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이 도졌다.
토요일 밤인데 벌써 조금 우울하다.
아마도 내일은 훨씬 더 우울할지도 몰라....
내일은 자격증 필기시험이 있다.
어제오늘은 공부를 안 했다.
과연 합격할 수 있을지....
합격해도 실기시험 준비하기가 귀찮다. 벌써부터...
현 직장에서 일한 지 5년째가 되어 간다.
부끄럽지만 그동안 별로 발전한 것 같지는 않다.
익숙해지긴 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초보일 때는 초보니까 그럴 수 있지 하면서 넘어왔으나 이제는 이렇게 아무것도 몰라서는 안될 것 같은데.. 뭐 그런 새로운 종류의 부담감이 주어진다.
처음엔 여기 사람들 대충 아무렇게나 어영부영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진심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사람들,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밥벌이 돈값 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런 사람들을 볼 때면 약간 반성하는 마음이 되면서... 신기하기도.. 대단하기도..
본받고 싶기도 하다.
난 그러지 않았고, 진심을 다하지 않으려 했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려 했고, 늘 쉬운 길만 찾으려 했고... 쉽게 가려고 했고, 요령을 피우려 했고, 내 진짜 삶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했으니.
일에 진심을 다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딘지 미련해 보이면서도 멋있다.
진짜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힘들다 해도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힘들어 보이지 않는다.
늘 적당히, 힘 안 들이고, 가볍게 살고 싶지만
생각은 그렇지 않아서 늘 심각하고, 심란하고, 무겁고 어둡다.
내 인생과 낯가리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늘.
마지못해.. 마지못해 살아온 것 같고
언젠가 삶이 달라지고 뒤바뀔 날을 기다리면서
미래의 어떤 날을 아주 오래 기다리면서 살고 있는 것 같고.
미루는 것은 익숙한 감각이다.
학생일 때는 공부를 위해 나머지를 전부 미루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고
직장인이 된 지금은
... 무엇을 미루고 있는지?
진짜 내 삶을.
진짜 내 삶을 살아내지 않고 무엇의 뒤로 미루는지
요즘은
결혼을 한 사람을 보면 어른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나이가 어려도 어른 같은 사람들이 있다
타고난 걸까?
나는 무게만 잡고 있지 전혀 어른 같지 않은데
그런 생각을 하면 또 조금 마음이 쭈구러들고
그동안 아주 오래 어른이 되기를 미루어 온 것 같다
나이만 먹어 가는 채로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부끄러운.
그건 나에 대한 확신 없음 때문이기도 할 것 같은데
어떤 결정을 내릴 때도 쉽게 확신하기가 어렵다.
책임을 피하고 싶고
내가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부족하다.
잘못된 선택, 부족한 선택으로 남들에게 피해 주거나 욕먹거나 손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튼 출근하기 싫어서 어떡하지.. ^^
시간이 갈수록 더, 이 직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다른 어느 곳을 가도 내가 지금보다 나은 형편에서 돈벌이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직장에서 내가 성장한다거나 성취감을 얻는다거나 발전한다거나 유능감을 느낀다거나.... 그런 것을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것까지 돈벌이에서 바란다면 욕심인 것 같다. 그런가...
내 삶이 조금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는 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내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 내게 그 정도의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자존심 상하는 거다. 인정받고 싶은 거다. 나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닌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능력을 펼치고 싶은 거다.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지. 배워가는 재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수를 해도 다음엔 더 잘해야지, 의지로 불타고, 눈은 빛나고, 열정이란 게 있고, 재능 있다는 소릴 듣고, 꽤 우쭐해하는 순간들도 있고, 하면서.
다 그냥 꿈같은 얘긴가. 어린애 같은 생각인가.
이제 그냥 노트북 닫고 자야지.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하면서.