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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Nov 22. 2020

젤리 잡는 검

젤리 잡는 검을 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느 새벽으로, 이날의 상황은 <보건교사 안은영>에 대해 쓴 한국일보에 격주 연재 중인 칼럼에서 서두와 말미에 서술한 바 있다. 정말 그냥 갑자기였고, 이게 있어야만 피곤한 새벽을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나는 내 것, 선물용으로 두 개를 추가로 샀다.


안은영의 검이 노란색 손잡이였기 때문에 노란 손잡이 검만 주문이 폭주했고, 추석 연휴가 사이에 끼어 중국에서 배송을 안 해주었으며, 추가 배송 요청을 착각해서 한 개가 모자라게 보내주는 그런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그런 일들 끝에 젤리 잡는 검은 나의 인테리어 야심작이 된 <프란시스 하> 포스터 2절 액자 앞에 놓이게 되었다.


나는 이틀에 한 번 꼴로 젤리 잡는 검을 휘두른다. 여름에는 일어날 때마다 케틀벨을 했기 때문에 건강에는 케틀벨이 훨씬 나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기분에는 야광 젤리 잡는 검이 더 나은 효과를 보인다.


심란한 일이 많은 하반기였다. 종종 친구들이 내 작은 소파에 앉았다 갔다. 친구들이 가고 나면 꼭 젤리 잡는 검을 휘두르게 되었는데, 그것은 삿된 것보다는 삿된 마음을 바로잡는 일에 대한 것이었다. 근데 지금 '삿되다' 뜻을 찾아보니 '요사스럽고 사악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데, 아니 그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잖아. 막 요사스럽고 그렇게까지는 아니야. 그래도 국어사전은 '보기에 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나쁘다.'라고 하는데, 뭐 그 정도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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