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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Nov 17. 2020

저에게 마침 딱 필요했던

올해 한여름, 친구 황효진의 책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이 출간됐다. 진짜 많이 팔렸으면 했고, 지금도 잘 팔리고 있다. 멋진 일이다. 친구의 책이 출간됐을 때야 비로소 나는 작년에 내 책이 출간됐을 때 아무 반응이 없는데도 어떻게든 애써주었던 친구들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트위터로 증정 이벤트를 해주고, 어디선가 문장을 인용해준 친구들. 그 마음을 언젠가 돌려줄 거라고 생각했던, 보라색의 책 표지를 생각하면 순식간에 눈물이 고이던 나도.


그래서 나도 트위터 추첨으로 친구의 책을 선물하는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또 다른 친구가 밀고 있는 카피를 넣었다. "신입사원 교육용으로 이만한 바이블이 없다." 역시 다시 봐도 최고의 카피이고, 많은 분들이 공유를 해주었다. 추첨을 했고, 다섯 분에게 책을 보내게 됐다. 일부러 사적인서점을 통해서 보냈다. <나만의 콘텐츠 만드는 법>의 씨앗이 뿌려진 곳이기도 했고, 코로나 시대의 자영업자를 프리랜서가 이해하지 않으면 누가 이해하겠느냐는 마음이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의 10% 할인율과 배송료 할인 같은 걸 재지 않아도 될 만큼은 벌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아닌가. 이게 지금 재고 있는 건가)


책을 보냈다. 후기는 남겨주면 좋지만 부탁이나 조건은 아니었다. 산책을 하다가 디엠을 받았다. "배송 잘 받았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다른 어디도 아닌 사적인서점을 통해 받아서 기쁘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저에게 마침 딱 필요했던, 좋은 책"이라고 했다. 월드컵 공원에서 경기장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 위에 있었고, 한강 쪽으로 몸을 돌리면 노을이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복숭아의 계절이 끝나가는 중이었고, 복숭아의 색으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나에게 마침 딱 필요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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