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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Jan 05. 2022

네, 저 내일부터 운동할 거예요

새해 다짐입니다.

5월, 정말 좋은 기회로 일을 시작했다. 내 생각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은 앞으로 다닐 수 없을 만큼 괜찮은 직장이었다.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한 곳이었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의지가 부족했던 탓인지, 갑자기 허리에 탈이 났다. 하루 종일 앉아서 글을 쓰다 왼쪽 발끝과 종아리에 감각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 급한대로 반차를 쓰고 한의원을 갔다. 허리디스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다. 디스크란다. 치료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앉아 있지 않는 것이었다. 


일을 시작한 뒤로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내 몸만이 아니었다. 짜증스럽게 봄이에게 소리지르는 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일주일 내내 재택근무로 일을 했던 나는 하원에서 돌아온 봄이에게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봄인 타자를 두드리고 있던 내 등을 계속해서 두드렸지만, 나는 그저 짜증만 났다. 


아침에 급하게 일어나 봄이를 등원을 시키고 일을 하다 남편의 점심을 챙기고 점심시간이 다 가기 전에 설거지를 마치고 또 일을 하고 중간에 잠깐 아이를 하원시키고 못다한 일을 빠르게 하고 저녁을 준비하고 ... 아까 못한 일을 새벽까지 마저 하고. 이런 일이 몰아닥치니 나를 주체할 수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몸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지만 일을 그만뒀다. 그리고 바로 피티를 결제했다. 허리를 원래대로 돌려놔야한다. 그 생각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레깅스를 입었더니, 그렇게 우락부락할 수가 없었다. 남편은 그런 옷을 입고 운동하러 가냐며 제정신이냐고 물었다. 레깅스 입고 운동하지 뭐 입니..


내 몸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라운드숄더와 거북목, 굽은 등, 백니, 골반전반경사 등 출산하고 관리안 한 여성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문제는 다 모아놓은 몸이었다. 배는 볼록 나오고 근육은 없고 지방은 많아 상당히 통통거리며 굴러다니게 생겼다. 선생님도 회원님 운동 열심히 하라며 파이팅을 그렇게 외쳐주셨다.


다행스럽게도 내 하루는 운동으로 점철됐다. 아침에 일어나 레깅스를 입고 당장 운동부터 나갔다. 삼대 몇? 할 때 삼대운동을 배웠다. 오늘 하루는 몇까지 칠 수 있을까 하며 무게를 늘리는 재미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광배를 키우고, 힙업을 만들며 내 하루가 빛났다. 요 근래 내가 이렇게까지 열심히 산 날이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하루에 운동만 3시간을 넘게 했다. 그래도 즐거웠다. 


작고 소즁한 무게..

체형이 교정되고 허리가 아프지 않기 시작했다. 종아리 느낌이 돌아오고 목이 들어갔다. 놀랍게도 극심한 고통을 가져왔던 생리통이 사라졌다. 운동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구나. 내심 놀랐다. 요가나 수영을 오랜 시간 해왔지만 웨이트는 처음이라 근력운동이 이렇게까지 사람을 흥분시킬 수 있는 거란 걸 이번에 처음 느꼈다. 


문제는 찬 바람이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내 열정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딱 붙는 레깅스와 티셔츠만 입다가 위에 뭔가를 걸치기 시작하니 운동 욕구가 사라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흥청망청 먹는 지방들이 온 몸 구석구석 붙어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새해가 와버렸다. 


"회원님 제 번호까지 지우신거예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받았다. 정말 누군지 모르겠다는 목소리로 답을 했더니 돌아온 말이었다. 회원님!!!이라고 말할 사람은 피티쌤뿐이었다. 오메야.. 실은 아예 저장을 안 했고요!! 회원권을 끊어놓고 두 달이나 날린 터였다. 1월부터는 꼭 나가야지, 마음은 먹었지만 실천이 되지 않고 있었다. 


"1월부터는 열심히 하신다면서요~~~~~~~~!!!!!!!!!!!!"


다음주부터 갈게요, 주말에 갈게요, 내일 모레 갈게요 하다 "그럼 내일 오세요!" 로 통화가 끝났다. 아.. 선생님 저 운동 시작하기 전보다 더 돼지가 됐는데요ㅠ_ㅠ 


그렇게 타의로 새해 다짐을 실천하게 됐다. 다시 운동할 때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올해는 운동을 못 할 줄 알았는데 마리야아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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