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 어떻게 하시나요?
좋은 방법 있으면 소개시켜줘!
이런 저런 이유로 꾸준하게 글쓰기를 해왔지만 사실 따로 공부를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아마 내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면 다 비슷하지 않을까. 나는 글쓰기 자체를 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기간이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다. 글쓰기는 항상 수단이었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선택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다 보니 내 글쓰기가 옳은 길을 가고 있는건지 항상 고민일 때가 많다. 정해진 방법으로 쓰지 않는 다는 것은 창의적인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형식 없는 흐물거리는 정체불명의 결과물을 낳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대기권을 뚫고 벗어날 만큼 폭발적인 귀차니즘은 내 글을 돌아볼 기회를 쉽사리 주지 않는다. 교정 교열은 물론이고 윤문까지 당연히 해야 할 것을 멀리하는 습관은 흐물거리는 내 글을 결국 당첨되지 않은, 곧 갈기갈기 찢겨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로또 종이로 만들곤 했다.
간혹 글을 쓰다 보면 내 문장이 말도 안 될 만큼 길어져 있을 때를 발견한다. 그 때가 바로 내 머리를 갈아 엎어야 하는 시기다.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이 잔뜩 담겨 있을 때,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가 되지 않을 때 나는 종종 다섯줄짜리 한 문장을 완성한다. 주어 서술어 호응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나조차도 파악이 안 될 때가 많다.
그럴 떄 나는 유시민씨의 글쓰기 특강을 다시 읽는다. 그 책은 내 뇌 속 컴퓨터의 포맷 버튼과 비슷한데, 한 번 읽고 나면 어느정도 문장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다시 새겨 넣어서 그런가. 분명 읽은 것은 글쓰기 책인데 내 뇌 속 잡다한 생각도 같이 정리된다.
한 해가 시작될 때, 새로운 분기가 시작될 때,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유시민씨의 글쓰기 특강을 꼭 다시 읽곤 한다. 그렇게 몇 번을 읽었는지 가늠이 안 될 정도인데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 드는 건 내가 바보라서 그런건가.
한참 기삿글을 쓸 때 내가 즐겨했던 글쓰기 공부는 사설을 필사하는 거였다. 문제는 나와 생각하는 바가 비슷한 사람의 글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그게 참 아쉬웠다. 글을 잘 쓰는 기자나 교수 등은 대개 나와 반대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아무렴 어떠랴. 사설이나 칼럼을 읽다 보면 처음 보는 단어도 많았다. 표현을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감탄도 한다.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말하고자 하는 바도 확실했다.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내가 노력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한참 고민하곤 했다.
그렇게 필사를 한참 하다 보면 내 글도 그 사람의 글을 닮아있다. 그 때 쓴 글은 다시 읽어도 창피하지 않다. 내 글이지만 다시 읽을 용기가 났다. 어떤 부분을 고치고 어떤 어휘를 쓰면 좋을지 나 스스로 생각했다. 하지만 중구난방의 늘어진 처참한 글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가슴이 답답할 뿐.
펜을 잡고 글씨를 쓸 때가 하루의 가장 평온한 시간이다.그게 요즘이다. 그래서 다시 유시민씨의 글쓰기 특강을 집어 들었다. 새해고, 내 글도 한없이 녹은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기에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예전처럼 필사를 하려 이런 저런 신문을 들추어 봐도 맘에 드는 글이 없다. 필사를 하다, 말다 반복하다 방법을 바꿨다. 그냥 글쓰기 특강 책을 필사하기로 했다. 모든 글을 필사할 수는 없지만, 잊지 않으면 좋을 부분을 위주로 필사를 한다. 그리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내용을 여기에도 적어본다.
유시민씨의 글쓰기 영업비밀
첫째, 취향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