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라는 앱은 이름을 잘 지은 건지 아닌지 도무지 모르겠다. 식물 이름을 찾는 앱이니까 그럴 수 있지 싶으면서도, 꼭 그래야만 했을까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든다. 이 앱을 쓴 건 딱 한 번이었다. 친구와 좋아하는 브런치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다가, 잎이 동글동글한 식물을 하나 발견했을 때. 이름은 필리아페페. 페페로 끝나는 비슷한 식물이 많다는 건 한참 뒤에야 알았다.
그렇게 이름을 알고 구매해 페페를 키운 지 일 년 반이다. 딱 페페를 키우기 시작할 때쯤 내가 식물을 자꾸 죽이는 원인이 건조보다는 과습이라는 걸 알았고, 그래서 물 주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꾸 나오는 자구를 잘라주고(자구를 키우는 건 한 번은 실패했고, 지금 또 시도 중이다) 문득 물을 주고 싶으면 흙을 확인하고 물을 주었다. 새 잎이 하나 둘 늘어나는 게 확 티가 나는 몬스테라나 호프 셀렘과는 달리, 맨 위에서 오소소 돋아난 동그란 잎들은 나름의 모양을 잡아가면서 자라는 티도 안 내면서 쑥쑥 컸다. 떡갈 고무나무처럼 갑자기 잎이 떨어져 걱정하게 만들지도 않았고, 보스턴 고사리처럼 분갈이를 하자마자 기력을 잃지도 않았다. 목대는 굵어졌고, 잎의 수는 늘어났다. 햇빛이 거의 들지 않는 집으로 이사 온 뒤에도, 알아서 자랐다. 아몬드페페와 글로리아페페도 키우게 되었지만, 필리아페페만큼 알아서 크지는 않았다.
어느 날 문득 필리아페페를 처음 데려왔던 때가 궁금해 폰 사진첩을 뒤졌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볼품이 없었다. 지나치게 긴 줄기에 아래쪽 잎만 커다랬고, 키는 너무 작았다. 그랬던 페페가 이제 알아서 동그랗게 수형을 잡고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뭔가의 비포/애프터를 보여준다면 이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모르겠고요. 저의 페페는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가끔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기분이 들고,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 것 같고,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요. 그래도 저의 페페는 잘 컸습니다. 저 대신 자랐다고 해도 이 정도라면 정말 잘 자란 거 아닌가요? 일단 올해 같은 한 해라면 인간인 저의 성장 같은 건 잘 모르겠고, 무언가 자라야 한다면 페페가 자란 것으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