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첫 주도 혹독하게 보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발의 상처에는 절대로 물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고, 씻을 때는 발을 랩으로 감싸고 비닐봉지로 싸매서 어떻게든 물이 닿지 않게 한다지만 출퇴근 길에 비가 많이 내린다면 어려울 것 같았다. 발이 아프니 장화를 어기적어기적 신고 다니기도 힘들 것 같고, 다이소에서 파는 실리콘 방수 신발 커버를 샀는데 M사이즈면 충분할 줄 알았더니 너무 작았다. 신발 신은 발을 구겨 넣기가 꽤 어려울 것 같았다. 멀쩡한 발이라도 힘들 것 같은데 다친 발이니 제약이 많다.
개에게 발을 물린 지는 2주째, 병원에 다닌 지는 벌써 열흘 정도 되었는데 크게 차도가 없고 회복이 더디다. 조금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심란해지기의 반복이다. 하도 낫지 않으니 다른 병원을 찾아가 보고, 또다시 다니던 병원으로 돌아가고... 최대한 걷지 말라고 하지만 안 걸을 수 없으니 스트레스를 받고.
인사철.. 고인 물을 휘저어주며 때로 활력이 되어 주기도 하지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한다. 이번에는 특히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당연히 될 줄로만 알았던 승진에서 탈락하자 온갖 생각이 들었다.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며... 내가 남들 눈엔 어떻게 보일까? 나 혹시 이미 완전히 블랙리스트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ㅋ
구성원들의 이동으로 팀원들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여섯 명 중 세 명이 바뀌었다. 내가 이렇게 새로운 사람들 맞이하는 걸 힘들어하는 줄은 몰랐다. 이제 막 새로운 곳에 발을 들이고 낯설어할 분들을 위해 환영해 주어야 하건만 내내 표정이 썩어 있었다. 환대가 아니라 박대를 하고 있었다. 그중 두 명은 업무가 많이 겹치는데 함께 잘 지낼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되고 자신이 없었다..... 왜 이렇게까지 자신이 없을지 모를 정도로... 흑흑..
개 때문에 촉발된 불화가 커져서 가족을 떠나서 혼자 나가 살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막상 나가 살 돈이나 용기도 없으니까.. 정말로 상담이 절실한 시기였는데 발이 아파서 이동하는 것도 어려웠고 매일 병원에 가야 하니 시간을 빼는 것도 어려웠다. 발을 다친 뒤로 벌써 2주째 상담을 미루었는데... 다음 주엔 꼭 받으러 갈 생각... ㅜㅜ 나의 멘탈 테라피...
상담은 못 받았지만 이번 주는 애인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 애인과는 장거리로 주말 하루 반나절정도를 겨우 만난다. 당장 다음 주는 주말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걱정스럽다. 힘들 때,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어질 때... 내가 초라하고 한심하고 멍청하고 어딘가 잘못된, 하자 있는 인간인 것 같다고 느껴질 때... 누군가 나의 존재 자체만으로 기뻐해 주고, 나의 어두운 면까지도 모두 긍정해 주는,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다고 안심시켜 주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건 정말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힘들 때 정말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 고마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