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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riting Choenghee Aug 08. 2024

나에게 완벽한 날은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돈다.

 며칠 전부터 보려고 벼르고 있던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마침내 보았다. ‘완벽한 날들’로 번역될 수 있는 영화 제목처럼 내용은 주인공의 완벽한 나날들이 묘사된다. 주인공의 직업은 화장실 청소부이다. 매일 아침 이웃이 만들어내는 소음에 똑같이 잠을 깬다.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정리하고 간단히 세면을 마친다. 자신이 아끼는 식물들에 물을 준 뒤 작업복을 갈아입고 나갈 채비를 한다. 집을 나서면 보이는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매일 똑같은 캔커피를 마시고, 자신이 아끼는 카세트테이프들 중 하나를 골라 노래를 들으며 출근지로 향한다.





남들 눈에는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공공 화장실을 완벽함을 기해 청소하고, 점심 식사는 항상 가는 공원에서 똑같은 우유와 샌드위치로 해결한다. 그러다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를 올려다보며 매일 사진으로 찍어둔다. 일을 마치면 공중목욕탕에 들러 자신의 몸을 씻은 뒤 매일 같은 식당에 가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와선 문고본 책을 읽으며 잠에 든다.





 어쩌면 똑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은 일상에 우연히 발생하는 작디작은 변주들을 놓치지 않는다. 절대 놓치는 법이 없다. 행복해낸다. 주인공은 새로움 하나 없이 매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됨에 지겨움을 느끼는 사람들과는 아얘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다.





 또, 화장실 청소를 하찮은 일로 여기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의 시선은 한없이 여유롭고 따뜻하다. 청소를 하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와 화장실 벽에서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를 올려다보고, 일을 하다가도 주위의 사랑스러운 어린아이들을 지긋이 바라본다. 그런 사람이기에 힘든 노동임이 분명한 직업에 종사하면서도 자신을 위한 시간을 지켜낼 수 있는 것 아닐까. 출근 시간에 카세트테이프로 흘러나오는 음악을 음미하고, 일하는 사이엔 좋아하는 나무를 사진으로 남기며, 퇴근 후엔 피곤해도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 말이다.





 영화가 지금도 계속 머릿속 한편에 남아있다. 나에게 완벽한 날은 어떤 날인가를 생각하느라. ‘완벽’을 생각하느라 엄격해지려는 나를 다잡았다. 하루를 채우는 모든 것들이 완벽했다기보다는, 하루를 성실히 채운 뒤 스며오는 가만한 만족스러움이 그 하루를 완벽했다고 생각케 하는 게 아닐까. 의무와 책임을 조금 내려두고 좀 더 나를 위한 시간들로 채웠던 날들이 나에게 완벽한 날들로 회상된다. 조급함과 이기심이 아닌 마음의 여유와 온기를 가지며 사람들과 그 순간 그곳을 함께했을 때의 날들이 기억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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