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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May 10. 2021

굴러라, 돌맹이!

이젠 나의 길을 가는 거야

나의 일과는 라디오를 키면서 시작된다.


봄이가 새벽에 일어나주는 덕분에 장성규씨가 진행하는 굿모닝FM 장성규입니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거뜬하게 듣는다. 장성규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재미있고 알찬 내용이 많아 되도록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인데, 봄이가 새벽같이 일어나주는 덕분에 항상 놓치지 못하고(^^..) 열심히 듣는 중이다.


라디오 하면 시작할 때 오프닝 멘트를 놓칠 수가 없다. 그 날의 핵심이 다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부분. 감동을 줄 때도 있고, 깨달음을 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꼭 앞부분만은 놓치지 않으려 하는 편인데 특히 오늘(5/10)의 오프닝 멘트가 너무 와 닿아서 잊을 수가 없었다.


양현종 선수에 대한 이야기였다. 남들이 뭐라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그의 모습을 아침 오프닝 멘트에 담았다. 34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게 사실 현명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무모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국내에 남아서 레전드 투수로 남아도 충분할텐데.


하지만 그는 주변의 어떤 소리에도 굴하지 않았다. KIA의 에이스 투수를 넘어 대한민국 대표팀의 에이스로도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야구선수라면 한 번쯤 꿈 꿔 볼 미국의 메이저리그에 대한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사실 서른 중반이 다 된 나이에도 그는 도전했다. 그의 자존심과 체면을 내세우지 않고 그의 꿈만을 생각하고 도전했다. 귀를 닫고 눈을 감았다. 그의 목표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는 마이너리그에서 경기를 뛰다 구원투수로 메이저리그 공식 시합의 마운드를 밟았다. 그렇게 데뷔를 한 그는 5월 6일 마침내 구원투수가 아닌 선발투수로 올랐다. 그렇게 오른 마운드에서 펼친 그의 기록은 믿기지 않는 정도의 기록을 세웠다. 4이닝을 채 채우지 않은 3과 3분의 1이닝, 10개의 아웃카운트 중에 8개가 무려 탈삼진이다. 진짜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한국프로야구 경기에서도 한 경기에서 한명의 선발투수가 9이닝동안 8개의 탈삼진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박찬호나 류현진, 김병현등 다양한 한국 투수들도 기록해보지 못한 기록이다. 게다가 단순히 한국에서만의 기록이 아니라 구단 내에서도 없었던 기록이라고 하니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즘 나는 야구를 보지 않아 전혀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나도 처음엔 '왜 나이 다 먹고 고생을 사서 하려할까' 생각했다. 양현종이라는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는 이야기만 들었지 이후의 소식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장성규씨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듣게 된 그의 소식은 정말이지 소름이 쫙 돋는 이야기였다.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나온 노래가 마시따 밴드가 부른 '돌맹이'였다. 노래 가사로 이런 구절이 있다.

흙먼지가 날리고 비바람이 불어와 뼈속까지 아픈데 나는 이를 악문다.
내 맘둘 곳 찾아서 난 길을 떠난다. 내 꿈을 찾아서, 내 사랑 찾아서
나는 자유로운 새처럼 마음껏 날고 싶어.
구르고 또 굴러서 멍투성이가 되도록 세상 끝에 홀로 서 당당히 선다.
멈추지 마 꿈꾸는 돌맹이, 날아라 돌맹이.



길 위의 돌맹이 구경하는 26개월

아침의 잠자고 있는 내 뇌를 깨우는 10분 남짓한 시간이었다.

그동안의 나는 무엇을 향해 달렸나 다시 한 번 또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양현종이라는 선수가 대단한 건 알고 있었지만, 마음까지 소년처럼 활기차게 달리고 있는 사람인 줄은 정말 몰랐다.

그의 도전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엄마가 아닌, 아내가 아닌

망고로서 달려갈 나를 다시 한 번 꿈꿔본다.


ps. 그러고 보니 내가 이맛에 야구를 봤는데.... 왜 나는 찌들어 인간짱아찌가 되어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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