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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국 Oct 28. 2022

'남자는 순간에 반한다.'

 그냥 그렇다

내가 아내에게 반한 순간은

아내가 환하게 웃던 순간이었다.

질끈 감은 눈이 그리는 반원의 곡선,

그 눈에 한 없이 가까워지는 광대,

무엇 하나 의식하지 않고 크게 열려진 입이

환하고 기분 좋게 웃는 모습이 강렬했다.  

대화 한 번 나누어 본 적이 없었고, 어디에 사는지 어떤 성격인지 전혀 몰랐다.

그냥 그 웃음이 계속 떠올라서 아내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는 순간에 반한다.


여자는 이성에게 반하는 이유가 저마다 다르리라.

유형화는 가능하겠지만 각 개체마다 섬세한 차이가 있어

경우의 수 조합이 지나치게 풍부해진다.

하긴 여성들이 반하는 이유가 그렇게 다양하지 않다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할 남성 개체가 너무 많아진다.

(일단 결혼 적령기 여성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남자는 다르다. 남자는 시각적이고 즉흥적이다. 대체로...

그렇기에 남자는 여자의 외모에 반한다. 물론 외모라고 해서

얼굴이 아름다운 여자에만 반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에

반한다는 뜻이다. 내 지인 중에는 여자의 복숭아 뼈의 생김새 때문에 호감을 느끼는 친구도 있다.(우리는 그런 인간을 주로 변태라고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이성에게 반하기 위해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찰나'

라는 말은 산스크리트에서 순간을 나타내는 말의 음을 따서 사용하는 단어인데

1 찰나는 75분의 1초(약 0.013) 초에 해당한다고 본다.

이 정도 시간이면 남자는 사랑의 노예가 될 수 있다.


반론이 가능한 명제인 거 잘 알고 있다.

그런 남성 분도 있을 것이다. 나는 직장에서 그녀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모습에 반했어요, 상냥하고 친절하게 동료와 이야기하는

그녀의 화법에 반했어요,

따듯하고 다정한 그녀 성격에 반했어요.

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분들도 가만히

그녀를 좋아하게 된 장면을 떠올려 보면 좋겠다.

아마도 특정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아마 그 순간에 그녀한테 반했을 것이다.

평소에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인 느낌을 받고 있었겠지만  그 사람에게 매혹되는 순간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너무 극단적인 주장이지만 그런 장면이 없었다면 내 입장에서는 그는 그녀에게 반한게 아니라 다른 이유로 그녀와의 만남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그녀가 결혼하기 좋은 여자라서, 혹은

지금 당장 너무 외로워서, 아니면

그녀가 날 너무 좋다고 하니까.... 뭐 그런 이유들이 그 만남을 유지하는 동력일 것이다.  

최근에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친구가 자기 아내에게 반한 이유를

어른에게 잘하고, 데이트할 때 남자에게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본인이 먼저 계산하는 모습이 멋있어서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친구가 그녀에게 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결혼하기에 적합한 여자를 찾고 있었는데, 그 조건에 부합한 게 아마 지금 그 친구의

아내가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하게 된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그녀가 데이트 비용을 계산하기 위해 카드를 내미는 순간에 반했다고 볼 수 있지 않냐고 따질 수 있지만

내가 의도하는 '순간에 반한다'는 말의 의미는

 그런 게 아니다.

시각적이고 즉각적이고 직관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특정 장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랜 연정의 동력은 그 '순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난 아내를 생각하면 그때 아내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시절보다 나이가 든 현재의 아내를 볼 때도

그때의 모습이 겹쳐진다.

어떤 의식적이거나 인위적인 작업이 들어간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난 여전히 아내에게 반해 있을 수 있다.


반면 그런 순간이 없다면

그와 그녀의 시간은 지루해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것이다.

항상 새로운 자극을 찾을 것이고

그것이 다른 이성이 아니더라도

어찌 됐든 도파민의 분비가 다소 부족하여

게임... 낚시 등 다른 것에 집착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그녀라고 어떤 신박한 자극을 받겠는가?!

그녀도 그가 지겹고 지루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서 관계의 유지가 목적이라면

둘 중 하나라도 소소한 자극을 찾아 헤매면 된다.

그런 관계라고 나쁜 건 아니다.  

어찌 됐든 관계의 유지를 원한다면 그런 소소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거나 허락해 주면 되는 것이다.

(덧붙이자면 게임에 집착하는 남편이

 꼭 당신에게 반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역이 성립하는 명제가 아니다...아마도)


그냥 남자는 그렇다는 말이다.

 

비웃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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