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그 까닭은 SM이 꾸준히 발매해 온 겨울 앨범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이 쌓아 온 겨울 앨범은 이제 어느덧 케이팝 계절 앨범의 상징처럼 자리매김했으며, 하나의 거대한 트렌드이자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로 여겨진다. 그리하여 우리는 겨울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SM의 겨울 앨범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SM은 어떤 시간을 지나 ‘겨울 앨범 맛집’이 되었는지 알아보자.






첫 겨울 앨범; SMTOWN 패밀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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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Y7cebaG8gGo?si=k0VT55fKLg-9PNtV


그 시작은 1999년 발매한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인 《Christmas In SMTOWN.com》이다. 이 앨범에는 H.O.T., S.E.S., 신화 등 SM 소속 1세대 아이돌이 대부분 참여했다. 당대 케이팝을 이끈 주역들이 함께 앨범을 발매한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으나, 동시에 ‘SMTOWN패밀리’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인식시킨 첫 번째 계기가 되기도 했다. 타이틀곡 <Jingle Bell>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주로 전통적인 캐럴 리메이크와 비교적 단순한 멜로디의 포근한 발라드를 선보였다. 앨범의 전반적인 완성도보다는 구성원들의 화합에 초점을 맞춰 가족 같은 따스함 연출에만 신경 쓴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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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등 매 회 SM 대표 가수들이 꾸준히 겨울 앨범에 참여했다. 이 시기 역시 캐럴 리메이크와 다 같이 부르는 단체곡 위주로 구성되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아티스트의 모습을 담은 겨울 화보 및 크리스마스 카드도 선보이며 겨울 앨범을 대중에게까지 알리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대표곡으로는 〈창밖을 봐요 (Waiting For White Christmas)〉, 〈Snow Dream〉 등이 있다.








첫 눈 내리면 차트에 올라오는 그 곡: EXO 겨울 스페셜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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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lon


그러나 2010년대 초반, SM은 단체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을 잠시 멈췄다. 대신 겨울 시즌 프로젝트의 방식을 개별 그룹 단위로 전환했다. 그 중심에는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던 엑소(EXO)가 있었고, 자연스레 엑소가 그 첫 타자가 되었다. 이로써 엑소(EXO)의 겨울 스페셜 앨범이 탄생한 것이다. 소속 아티스트 간 다양한 조합을 보이는 데에 집중한SMTOWN 앨범과 달리 엑소만의 색깔로 채워진 앨범은 당시 절정에 달했던 엑소의 인기와 맞물려 새로운 업계 트렌드를 만들어 나갔다.


https://youtu.be/yVLxRXoLaas?si=2OACpeZmcCEM0qtE


엑소는 2013년 《겨울 스페셜 앨범 '12월의 기적 (Miracles In December)'》을 시작으로 2017년 《Universe - 겨울 스페셜 앨범, 2017》까지 꾸준히 겨울 스페셜 앨범을 발매했다. <12월의 기적>이나 <Sing For You>처럼 주로 완성도 높은 발라드를 타이틀곡으로 선택했고, 수록곡으로는 이따금 <Girl x Friend>나 <불공평해> 같은 발랄한 음악을 선보이기도 했다. (유일하게 2014년에 겨울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지 않았지만, 당해 겨울 발매한 콘서트 실황 앨범에 팬들을 위한 깜짝 선물로 겨울 시즌송인 <December, 2014 (The Winter's Tale)>를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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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엑소의 겨울 스페셜 앨범은 정기적인 연간 이벤트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는 엑소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기념일’이라는 주제를 통해 대중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한편으로는 팬덤의 충성도를 높이는 주축으로도 기능했다. 기존 앨범에서는 퍼포먼스에 집중했다면, 겨울 앨범에서는 엑소의 또 다른 특장점 중 하나인 뛰어난 보컬에 조금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덜어내고 서정적인 발라드를 선보였다. 이러한 이유로 겨울 스페셜 앨범은 엑소뿐이 아닌 SM 전체가 ‘겨울 앨범의 명가’라는 이미지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광야에도 눈이 오나요?: SMCU, 다시 돌아온 컴필레이션 앨범


https://youtu.be/PtFnieJ7Imc?si=aS93wzj3IehWr6V9


2021년, SM엔터테인먼트는 SMCU (SM Culture Universe)를 전면에 내세우며 10년 만에 겨울 앨범 프로젝트를 재개했다. SM은 앨범을 단순한 음악 모음집의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SM이 그리는 미래 비전과 거대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했다. 이름하여 ‘KWANGYA(광야)’ 세계관으로, 이는 소속 아티스트들을 광야의 여행자로 설정하고 그들에게 공통된 세계관 아래 소속감을 갖게 하는 동시에, 신기술과 발맞춰 나가기 위한 SM의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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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lon


이러한 콘셉트 아래 《2021 Winter SMTOWN : SMCU EXPRESS》, 《2022 Winter SMTOWN : SMCU PALACE》 등의 겨울 앨범이 다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10년 만에 돌아온 겨울 앨범에서는 보다 풍성해진 라인업이 눈에 띈다. 그만큼 전보다 더 다양한 조합의 컬래버레이션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장점이다. 강타, 보아 등 1세대 아티스트부터 NCT, 에스파 등 4세대 아이돌까지 SM 소속 전 세대가 참여하여 파격적인 유닛 조합을 선보였고, 이는 SM의 방대한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https://youtu.be/Gn7pr7RGPoM?si=Y6xoaL79do8Ha7Wj


SM은 이를 통해 대중에게 ‘SMTOWN 패밀리’를 다시 한번 인식시키고, 나아가 그들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를 보여준다. 특히 《2022 Winter SMTOWN : SMCU PALACE》 앨범은 SM이 만들어 가는 세상의 방향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준최1] 타이틀곡 <The Cure>는 (특히 코로나로)더욱 심화된 사회적 파편화로 인한 상처를 모두 함께 위로하고 치유하자는 연대의 메시지를 담았다. 이 곡에는 강타와 보아를 비롯해 유노윤호, 이특(슈퍼주니어), 태연(소녀시대), 온유(샤이니), 수호(엑소), 아이린(레드벨벳), 태용, 마크, 쿤(NCT), 카리나(에스파) 등 당시 SM 소속 아티스트 중 리더 포지션의 멤버가 모두 참여하여 곡이 담은 연대와 화합의 의미를 더욱 빛냈다.








SM 겨울 앨범, 어디까지 왔나요?: 최근 경향성


SMCU 프로젝트 이후, SM의 겨울 앨범은 다시 개별 그룹 활동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SMTOWN의 단체 컴필레이션 앨범보다는, 각 그룹의 아이덴티티가 강조된 시즌 싱글과 앨범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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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lon


SM은 특히 신인 그룹의 겨울 앨범 발매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시즌송을 그룹의 인지도와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장치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표적인 예시로 2024년에 공개된 라이즈의 싱글 《Love119》이나 NCT WISH의 《WISHFUL》 앨범을 들 수 있겠다. 라이즈의 <Love119>은 그들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모셔널 팝(Emotional Pop)장르의 곡으로, 그룹 고유의 장르가 계절감에 관계 없이 잘 녹아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또한 NCT WISH의 《WISHFUL》 앨범은 타이틀곡 <Wishful Winter>를 포함하여 총 13곡이 수록된 일본 첫 정규 앨범으로, 그룹 이름에 걸맞게 따뜻한 소원을 속삭이는 윈터송으로 구성되었다.


https://youtu.be/NAhEwvI9TGE?si=D2XLeFmlzLT-T5m_


이전의 대형 프로젝트성 앨범들과 비교하면 최근의 겨울 앨범은 상대적으로 소박하지만, 동시에 아이돌이 팬들에게 보내는 친밀하고 따뜻한 선물처럼 여겨진다. 이는 신인 그룹이 팬덤과의 유대감을 더 강화하고, 앞으로의 그룹 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가려는 전략 중 일부로도 해석될 수 있다.












SM 엔터테인먼트의 겨울 앨범 변천사는 지난 20여 년간 케이팝 산업의 주요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1세대가 중요시했던 화합과 유대감, 2세대의 전문성, 3~4세대의 세계관 확장과 기술의 도입까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반영해 온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특수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 기존의 캐럴이나 징글벨 사운드를 적극 활용하고, SM패밀리라는 콘셉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다양한 화음을 곡에 담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들의 노래는 매년 연말의 분위기와 함께 기억되고, 돌아오는 겨울마다 듣는 이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다. 그들의 겨울 앨범은 단순한 음악 발매를 넘어, 아티스트와 팬들이 함께 겨울을 공유하고 연말을 기념하는 이벤트가 되었다. 그렇게 SM은 ‘겨울 앨범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이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앨범의 형태는 여러 번 변화를 거쳤지만,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선물이라는 본질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그들의 노래에는 언제나 추운 계절을 서로의 온기로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과 응원이 담겨있다. 메마른 계절 위로 모든 걸 감싸줄 눈처럼, 앞으로도 그들의 따뜻한 노래가 우리의 겨울과 함께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아이돌레 웹진 소유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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