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표정이 없는 사람이고 싶다.
나 스스로 꽤 둔감하다고 생각해왔는데, 생각보다 심각한 저질멘탈이었다.
브런치를 하면서도 종종 깨달았다. 분명 감정을 털어놓으려, 나를 아는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는게 두려워 시작한 브런치였다.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해서 차곡차곡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브런치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초기엔 분명 그랬다.
신입 작가들에게 많은 기회를 준다는 브런치팀 덕에 몇 번 메인에 떠보기도 하고, 감사한 많은 분들이 내 글을 읽어 주시기도 했다. 기사 이따구로 쓰지 말라던 댓글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댓글로 응원을 받아보기도 했다. 감정을 토해내듯 쓴 글들이 대부분이라 배설에 가까운 지면 쓰레기인건 아닐까 고민했는데, 감사하게도 구독버튼을 눌러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브런치는 나에게 점점 다른 의미가 되기 시작했다. 손을 들어 글을 쓰려 하면 내 눈앞을 지나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내 손가락을 붙잡았다. 예전처럼 머리를 비우고 싶어 아무 말이나 토해내듯 글을 쓸 수 없게 됐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내 브런치를 드나들게 되고 조회수와 추천수라는 숫자에 나도 모르는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브런치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인생의 다양한 부분에서 나는 무언가 저지르고 다수의 반응을 항상 기대하고 있었다. 1을 하고 기뻐하고 1을 하고 슬퍼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내가 아니라 주변에 의해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게 그렇게 싫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접은 요근래는 일부러 남에게 내가 드러나는 일들을 최대한 자제하고 살아왔다. 그냥 평가받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허락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나는
천생 관종이었던거시었던것이다.
숨어 있던 나는 관심을 갈구하러 결국 또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말아버린 것이었따었따었따..
그래서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이 생각보다 짐스럽게 변해버렸다.
언제쯤 초연해질 수 있을까.
일희일비에서 십희십비정도 되면 좀 나아질까.
어찌됐든 나는 고개를 들어 세상밖으로 나와야 하는데 벌써부터 시선과 손가락이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