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끝나가는 밤 열 시.... 이제야 글을 쓰기 시작한다. 대충이라도 쓰고 자야지. 이번 주말은 통으로 온전히 쉬었는데 브런치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넘어가는 건 너무 아깝다.
사실 저녁 무렵... 아니 한 오후 4시 반쯤부터... 브런치 창을 켜 놓고 뭐라도 쓰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몇 줄.. 몇 글자를 쓰긴 했다만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전부 지워버렸다.
그리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나가 버린 것이다.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의 브런치도 살펴보고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에세이도 두 권 훑어봤고 사놓고 읽지 않았던 소설집도 대충 넘겨 보았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이야기를 쓰나...
어제 빌려온 에세이를 보면 한 권은 공무원이, 한 권은 기자가 쓴 책이다. 기자님이 같은 지역 출신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내용을 읽어 보니 아무래도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신 것 같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10년이 훌쩍 넘은 뒤에 쓴 글들일 텐데도 그분의 글에는 고등학교와 관련된 몇 가지 에피소드가 상세하게 나와 있었다. 아마도 내가 몇 년 후배일 텐데, 나는 그 고등학교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나는 학교를 싫어하는 편이었고... 학교(초중고)가 정말 싫다는 걸(싫어할 수도 있다는 걸?) 대학교에 가서 조금 알게 되었다.
나는 대학교를 좋아했기 때문에 대학원까지 총 6년을 다녔다. 그러고 나서도 대학교를 떠나는 것이 아쉬웠다. 대학생들이 부럽다고 생각한다.
가끔 나는 학교(일반 초중고)란 건 없어져 버려야 한다거나 학교는 쓰레기다.. 다닐 필요가 없다.. 등등의 생각을 한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에게 학교는 잘 맞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학교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겠지. 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또 다른 사람들에게 학교란 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은 무시되고 무조건적인 폭력이 일어나는 공간이라는 생각. 개인의 선택권 따위는 하나도 없이 교실을 지정해 놓고 구성원들을 배치해 놓고.... 그 안에 가둬 놓으니까? 수업을 해 봤자 수업을 따라오는 소수의 학생들만이 있을 뿐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의미하게 그 시간들을 흘려보내도록 하는 구조라서?(오해가 있을까봐 말하지만 나는 학교에서 늘 모범적인 학생이었으며 반에서 항상 1등 아니면 2등 아니면 3등이었다...)... 온갖 평가와 비교 경쟁 폭력이 만연해 있는 곳, 조금이라도 독특하거나 튀는 사람들은 규격화된 교실 안에서 눈에 띄게 되어 있고 그들을 어떻게든 똑같은 모양대로 깎아내리기 급급한 곳이라서...? 폭력이 너무 쉽게 자주 일어나고 그것을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래서 자살률이 높지 않을까? 내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그 지난한 정규 교육과정을 또다시 간접적으로 견뎌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러한 정상성의 틀 안에서 벗어날 용기도 없고.
회사에 다니면서 사람들과 대화하기 쉬운 주제 중 하나가 아이를 매개로 이야기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대충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에서 , 애기는 요즘 어때요? 이런 한마디 말로도 수십 가지 이야기들이 저절로 재생되니까 큰 어려움 없이 스몰토크가 가능하다. 명절에도 아이가 있으면 훨씬 친척들끼리 대화하기가 편하다고 하다.
어쨌든 나는 스몰톡을 위해 아이를 낳을 생각은 없고.. 되도록이면 끝까지 피할 생각이다. 아이에게 주어지는 고통이 내게 얼마나 큰 고통이 될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내게는 고통을 회피하는 것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우선하고... 그것이 내가 바라는 행복에 가깝다.
다 써놓고 보니 일반적이지는 않고 무척 극단적인 생각인 것 같아 이걸 굳이 공개 글로 올려야 하나 웹상에 쓰레기 하나 던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 생각이야 바뀔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나도 있었다는 것을 기록해 두고 이만 일요일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