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위한 꿈

최근에 꿈을 왜 꾸는지에 대한 책을 읽었다.

뇌의 각 부분은 우리 신체 기관과 연결되어 있는데

만약 어떤 신체기관이 부재하는 경우

그 기관과 연결된 뇌의 특정 부분은 원래 담당하던

기능 이외의

다른 임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된다고 한다.

(뇌 주인의 성향과 상관없이... 부지런하게)

그러다 보니 잠든 사이에 시각은 작용하지 않지만

시각과 연결된

뇌의 부분은 활동하는데, 뇌가 시각이 사라졌다고

인식하지 않게

최대한 기존의 시각 정보를 재생하게 되고

그게 바로 꿈으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이 정보의 정확성 여부, 그리고 내가

이 정보를 온전하게 이해하고 전달하는지의 여부를 떠나서

어쨌든 꿈은 결국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생물학적 작용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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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조상님과의 연결 고리라든가, 전생의 흔적이라든가

유체 이탈의 트리거 혹은 미래를 엿보는 창이라든가

그러한 어린 시절의 막연한 희망이랄까, 바람이라고

할 수 있는 꿈에 대한 나름대로의 정의는

나이가 들수록 그렇지는 않겠는데 라는 합리적 의심에

자연스레 도달했지만 그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로또 담청자들이 꾼 꿈이나 태몽은 어떻게 설명하겠냐고

반문하겠지만 전문가들은 아마 어렵지 않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보잘것없는 통찰력으로도 인지부조화의 확증편향이나

존 바넘 효과 같은 걸로 대충 꿈에 대한

과도한 믿음은 극복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에 대하여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나름의 근거가 되는 단서에 대하여 찾다 보니

꿈에 의존할 수 있고

인간의 기억력이 얼마나 왜곡되기 쉬운지를

생각하면 이러나저러나 꿈의 예지능력이나 점지 능력에

대해서는 맥이 빠지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꿈 저 편에 우주의 비밀이 있을지도

나는 현재 종교는 없지만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니'

간절한 믿음은 무언가를 구체화시킨다는 것은

수많은 자기계발서의 존재 이유이자 진부한 구호이긴

하지만 여전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 중생들에게는 더없이 붙잡기 좋은

동아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의 말씀처럼 간절한 믿음은

꿈을 통해 시각적 정보로 구체화된다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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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의 경험은 휘발성이 강해서

나중에는 내가 겪은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순간도 있다.

예를 들어 짝사랑하는 이성과 맺어지는

미래를 간절히 믿는다면

꿈에 그 이성과 손잡고 걷는 장면이 나타나고

그것은 나의 기억 창고에서

여느 기억처럼 내 일상의 한 장면으로

남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단계를 거쳐

이루어질 거 같지 않던 바람은 현실이 될 수도 있고

비록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아도 꿈의 장면을 일상의 한

장면으로 포함해 간직하는 것이 또한 범죄는 아니다.

이게 꿈은 아닐 거야 라고 꿈에서 생각했다.

즉 꿈은 내가 바라는 것이 얼마나 간절한지의

척도가 될 수 있다.

비록 꿈이 정상적 신진대사 활동을 위한

내 뇌의 필사적 노동행위라 할지라도

그 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적어도 내가 많이 보고

내가 많이 상상하는 어떤 장면이다.

그래서 꿈은 내 삶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난 자기계발서들의 소망을 시각화하고 입으로 반복해서

말하면 언젠가 이루어진다는 주장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한 문장의 깨달음을 위해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책을 구입하는 것은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적어도 그러한 행위들은 내 삶의 방향성을 제공해서

내가 그리는 미래로 점점 더 나아갈 수 있게 만든다.

그 목적 지점에 정확하게 도착하지 못할지라도

가깝게는 갈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그 과정에서 꿈은 그 긴 여정의

오아시스이자 베이스캠프가 되어준다.

꿈에 대한 과학적 해석

종교적이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믿음 등

사실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을지도 모른다.

결국 꿈은 어떻게든 우리 감정에 영향을 주고

삶의 과정에서 또 하나의 여흥이 되어준다.

난 오늘밤에도 꿈을

낭만적인 꿈을 소망하며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