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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Mar 29. 2024

3월을 보내며

일기.

3월이 끝나기 전에 글을 한 번은 더 써야 할 것 같아서 브런치에 들어왔다. 원래는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데 오늘은 여행을 와 있어서 핸드폰으로 쓴다.

요즘은 블로그에 가끔 쓰는 글 정도로 만족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애인과 매주 1시간씩 극본 회의를 하고 있다는 이유를 핑계로 단편소설 쓰기는 거의 뒷전이 됐다. 멋모를 때는 무언가를 그저 열심히 쓰고 그것이 나의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정도 배우다 보니 선뜻 소설을 쓰는 것이 겁이 나고 두렵다. 섣불리 쓰기가 어렵다.

극본 쓰기도 진도가 팍팍 나가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줄어들어서? 체력이 없어서? 건강이 걱정되어서? 모두 맞다..  글을 쓰는 것보다는 몸을 사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가장 열심히 글을 썼던 때는 이직이 가장 절실했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만큼 절실하지 않다.

지금의 직장에 만족감을 느낄 때마다, 내가  그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놀란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이 직장에 만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조용히 길고 오래 이곳에 붙어있자는 마음이다. 다른 어느 회사를 가더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지금 이곳보다 더 나은 곳으로 옮길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그리고 이제는 나도 이곳의 고인물에 젖어들어 이곳의 생태가 조금씩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글을 쓴다는 건.. 내게 보험 같다. 내가 언제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더라도 든든하게 믿을 구석이 되어줄지도 모른다는, 내가 어려워지면 여기에 의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보험.


얼마 전에는 작년 수술했던 손가락 종양이 재발한 줄 알고 절망스러웠는데, 다행히도 검사를 해 보니 재발한 것이 아니었다. 안도감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폭발해서 정말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수술이란 정말 두 번 다신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늘 다짐만 하고 실천은 잘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다짐하자면...^^

매일 간단하게라도 운동하고, 영양제도 챙겨 먹고, 올해는 1급 자격증도 따고, 극본 완성해서 공모전에 내고, 단편소설도 한편만..(원래 계절마다 쓰는 게 목표였는데^^ 추이를 보고 훅 줄어든 목표). 그리고 브런치도 대충 아무거나라도 매주 쓰기~ 일단 뭐라도 많이 써 두는 게 나중에 도움이 된다는 걸 배워서, 그때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밤에 푹 잘 수 있다는 거. 요즘은 그래서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전이면 매번 기분 나쁜 기억이 떠올라서 불쾌하게 잠들곤 했던 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의 날들이 새삼 놀랍고 감사하다. 밤에 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저절로 떠오르고 이어지고 확대되는 불길한 생각과 예감들에 걱정하고 울고... 그러지 않을 수 있는 밤이 얼마나 소중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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