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오마하의 현자가 30대 투자자들에게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부유한 투자자이자 자선가. 94세의 워런 버핏. 7년 전부터 나의 마음 속 깊은 곳 멘토다. 그가 올해 말, 버크셔 해서웨이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현장에 있던 수천 명의 주주들이 60년을 이끈 그의 삶에 긴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했다. 유튜브 영상 앞에서 랜선 박수를 치며 존경의 마음을 보냈다.
*그는 후임자로 부회장 그레그 에이블을 지목했다. 에이블은 회사의 주요 투자를 오랫동안 관리해온 인물이다. 발표 직전까지, 본인조차도 몰랐다고 한다.
버핏의 마지막 발표는 네 시간 넘게 이어졌고, 그중에서도 나는 젊은 투자자들에게 전한 말에서 마음이 멈췄다. 그가 늘 하던 말이었는데, 이번엔 달랐다. 앞으로 그는 CEO로 무대에 서지 않을 테니까.
“여러분의 삶은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 존경하는 사람들, 친구가 되는 사람들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게 하는 사람들과 어울리세요. 그런 환경이 결국 당신을 성장시킵니다.” - 워런 버핏
환경. 94세 노익장의 성장 중심에는 ‘환경’이 있었다. 워런버핏의 주변은 늘 그가 좋아하는 것들이 많았다. 콜라와 책,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배울 수 있는 친구들. 찰리 멍거라는 평생의 벗이자 파트너와 유머 섞인 농담을 나누며 우정을 쌓고, 늘 호기심을 가졌으며 책을 가까이에 두고, 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이것이 루틴이 아니라 철학이고 삶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 4분기 버핏의 포트폴리오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애플은 여전히 1위다. 은행주는 줄고, 소비재와 일본 상사 비중과 현금 비중은 늘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포트폴리오보다 그가 매일 했던 환경셋팅이 흥미롭다. 투자 안목은 환경셋팅으로 시작됐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문 5개를 읽는 루틴, 찰리 멍거와의 60년 우정, 언제나 최애 음료는 코카콜라. 복잡한 종목보다 단순한 철학에 진심인 워런버핏이다. 버핏은 ‘뛰어난 분석가’가 아니라 ‘탁월한 배치가’이다. 주식 투자보다 더 중요한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 자기 자신을 필요한 환경에 놓는 탁월한 '배치'가 그의 가장 탁월한 투자 전략일 수 있겠다.
나는 지금 어떤 환경 속에 있을까?
금융 공부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만 느끼고 행동이 더딜 때가 있었다. 책을 사고, 재생 목록에 유튜브를 담고, ‘이건 꼭 들어야지’라며 여러 강의도 결제했다. 그런데 다음 액션은 일정 구간 한결 같았다.
“내일부터.”
피곤해서, 바빠서, 할 일이 많아서 자꾸만 미루게 됐고, 미룬 일은 자책으로 번졌다. 돌이켜보면 그건 나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그런 삶이 계속되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 영상에서 워런버핏을 보게 되었다. 빌 게이츠와의 우정, 그리고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경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는 내용이었다. 약간의 유머를 섞어 ‘아내는 여전히 내가 본인보다 낫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니다.’라고 한 내용까지도 생생히 생각난다. 그 영상을 시작으로 주변 환경을 몽땅 바꿨고, 시간이 흘러 과거의 나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사실 탓할 건 구조다. 실천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온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환경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꾸준함은 실행하기 쉬운 환경에서만 만들어진다. 할 일이 쌓인 책상 위에 놓인 워런버핏의 콜라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아침에 일어나면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든다. 손이 닿는 첫 번째 앱은 보통 SNS, 뉴스, 메신저다. 딱히 뭘 하진 않지만, 그 사이 하루의 리듬이 만들어진다. 그걸 바꿔보기로 했다.
크게 말하면 실천이고, 작게 말하면 눈 뜨자마자 누르는 앱 하나 바꾸는 일이다. 증권 앱을 가장 먼저 연다. 그날의 리포트를 한 편 훑고, 내가 모르는 산업 하나를 본다. 기업을 분석하면서 가치 투자를 공부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은 내려놓고 환경만 바꿨다.
정리도 하지 않고, 공유도 하지 않는다. 그냥 ‘나를 투자자답게 시작시키는 공간 안에 있다’는 감각이면 충분하다. 작은 루틴이 결심 없이도 마음만 먹었던 투자 공부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가볍게 생각해보자.
내 공간은 ‘투자 공부가 되기 쉬운 자리’인가?
나의 정보 소비 습관은 누구를 닮아가고 있나?
내가 습관처럼 열어보는 앱은 무엇인가?
워런버핏은 위대한 투자자고 동시에 환경을 고르는 데 능한 사람이다. 매일 좋아하는 책상, 신문, 존경하는 친구 곁에 자신을 놓았다. 이것은 루틴이고, 철학이고, 생존이었다. 공부는 요령이 아니라 위치다. (성장도 마찬가지) 내가 지금 어떤 정보에 둘러싸여 있고, 어떤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어떤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다루는지를 아는 것. 워런 버핏은 위대한 투자자였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때에 맞게 자기 자신을 특정 환경에 놓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성장의 방향에 앞서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하루를 어떻게 시작했는지, 어떤 화면을 가장 오래 들여다봤는지, 누구의 말에 마음이 머물렀는지. 그게 결국 오늘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는지를 결정한다.
존경하는 멘토와 동시대에 살 수 있는 환경도 천운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워런버핏을 흉내 낸다. 그와 관련된 기사를 굳이 해외 보도 자료까지 찾아읽으며 그의 이야기 옆자리로 나를 계속 데리고 간다.
흉내는 닮음으로 이어지고, 닮음은 언젠가 나만의 방식이 된다고 믿는다. 그를 따라하기 위한 환경이 아닌 나만의 철학을 가진 현명한 투자자가 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나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
참고자료
• The Guardian 보도 자료, <Warren Buffett announces retirement from leading Berkshire Hathaway>
• The Economic Times 보도 자료, <A happy person lives longer>
• Fortune 보도 자료, <Warren Buffett has this advice for young investors>
• 토스증권 리서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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