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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Mar 20. 2024

커스터드 푸딩 같은 시간

달콤, 행복 그 자체

 딱 일주일 전, 3월 13일의 1시간을 기록하려고 한다. 남편이 선물해 준 1시간이 커스터드 푸딩처럼 달콤했고 행복했어서. 1시간의 달콤함이 마치 2박 3일과 같은 짧은 여행이라도 한듯한 느낌을 줄 만큼 진했어서.


 지난주에는 남편과 나에게 딸의 인생 첫 독립(?)으로 자유시간이 주어졌던 때였다. 3월부터 딸이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했고 적응기간으로 한 시간만 어린이집에 있다 오던 지난주.


 남편과 나는 딸의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에 설렘을 안고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우리의 신혼이 다시 다가오는 것만 같다고. 데이트도 하고 그간 제대로 못 했던 운동도 같이 하며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고.


 1시간이라면 짧을 수도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그 시간을 남편은 화이트데이를 맞아 나에게 선물했다.


 3월 14일은 남편의 근무 일정으로 데이트가 여의치 않아 "우리 데이트하자. 예쁘게 차려입고 내가 알아놓은 카페 있는데 가서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와요"하며 남편은 13일의 데이트 계획을 바로 전날 나에게 전했다.


 1시간밖에 되지 않는 시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야 함과 동시에 몸상태가 살짝 좋지 않아 귀찮아지려던 찰나, 그래도 우리에게 이제야 주어진 값진 시간이니 충실하게 써보고자 마음을 먹고 남편의 제안에 동의했다.




 정말 오랜만에 이른 아침부터 화장을 하고 남편과의 연애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입을 옷을 신중하게 골라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옷을 다 입고 집을 나서기까지의 일련의 고민과 행위들이 예전의 나를 오랜만에 만나는 듯했다. 그래서 낯설기도 했다.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며 내가 낯설어지는 것도 모른 채 많은 시간이 흘렀음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아직 꽤 쌀쌀해 남편의 팔짱을 끼고 걷던 중 남편이 자연스럽게 꽃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남편이 간간히 동네에 새로 생기는 꽃집, 카페, 식당 등에 관심을 보여왔고, 집 근처에 생긴 지 얼마 안 된 꽃집이라 그저 구경 가는 줄 알았다.


 작지만 온통 하얀 공간에 다채로운 색깔의 꽃들이 그림을 그리던 꽃집. 남편은 주인으로부터 약속한 듯 꽃을 받아 나에게 건네주었다. "내일 화이트데이잖아."



 연애할 때부터 꽃을 특별한 기념일에 가끔 선물을 해왔던 남편. 결혼 이후에는 이번이 처음이라 더 놀랐고 놀란만큼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선물해 준 꽃을 들고 처음 가보는 카페로 걸어가던 길.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꽃과 함께 하는 그 순간들이 퍽 행복했다. 그 행복감을 남편에게 아낌없이 표현하고 싶었다. 숨기고 싶지 않았다.




 감동과 행복이라는 단어로 걷던 길을 채우며 가려던 카페에 도착했다. 동네 한적한 곳에서 아담하게 아침 일찍 열어 이른 저녁에 닫는, 커피와 디저트가 맛있기로 유명한 곳.



 커피와 함께 시킨 커스터드 푸딩이 너무 달지도 않고 퐁신퐁신 귀여운 맛이 화이트데이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육아하느라 평소에 나누지 못했던 대화 주제들도 쉬이 올라왔다. 곧 떠날 여행 계획부터 시작해서 딸과 함께 행복한 순간들을 추억으로 만들 계획, 가끔 연애 때의 추억들과 딸과 함께 했던 여행에서의 추억까지 과거의 시간들도 함께 했다. 문득 과거는 이미 흘러버렸으니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의미 있는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덧 1시간가량이 속절없이 흘러버렸을 때 잠깐이지만 떨어져 있어 보고 싶던 딸을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 왔다.


 화장을 하고 예쁘게 옷을 입은 채 꽃을 들고 남편과 딸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이색적인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가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낸 느낌이랄까. 또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되었다.


 그날 보낸 1시간 속에 모든 순간이 커스터드 푸딩처럼 달콤하게 담겨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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