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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은 밤의 새벽별 Jun 15. 2021

깊은 밤의 새벽별

아주 작은 별의 소곤소곤한 이야기


아득히 검고 깊은 밤. 

작은 별이 하나 있다.      


아주 조그맣고 그 빛은 꺼져갈 듯 희미해서 아무도 볼 수 없다. 

사실 이곳에 아무도 없지만.      


이 별은 가늠할 수 없는 시간 동안 장대한 우주의 무한한 한쪽 귀퉁이를 떠돌아다녔다.

거대한 초신성의 폭발과 난데없는 혜성의 돌격, 밑도 끝도 없이 빨려들어 갈 뻔한 블랙홀과의 조우 등을 겪으며 수없이 부서지고 마모되었다.

우주의 먼지가 되어 바스러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작은 소망의 중력이 이 별이 아직 별일 수 있게 붙들어 맸다.

그 소망은 사랑에서 나왔다.

수없이 부딪치고 부서졌지만 작은 별은 그래도 이 우주를, 삶을 사랑했다.

절망의 깊은 밤 한가운데서 작은 별은 새벽을 기다려보기로 한다.

언젠가 만난 푸른별에게 들었던 새벽이라는 것을.

새벽이 밝아오기를, 혹은 스스로 새벽을 밝히는 별이 되기를 소망하며 꺼질 듯한 빛을 지켜내고 있다.     


밤은 깊고 홀로있음은 적막하다.

작은 별은 이런저런 상상을 해본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새벽이 밝아오면 어쩌면 친구들이 하나둘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즐거움을 반짝이며 소담소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러다 문득 오랫동안 홀로 지내왔던 터라 자신은 이야기하는 것이 아주 서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혼자만 반짝반짝거리고 상대는 당황이나 지루함으로 희미해져 갈지도 모른다. 홀로 기다리는 동안 연습을 해두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하얗게 빛나는 바탕 한켠에 이 연습장이 탄생하게 되었다.    

 

서툴지만 소곤소곤 작은 별은 속삭이고, 깊은 밤은 말없이 듣고, 연습장은 기록한다.

듣다 보면 깊은 밤이 별을 통해 속삭이고, 작은 별이 깊은 밤을 귀 기울여 듣는 것 같기도 한, 

이야기의 우주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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