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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May 10. 2024

한 번쯤은 베어문 딸기에서 콜라 맛이 난다면 좋겠지

컨디션이 별로라서? 호르몬의 영향으로? 피곤해서? 체력이 딸려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잠을 잘 못 자서? 요즘은 기분이 별로인 날이 많았던 것 같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에도 버럭버럭 감정이 올라와서 회사에서 나도 모르게 화를 내버린다거나..  가족들에게 함부로 말하고 틱틱거리고 별것 아닌 일들에 짜증을 내고... 남들은 다 즐겁고 행복해 보이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일까 싶어지면서 자기 자신이 더럽게 싫어지고....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게 되는 일들이 자꾸만 생각난다거나... 그것도 아주 까마득하게 오래된 기억들까지 떠올라 버린다거나... 나의 과거와 미래에는 항상 고통만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들이나.... 악랄한 범죄 뉴스나 악랄한 댓글 같은 것들을 보면서 지나치게 분노하고 감정이입해 버린다거나...... 부모님과 강아지가 생각보다 훨씬 빨리 늙고 아프고 병들고 죽게 된다면.... 같은 것들을 걱정하느라 잠을 못 이루거나.... 잠이 잘 오지 않고 잠을 설치거나..... 잠들어도 기분 나쁜 꿈 속에서 숨 가쁘게 헤매고 뭔가를 끊임없이 분투하고 있는데........ 


그럴 땐 결국 이렇게 글을 쓰게 되고 또 남들이 쓴 글들 속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을, 동질감을, 느끼고, 그러기 위해서 글을 쓰고 읽고 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 


남들도 다 나름의 고통과 고민이 있을 텐데 사실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다들 좋아 보일 때... 그럴 때 진짜 짜증남ㅋ 가장 힘든 건 이 모든 것들 때문에 나 자신이 너무 싫어지는 것이다. 

정말... 싫은 걸 어떡해


아.... 이 순수한 우울, 뜨끈한 온천물에 적신 수건 같은 우울, 더러운 토사물 같은 불안, 냄새나는 쓰레기더미 같은, 마치 그 쓰레기더미들을 이불 삼아 깔고 덮고 누워 있는 것 같은, 그 쓰레기 바닥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지나치게 익숙한, 더러운 느낌, 들끓는 창작의 원천....



그 휴지조각 같은 내가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란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 나의 성취, 내가 뭔가를 해서 이루어 내는 것....  눈에 보이는 증거물을 만들어내는 것.. 자격증을 따서 손에 넣고, 글을 쓰고, 작품을 만들고, 합격하고, 상을 받고,.... 그런 것들이 조금은 내게 통제감을, 자신감과 효능감을 주는 것 같다. 그것도 나의 자원 중 하나지.......... 



나는 작고 약하고 착해 보여서 곧잘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고.... 




이 모든 익숙함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고 싶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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